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소년이 함께한 요리시간] “입맛은 통일됐어요”

남북 청소년들이 지난 토요일 한국과 북한, 그리고 서양의 음식을 함께 만들고, 이걸 또 나눠 먹으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음식은 북한의 ‘두부밥’이었다는데요.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0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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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food
지난 16일 서울에 있는 경기여고에서 남북한 청소년들이 모여 즐거운 요리시간을 가졌다.
RFA PHOTO/ 박성우
그 현장을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경기여고 학생: 아직 어색하지만 오늘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고요.

탈북 청소년 12명과 한국의 경기여고 학생 10명이 지난 토요일 다시 모였습니다. 한 주 전 1박2일로 농촌 체험 활동을 다녀온 이들은 이번엔 음식을 같이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경기여고에서 열린 이날 행사엔 새로운 친구들도 참석했습니다. 서울국제고등학교에서 온 13명의 학생들입니다.

국제고 여학생: Hi. 안녕하세요. 한국말이 좀 서툰데요. 제 이름은 임혜승이고요. 국제학교에서 왔고요. 다 같이 모여서 진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저녁에 함께 만들어 먹을 음식은 모두 6가지.

인솔교사: 이쪽에서 요리를 총진행할 사람을 뽑아주세요.

국제고 학생들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음식 2가지는 탈북 청소년들에겐 좀 생소해 보입니다.

국제고 여학생: 스파게티를 토마토 소스랑 ‘봉골레’로 두 가지, 그리고 원래 ‘나초’를 하려고 했는데요, ‘스몰즈’라고 마시멜로와 초콜릿으로 (하는 건데) 아주 맛있어요. 그렇게 두 가지.

인솔교사: OK, 알겠습니다. 국제고에서는 두 가지를 한다고 합니다. 저도 발음이 잘 안 되는 요리지만, 맛있다고 하는데요.

탈북 청소년들은 국수와 두부밥, 그리고 경기여고 학생들은 궁중 떡볶이와 부대찌개를 만들어보자고 말합니다.

경기여고 학생: 궁중 떡볶이는 조선의 임금님만 드셨다던 그 떡볶이고요. (웃음)

101년 전통의 경기여고와 이른바 ‘수재’들이 모여 있다는 서울국제고등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이들과는 자라온 환경이 완전히 다른 탈북 청소년들. 이들이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시장으로 음식 재료를 사러 가는 길. 북에서 온 올해 20세인 한 고등학생은 이날 처음 만난 국제고 학생들과 어울리는 게 왠지 어색하다고 말합니다.

탈북 남학생: 경기여고는 그냥 괜찮은데, 국제고는 영어를 쓰니까 부담감이 확 오네요.

하지만 “잘 어울려 놀아 보겠다”는 다짐을 갖고 학생들은 서로 섞여서 장을 봅니다.

학생들: 양파 한 개, 두 개요? 고춧가루요? 참기름도 사요.

학생들은 음식을 만들 때도 서로를 3개 조로 나눠 섞여 앉습니다.

학생들: 두부밥 재료는, 두부 한 모에 3인분은 나오니까…

북한 음식인 국수와 두부밥을 만들겠다며 모인 3조에는 경기여고와 국제고 학생들, 그리고 탈북 청소년들이 골고루 참여했습니다.

조리 실습실의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국수에 들어갈 야채를 썰고 있습니다. 요리기구를 잡아본 적이 거의 없다는 국제고 학생들은 일단 탈북 청소년들의 시범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국제고 남학생:
먼저 하시는 걸 기다리고 나서 보고 난 다음에 하려고요. 그래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기자: 나중에 하긴 할 거에요?

국제고 남학생: 네, 지금 하려고요.

서툴게 야채를 썰어본 국제고의 또 다른 한 남학생은 난생처음 해 보는 칼질이 재밌다고 말합니다.

기자: 우리 학생은 칼질을 해 본 적 있어요?

국제고 남학생: 없어요.

기자: 여기서 처음 해 보는 거에요?

국제고 남학생: 네.

기자: 해 보니까 어때요?

국제고 남학생: 일단 처음엔 재미있는데, 좀 힘들기도 하고요. 같이 하니까 재미있기는 해요.

국수를 만드는 탁자 옆에서 두부밥을 만드는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학생들은 두부의 물을 뺀 다음 삼각형 모양으로 두부를 얇게 자릅니다. 경기여고 학생들은 북에서 온 “언니” 학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두부를 일정한 두께로 자를 수 있는지를 배웁니다.

경기여고 학생: 우와, 신기하다.

탈북 여학생: 앞으로 (칼을) 밀면서 그냥 누르세요.

기자: 너무 얇게 자르는 거 아니에요?

탈북 여학생: 아니요, 이거 지금 두꺼운 거에요. 더 얇아야 되는데…

학생들은 두부를 튀기고 밥을 넣은 다음 양념을 바릅니다. 겉이 노랗게 잘 튀겨진 두부에 밥을 넣고 발갛게 양념을 입힌 두부밥이 맛깔스럽게 두 쟁반 가득 담깁니다.

약 세 시간에 걸쳐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끝낸 시간은 저녁 6시. 학생들은 제각각 자기네가 만든 음식이 최고라며 자랑이 한창입니다.

경기여고 학생들: 맛있어요. 성공, 성공.

하지만 두부밥이 단연 인기가 최고입니다. 북한 음식을 처음 접해보는 한국 학생들은 입안 가득히 두부밥을 넣고 우물거리며 ‘진짜 맛있다’는 말을 연발합니다.

경기여고 학생1: 진짜 맛있어요.

경기여고 학생2: 진짜 맛있어요. 말로 표현을 못 하겠어요.

경기여고 학생3: 맛있어요. 처음 먹어보는데, 처음엔 유부초밥이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너무 맛있고. 또 먹고 싶어요.

국제고 남학생: 보통 두부랑 밥만 먹을 때는 저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요. 이건 소스와 두부가 잘 아울려서 진짜 맛있는 거 같아요.

두부밥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가르쳐준 탈북 여학생도 남한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며 즐거워합니다.

탈북 여학생: 제가 오늘 두부 튀기는 것과 양념만 (직접) 했어요. 나머지는 다른 친구들이 체험해 보라고 시켰는데요. 물론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처음인데 굉장히 잘하는 것 같아요. 만족해요.

서울국제고 학생들이 영어로 말을 많이 해 ‘영 어색하다’던 탈북 남학생도 북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남한 학생들을 보며 ‘남북한 사람들의 입맛은 역시 같다’는 걸 느꼈다고 말합니다.

탈북 남학생: 남한 애들이 처음 두부밥을 먹는 거 같은데, 애들이 기쁜 얼굴로 먹고 하니까요. 똑같은 거 같아요. 맛을 느끼는 게, 첫 느낌인데도, 똑같은 거 같아요.

이날 행사는 오후 3시에 시작해 7시경 끝났습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기에도 사실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탈북 청소년과 어울려본 서울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얻은 게 있다고 말합니다.

국제고 여학생: 이름도 알아가고, 북한 음식을 알게 되면서. 네, 우리가 음식을 통해서 사람을 많이 알게 되잖아요. 문화가 음식이니까요. 저는 솔직히 북한 음식을 오늘 처음 접해보거든요. 오늘 접해보면서 많이 알아가게 된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의 음식을 보면서.

경기여고와 서울국제고 학생들, 그리고 탈북 청소년들은 오는 10월31일 경기여고에서 다시 모여 체육대회를 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