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2부 : 푸드트럭 아세요? (2)

나우-김충성 xallsl@rfa.org
2017.11.11
food_truck_opening_b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린 탈북민 푸드트럭 개업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김충성입니다. 밝고 깨끗한 조명이 속안을 훤히 비춰주고요. 잘 닦여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주방은 번쩍번쩍 광이 납니다. 그 안에 한 청년이 서 있는데요. 각이 서게 잘 다려진 하얀 옷과 모자를 쓰고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고급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주방이라고요? 아닙니다. 여기는 푸드 트럭입니다. 길거리 음식이라고 지저분하다거나 헐헐할 것 같다는 착각은 금물입니다. 바야흐로 푸드 트럭은 위생적이면서도 한 끼로도 충분한 건강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오늘 ‘돈주의 황금알’은요. 바로 지난 시간에 이어서 푸드 트럭 이야깁니다. 함께 듣고 배우면서 우리 생활에 요모조모 활용할 수 있는지 즐거운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네요. 토스트 푸드 트럭의 사장님이신 박영호 씨 모십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박영호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지난 시간 방송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서요. 영호 씨가 왜 푸드 트럭을 시작하게 됐는지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갈까요?

박영호 : 일단 저는 오래전부터 제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유럽여행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차량을 개조해 놓고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을 알게 됐어요. 다양한 음식이 많이 있었고 사람들도 지나가면서 이 음식을 잘 사먹는 걸 보면서 ‘이거 꽤 잘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국에 돌아가 푸드 트럭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그렇게 일한지 1년 반이 되었습니다.

진행자 : 여느 식당(건물 안)에서 하는 거랑 푸드트럭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박영호 : 아무래도 가게는 보증금, 권리금, 월세 등이 많습니다. 그러나 푸드 트럭은 비용이 일반 건물에서 하는 것보단 좀 덜 들어가죠.

진행자 : 푸드 트럭이 왜 인기라고 생각하세요?

박영호 : 푸드 트럭의 장점이란 사람들이 쉽게 빠르게 지나던 길에 접근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요즘 남한 사람들은 너무 바뻐서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없을 때 식당 같은데 가서 밥을 사먹기엔 너무 번거롭고 배는 채워야 하고…모두들 빨리빨리 음식을 만들어 드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요새는 사람들이 단순히 배고픔을 위해서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때는 지났잖아요. 계속 이색적이고 별미인 음식들을 찾아요. 요새 푸드 트럭이 그런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서 팔고 하니까 장사가 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푸드 트럭 음식은 즉석에서 만드는 음식이잖아요. 바로바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음식 재료나 야채 등은 집에서 다 준비하나요?

박영호 : 맞아요. 모든 재료는 하루 전날 장을 보고 그날 밤 집에서 다 손질하고, 아마 거의 70~80%는 집에서 준비를 해놓습니다. 그것을 트럭에 싣고 판매하는 장소에 가서 조리를 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 영호 씨 푸드 트럭은 메뉴가 몇 가지인가요?

박영호 : 현재로는 토스트 하나입니다.

진행자 : 그런데 영호 씨는 이 사업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박영호 : 정부에서 청년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또 운좋게도 한 대기업에서 1톤 트럭 한 대를 기증 받았어요. 이런 트럭에서 음식을 조리하려면 개조를 해야 해요. 불을 써야 하니까 가스 시설을 장착해야 하고 조리대로 만들고요. 조리 기구, 장비도 준비해야죠. 물론 트럭으로 장사하려 해도 이런 저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가게를 얻어 장사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값이 것은 확실해요.

진행자 : 대단하네요. 기증이라고 하면 무료로 받은 것 아닙니까. 청년들이 일을 하겠다고 하니까 한번 잘해보라는 뜻으로 기꺼이 지원해 주셨나보네요.

박영호 : 네 일련의 절차는 있었어요. 사업계획서를 내고 면접을 봐야 했죠. 결국 최종면접에 합격을 해서 트럭을 기증 받은 것입니다.

진행자 : 1톤 트럭을 받아서 개조했나요?

박영호 : 네 트럭을 개조했어요. 그 안에 들어가서 장사를 하려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주방을 만들어야 해요. 그것도 사실 비용이죠. 트럭을 기증 받았으니 거기서 아낀 돈으로 주방을 섬세하게 만들었어요.

진행자 : 음식을 필요할 때 주의해야 하는 상황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박영호 :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위생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여름에는 식중독이라 위험하고 겨울은 습하고 또 얼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문제죠. 길거리 음식이라고 해서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할 듯한데, 요새는 정부에서 지원해 주니까 매주 담당기관 위생과에서 나와서 검열을 합니다. 그래서 음식이 깔끔할 수 밖에 없어요. 만약 검열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영업정지를 당하니까요.

진행자 : 영호 씨의 토스트랑 명동 푸드 트럭의 음식과는 가격이 얼마나 차이나죠? 어떻게 다른가요?

박영호 : 명동은 관광지역이다 보니 외국인들이 대다수입니다. 그 중에서도 중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중국 사람들은 입에 흔히 해바라기씨나 땅콩, 아몬드 같은 견과류들을 자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이죠. 그런 것들을 포장해서 판매하기도 하고 조금 음식을 응용해서 견과류 씨앗호떡, 씨앗 계란빵이라고 해서 그 안에 아몬드 등을 첨가한 것도 팔아요. 북한에도 이런 비슷한 장사를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중국인들을 상대로 이렇게 장사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영호 씨가 보기엔 이 아이템은 북한 친구들이 듣고 해볼만한 장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영호 : 글쎄요. 북한에서 트럭 구매하는 것이 어디 쉽겠어요. 그러니 조금 눈을 낮춰서 구르마를 끈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그렇게 충분히 실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어떤 메뉴들을 팔 수 있을까요?

박영호 : 인조고기밥, 두부밥도 좋고요. 저는 속도전을 좋아해요. 저도 아직 고향의 향수가 많이 남아있어서 그 음식이 생각납니다.

진행자 : 지난 시간에 푸드 트럭이 성공하려면 자리, 위치도 좋아야하고 맛은 그야말로 생명이다, 그리고 영양까지 챙겨라, 그런 얘기까지 했어요. 또 어떤 점을 생각해봐야 할까요?

박영호 : 앞서 우리가 명동의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이야기 했지만요. 여기 음식들이 거의 10분 이내에 나와요. 전 빨리 음식이 나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용객들이 주로 빨리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1회용 젓가락이나 1회용 접시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아까 말한 위생이 중요하고요. 그래서 끝나고 매일매일 닦습니다. 자주 검사를 하시니까요. 어떻게 보면 일반 식당보다 더 깨끗한 것도 같아요.

진행자 : 구청이나 시청 위생과 직원들이 북한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위생방역소 동무와 비슷한 것이로군요.(웃음)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하시나봐요. 그래야 깨끗한 음식을 팔 수 있으니까요.

박영호 : 네.  우리가 길거리 음식이라고 하면 비위생적으로 더러울 것 같다고 생각하잖아요. 위생상태를 점검해야 해서 그런게 아니라 음식이니까 깨끗하게 해야죠. 그릇이든 환경이든 더불어 조리를 하는 사람들의 복장도 깨끗해야 합니다.

진행자 : 푸드 트럭과 주변지역의 상권간의 민감한 관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영호 : 정부에서 푸드 트럭을 합법화 해줬다고 하지만 가장 어려운 점이 그거예요. 주변 상권과의 관계요. 푸드 트럭이 들어가면 기존의 상인들이 자신들의         손님을 빼앗긴다고 생각해서 자꾸 민원을 넣는 거예요. 가령 장마당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있는데 새로운 푸드 트럭 장사가 와서 장사하면 좋아할 리 없지요. 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존 상인들이 기득권과 주장할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갈 공존의 방법을 생각해 보는거요. 유명한 푸드 트럭들로 손님들이 찾아오면 시너지 효과라고, 그 주변의 가게로도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거든요. 음식만 먹으러 왔다가 옷이나 신발을 사갈 수 있다는 거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전 푸드 트럭이 앞으로 더 성장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 상인들과 더불어서요.

진행자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영호 씨는 고향의 친구들과 보고싶은 분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요?

박영호 : 먼저 한국에 온 사람으로서 고향생각이 많이 나고 보고싶은 친구와 가족들이 많습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꿈을 버리지 말고 조금씩 실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먼저 남한에 와서 여기서 놀고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강이 최고이니 아프지 마시고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진행자 : 영호 씨와 함께 두 회에 걸쳐 푸드 트럭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꿈을 가지고 걷는 인생길에 지치지 말고, 한국에서도 세계에서도 제일 잘 나가는 푸드 트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호 씨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영호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꿈꾸는 자에게 기회도 온다고 하지요. 방송에서 들은 푸드 트럭, 곰곰 생각해보면 한 트럭의 꿈도 품어 보시길 기대합니다. 저도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김충성이었습니다 충성!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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