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일가와 간부들만의 신덕 샘물

김주원∙ 탈북자
2016.04.05
ryongaksan_water-620.jpg 평양 보통강구역 신원식료품상점에서 룡악산샘물을 판매하는 종업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녘에 계신 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돈 주들은 물을 사서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청진 시와 평성 시, 함흥시를 비롯한 북한의 주요 도시들에는 샘물을 전문으로 파는 ‘조선광천수회사’의 상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광천수회사’에서 파는 ‘황치령’, ‘강서샘물’, ‘금강산 샘물’은 중국에도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부자들도 질 좋은 샘물을 사서 마실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김정은이 마시는 샘물은 따로 있습니다.

아마 이 방송을 청취하고 있는 여러분들도 ‘신덕샘물’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일성으로부터 시작해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까지도 ‘신덕샘물’을 마신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김일성 일가가 마시는 ‘신덕샘물’에 대하여 이야기 해 드리려합니다. 흔히 북한의 어려운 형편을 뜻하는 ‘3대 난’은 ‘ㄹ’자 받침이 들어간 물, 불, 쌀 이렇게 세 가지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물’ 부족은 첫 번째 손가락에 꼽힐 만큼 인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입니다.

전력난으로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그나마 나온다 해도 제대로 정수가 되지 않아 마실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수돗물입니다. 북한이 유사시에 대비한다며 마을 곳곳에 만들어 놓은 우물도 토양 오염이 심해 마실 수 없는 형편입니다.

북한에는 겨울철 오염된 강물을 팔아 돈벌이를 하는 ‘물 장사꾼’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인민들은 마실 물조차 없어 고생하고 있지만 김일성 일가와 그 측근들은 외국에서 좋다는 음료수와 샘물들을 수입해서 마시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나오는 샘물들 가운데선 이름난 약수인 신덕샘물을 즐겨 마셨습니다. 북한에도 신덕샘물과 금강산샘물, 강서약수, 삼방약수, 광명약수를 비롯해 질 좋은 샘물들이 많지만 값이 비싸 일반 주민들은 마실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1년 1월 17일 북한의 ‘조선중앙 텔레비전’은 김정일이 평양 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룡악산 샘물공장을 현지 지도한 소식을 소개했습니다. 텔레비전(TV)에 출연한 공장 지배인 김동숙은 김정일의 ‘인민사랑’을 장황하게 늘여 놓았습니다.

“인민들에게 더 맑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고 김정일 장군님께서 여기 룡악산 지구에서 수질이 좋고 물량이 풍부한 샘물원천을 찾아낸 사실을 료해 하시고 이곳에 샘물공장을 건설하도록 은정어린 조치를 취해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인민들에게 질 좋은 샘물을 공급하는 것처럼 선전했으나 평양 시에서 ‘룡악산 샘물’은 ‘4호 물자 공급대상’ 간부들에게 한정돼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돈을 주고 사서 마셔야 하는데 1리터짜리 ‘룡악산’ 샘물은 중국인민폐로 1위안입니다. ‘룡악산 탄산수’는 중국인민폐로 3위안으로 입쌀 1kg을 살만큼 값이 비쌉니다.

북한에서 질 좋은 샘물은 김일성이 집권하던 시기인 1980년대 초반부터 전국의 샘물들을 전부 요해하고 노동당 정치국과 중앙당 과장급 간부들에게 공급해왔습니다. 당시 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 통보 실에서는 “다른 나라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지표들 중에 인구 1인당 샘물 소비량도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통 한 국가의 경제력은 인구 1인당 국민소득이나 국민 총생산액을 가지고 평가합니다.

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통보실의 보고서에는 인구 1인당 원유소비량이나 샘물소비량을 가지고도 그 나라의 경제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샘물소비량으로 경제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4가지로 구분됐습니다.

제 1부류는 국민 전체가 공장에서 생산하는 샘물이나 각종 과일단물, 탄산음료만을 마시는 부류이며 2부류는 도시의 인구는 샘물이나 가공음료를 마시나 지방이나 농촌지역 등 인구의 절반정도가 수돗물을 마시는 부류입니다.

제 3부류는 인구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수돗물을 마시는 부류입니다. 가장 낮은 4부류는 환경오염이나 전력난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수돗물을 마시는 인구와 함께 우물이나 강하천의 오염된 물을 공급하는 비정상적인 국가들이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 과학기술 통보 실에서 낸 보고서에는 “질 좋은 샘물은 외국에 수출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보고서를 받아 본 김정일은 전국의 샘물들을 모두 장악하고 즉각 분석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김정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금수산의사당 경리부 신상균 부장은 만수무강연구소에 샘물성분 분석 과제를 떠 맡겼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는 양강도와 평안남도,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의 이름난 샘물과 약수들을 분석했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는 평안남도 대동군 강서약수와 온천군의 신덕약수, 강원도 세포군의 삼방 약수, 강원도 고산군의 광명약수 등 다양한 샘물들과 약수들을 분석했고 그 중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마실 물로 ‘신덕샘물’을 선정했습니다.

신덕샘물은 평안남도 온천군과 룡강군의 경계에 있는 해발 410m의 신덕산 기슭에서 솟아나는 약수입니다. ‘신덕샘물’에는 철, 동, 붕소, 칼슘, 마그네슘, 몰리브덴 등 건강과 장수에 좋은 미량원소들이 적당히 들어있습니다.

또 다른 샘물이나 강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질산성 암모니아나 질소를 비롯한 인체에 유해한 원소들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위, 대장 등 소화기 계통과 내장계통의 질병과 고혈압, 간염, 등의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신덕샘물의 하루 분출량은 약 120㎥정도인데 이 량이면 50리터짜리 물통 2,400개를 채울 수 있는 량입니다. 이 정도면 6만 명의 사람들이 하루 마실 수 있는 량이어서 김일성 일가와 고위간부들이 아무리 소비한다고 해도 많이 남을 량이었습니다.

룡성특수 식료공장과 태평술공장은 물론 제가 일하던 만청산연구원에도 ‘신덕샘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었는데 이것은 직원들의 음료용이 아닌 ‘9호 제품’ 생산과 호위과학연구에서 사용해야 할 재료로 보장되는 것이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에는 50리터짜리 수지통으로 공급되었는데 연구용 실험재료의 혼합, 침전 세척 등 다양하게 사용됐습니다.

1989년 평양에서 개최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은 김정일에게 물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에게 ‘금강산 샘물’과 ‘강서약수’를 팔았는데 호평이 대단했습니다. 물로 외화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은 김정일은 1995년 조총련과 합작하여 ‘고려신덕산 샘물 합작공장’을 설립했습니다.

북한 국제합영총회사와 일본 조총련의 아이코상사가 건설한 ‘고려신덕산 샘물합작공장’은 평안남도 용강군 삼화리에 연 건평은 1만여 평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의 외화벌이 회사들도 샘물을 상품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지금은 북한에서 수많은 종류의 샘물들이 생산되고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 수출도 되고 있습니다. 간부들에게도 샘물이 공급되지만 힘없는 인민대중은 제 땅에서 나오는 샘물조차 마음껏 마실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절대다수의 인구가 샘물이나 가공음료를 마시는 경제력 1부류의 나라입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 중에 약 2%만 수돗물을 사용하고 나머지 98% 사람들은 모두 샘물이나 가공음료를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서울의 수돗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을 자랑하는 정말 깨끗한 물입니다. 남한 뿐 아니라 세계적인 수질검사기관의 공인을 받은 서울의 수돗물은 ‘아리수’라는 이름으로 국제행사 때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 무료로 제공될 정도로 믿을만한 물입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민은 단지 맛있는 물을 먹기 위해 돈 주고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입니다.

북한 인민들이 제 땅에서 나오는 샘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위해서라도 조국통일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통일은 인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된 세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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