황해도의 꼬제비(꽃제비)들 <2>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4.11.21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추위, 배고픔과 싸우는 10살․11살․12살 꼬제비

- 빈곤에 따른 가정 파괴가 꼬제비 발생 원인

- 갈 곳도, 거둬줄 것도 없어 방황

- 김정은 제1비서 지시로 길거리 꼬제비 수용했지만

- ‘꼬제비 문제 얼마나 개선됐나?’ 조사 필요한 때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08년 10월 황해남도 해주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한밤중 남자아이 꼬제비 3명이 쪼그려 앉아 잠을 자고 있습니다. 나이를 물어보니 10살, 12살, 11살이라고 답하는데요, 한눈에 보기에도 어려 보입니다.

- 넌 몇 살이니?

[꼬제비들] 10살입니다. (모자 쓴 아이는?) 12살. (이쪽 아이는?) 11살.

10월의 밤은 추울 듯한데 덮는 이불 하나 없이 맨몸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 추워서 어떻게 있나? 이리 돌아서라.

아시아프레스의 취재 기자가 ‘저녁은 먹었느냐?’고 묻자 꼬제비는 ‘못 먹었다’고 답하는데요, 배고픔과 추위, 졸음 때문에 대답하기도 힘겨워 보입니다.

막 돌아선 남자아이는 헝클어진 머리, 지저분한 옷차림 등으로 모습이 말이 아닌데요, 돈이 없어 머리도 못 깎았다고 말합니다. ‘내일 아침은 어디서 먹느냐?’고 물어보니 ‘못 먹는다’며 쓰레기장을 돌아다니며 주워 먹는다고 답합니다.

- 내일 아침은 어디서 먹니?

[꼬제비들] 못 먹어요. 쓰레기장 다니면서 주워 먹습니다.

- 야 그래서 어떡하니?

결국, 취재 기자가 아침을 사 먹으라며 돈을 쥐여주는 데요, ‘괜찮다’는 꼬제비의 답변마저도 힘이 없어 보입니다.

해주가 집이라는 세 아이에게 어떻게 꼬제비가 되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한 명은 아버지가 숨지고, 어머니는 도망갔으며, 다른 한 명은 어머니가 집을 팔고 도망쳤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부모님이 이혼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대표는 이처럼 꼬제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 빈곤문제, 그리고 최소한의 삶도 보장하는 못하는 사회 제도를 지적한 바 있는데요,

[Ishimaru Jiro] 북한의 꼬제비는 식량 부족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빈곤 때문입니다. 어린 꼬제비를 보면서 이해해야 하는 것은 부모가 키우지 못하게 된 데 배경이 있다는 거죠. 부모들이 키우지 못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건데요, 이는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현금 수입이 어려워서입니다. 현금 수입이 어려워지면 바로 생활에 위기가 닥치고, 이혼과 가출이 생기면서 아이를 버리는 상황이 생깁니다. 따라서 꼬제비의 모습을 보면 ‘북한의 빈곤해결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구조가 없다’는 생각할 수 있는데요, ‘빈곤문제’와 ‘사회적인 보장 문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동영상 속 어린 꼬제비가 더 안타까운 이유는 이들에게 당장 어떤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겁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누구를 의지해야 할 지 등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너희 이렇게 돌아다니면 어떡하니?

[꼬제비] 누구도 기르겠다 그러지 않아요.

-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하니?

[꼬제비] 네. (너희 같은 애들이 많니?) 네, 그런데 큰 아이들이 때려요. 학원에 들어가려고 해도 엄마가 살아있다고 안 들여보내요.

이처럼 2008년 당시에는 어린 꼬제비들이 갈 곳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애육원’이라는 고아보호시설을 세우고 어린 꼬제비들을 수용하면서 북한의 길거리에서 꼬제비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는데요,

하지만 북한 사회가 꼬제비를 재생산하는 구조이다 보니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꼬제비는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또 북한 당국이 꼬제비를 돌봐주며 교육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이것이 실제 어린 꼬제비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또 다른 꼬제비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은 없는지, 꼬제비의 원인이 되는 ‘빈곤’과 ‘사회보장 제도’의 문제에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 정권의 구호가 인민생활의 향상입니다. 항상 영도자 김정은이 인민을 생각하고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고 강조하지 않습니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선전용으로 꼬제비를 돌봐주며 교육하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하죠.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정확한 상황을 알 수가 없는 겁니다.

동영상 속 취재기자는 어린 꼬제비들에게 아침밥을 사 먹으라며 돈을 쥐여주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현장에 남은 꼬제비들은 추위와 굶주림, 외로움,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는지도 모릅니다. 이 동영상 속의 꼬제비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