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성 2부 : 움직이는 집 (2)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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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자신이 머물 텐트를 찾고 있다.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자신이 머물 텐트를 찾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진행자 : 안녕하세요. ‘돈주의 황금알’ 이현주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전 때문에 내 나라 내 땅을 등지고 남의 나라에서 더부살이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우리는 이들을 ‘난민’이라고 부르죠. 많은 국제구호단체에선 난민들에게 텐트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집도 절도 없는 난민들에게 텐트 하나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데요. 이 허름한 난민 텐트촌 안에서도 새로운 희망은 다시 싹트고 있습니다. 오늘 ‘돈주의 황금알’은요. 이 난민촌 텐트처럼 여러분께 희망을 쏘아 올려주고 싶은 이야기인데요. 바로 ‘원터치 텐트’ 장사 얘기입니다. 지난 시간 못 다한 이야기 오늘 이어가기로 했는데요. 그 주인공 이광성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광성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지난 시간에 우리가 이 원터치 텐트가 북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 지, 아주 요긴할 것 같다고 그런 얘기까지 했잖아요?

이광성 : 네, 그랬습니다.

진행자 : 그 얘기는 이광성의 텐트 장사가 될 만한 이유, 즉 사업성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이광성 : 네, 그렇지요.

진행자 : 그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지난 번 방송 내용을 잠깐 정리하고 가죠. 텐트란 게 북한에 없다고 하니까 다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광성 : 네, 일단 텐트란 건 쉽게 말해서 몽골 유목민들의 집, ‘게르’를 떠올리면 쉬울 것 같아요. 중국말로는 파오라고 하고요. 그러나 그것들과 다르게 휴대가 가능하고 쉽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돼 있는데요. 기둥이나 대를 세워서 그 위에 천막을 뒤집어 씌운 모양입니다. 남한에서는 이 텐트를 집으로 쓰는 게 아니라 휴가나 피서갈 때 머무르는 용도로 씁니다.

진행자 : 텐트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광성 씨가 주목한 건 ‘원터치 텐트’라고 했어요.

이광성 : 네, 맞습니다. 북한 현실에 맞을 만한 건 원터치 텐트라고 생각해서인데요. 이 원터치 텐트란 접혔던 것을 딱 한번 단추를 누르거나 던지기만 하면 자동으로 펴지는 텐트를 말합니다. 원터치, 한번 건드리면 된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기둥을 세워서 천을 덮어씌울 필요가 없는 아주 편리한 텐트예요. 높이는 110cm에서 120cm정도로 동굴형 모양이고요. 성인 두 세 사람이 들어가서 잘만한 것부터 5,6인용까지 크기가 다양합니다. 무게는 2kg 정도로 가볍고요. 다 쓴 다음에는 그냥 접기만 하면 됩니다. 크기는 지름이 약 76cm 정도, 원반모양으로 접혀서 갖고 다니기도 아주 편리합니다.

진행자 : 이제 원터치 텐트를 어디에 쓰면 좋을 지 얘기하다보면 이해가 더 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때 쓰면 좋을까요? 용도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이광성 : 네, 북한에서의 용도를 생각해본다면 제일 먼저 밭을 지킬 때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북한에 있었을 때 밤에 도둑이 들어서 밭작물을 훔쳐가기도 하고 멧돼지나 노루가 밭작물을 다 먹어치울 때가 있었어요. 보통 북한 사람들은 땅 바닥 네 귀퉁이에 나무를 박아서 그 위에 쑥나무나 벚나무 껍질을 덮어요. 두 세 사람 겨우 들어가 앉을 수 있게요. 그게 초소가 되는 거죠. 근데 밤새 지키려면 바람도 들어오고 졸립기도 하고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몰래 집에 들어와서 잠을 자기도 하고 그러다 아침이 되면 밭의 농작물은 이미 난리가 난 후의 상태죠. 그런 경우에 이런 원터치 텐트를 쳐 놓고 지키면 정말 편할 것 같습니다. 텐트 속에 들어가서 그물망으로 된 창문으로 밖을 딱 지켜보고만 있으면 되니까요. 비가 올 때는 비도 안 맞을 수 있어 더욱 좋고요.

진행자 : 지난주에 얘기했던 내용인데 지금 다시 나왔네요. 네, 이 텐트는 지퍼로 된 문도 있고 망사로된 창문도 있어서 방금 말씀하신 용도로 쓰면 좋을 것 같네요.

이광성 : 네. 그렇습니다.

진행자 : 또 어디에 이 원터치 텐트를 쓰면 좋을까요?

이광성 : 어쩌면 첫 번째보다 이게 더 쓸 모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원터치 텐트는 잠자리 용도로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텐트의 주 용도가 원래 잠자리에요.

이광성 : 북한에는 이동장사꾼들이 많습니다. 이 지역 저 지역 돌아다니면서 장사하는 분들, 짐도 참 많죠. 그분들이 해가 지고 나선 잘 곳이 필요합니다. 북한에도 여인숙이나 모텔이 있긴 하지만 너무 비싸고 방도 많이 없어요. 그럴 때 비싼 돈 내고 모텔에 들어가서 자느니 원터치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자면 됩니다. 제가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어머니랑 바닷가에 낙지장사하러 갔었어요. 있는 돈을 다 털어 낙지를 다 샀는데 그날 비가 많이 왔어요. 이미 날은 어둑해 져서 집에 돌아 올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모래 해변에다가 비닐을 깔고 그냥 잤었죠. 아침에 일어나보니 빗물에 옷과 몸이 다 젖어있더라고요. 그때 이 텐트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진행자 : 그러게요. 원터치 텐트가 있었더라면       그 비바람 다 맞지 않고 잘 수 있었을 건데요. 텐트는 방수가 다 되니까요.

이광성 : 또 북한에서는 이동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노상에 머무를 때가 많아요. 가령 예전에 제가 청진에서 평안도를 가게 돼서 기차를 탔는데요. 정전이 되는 바람에 기차가 멈추고 멈추고 해서 8일 만에 도착한 적이 있어요. 양식은 3일밖에 준비 안했는데 배도 너무 고팠고 잠도 중간중간 나무 그늘에 걸터 앉아서 잤었어요. 그럴 때 잠이라도 편하게 자도록 비바람이나 찬 이슬 막아줄 텐트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래요. 하룻밤이든 이틀 밤이든 밖에서 자야할 필요가 있는 사람한테는요. 굳이 돈을 내고 방을 얻어 자느니 원터치 텐트 하나 딱 쳐놓고 그 안에 자면 너무 좋을 것 같네요.

이광성 : 북한에 살면 집을 무조건 공짜로 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즘 집들도 개인간에 거래가 된다고 하잖아요? 또 집이 너무 낡고 그래서 살기 힘들면 떠돌며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 집이 없는 꽃제비들도 많고요. 그런 분들한테 이 텐트가 집 한 채 구실을 할 것 같아요. 하늘 가리고 비바람 피하기만 하면 잠을 잘 수 있고 밥 같은 건 밖에서 돌로 아궁이 만들어서 밥 해먹을 수 있거든요. 국제구호단체들이 요즘 북한을 많이 돕고 계신데 이런 분들에게 텐트를 지원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진행자 : 한강변이 서울어디서나 가깝거든요. 한여름 밤에 나가보면 한강변에서 텐트치고 주무시는 분들이 많아요. 남한에서는 텐트를 이렇게 이용합니다. 북쪽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광성 : 당연하죠. 여름에 잘 때 집이 많이 덥거든요. 북한에는 에어컨도 없잖아요. 그럴 때 마당에 텐트를 쳐 놓고 자도 좋을 것 같아요. 일단 땅바닥이 시원하고 텐트에 그물망으로 된 창이 있어서 열어놓고 자면 모기 같은 벌레는 막고 바람은 통할 수 있으니까요.

진행자 : 네, 참 요모조모 쓸 데가 많네요. 자 그리고 또 한 가지 작년 겨울이 평년보다 많이 추웠는데요. 난방 텐트라는 것이 많이 팔렸다고 해요.

이광성 : 맞습니다. 지금 막 말씀드리려 했는데요. 남한에서도 겨울에 외풍이 있는 집이있고, 비교적 따뜻한 아파트라도 난방비를 아끼려고 밤엔 집 안에 텐트를 쳐 놓고 주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텐트가 일단 사방팔방 다 막힌 공간이잖아요. 더구나 보온효과를 더한 이 난방 텐트를 거실이나 방 안에 쳐놓고 그 안에서 자면 더 따뜻하다고 합니다. 따뜻한 공기를 오래 유지시켜 주니까요.

진행자 : 그래요. 추위가 심한 북한에 더 좋을 것 같네요. 방안에 이 텐트 하나 쳐놓고 자면 나무를 많이 때지 않아도 훨씬 따뜻하게 잘 수 있다는 거잖아요. 지금 말씀하신 난방 텐트는 난방효율을 50%나 높여준다고 하네요. 그래서 침대나 요 위에 올려놓는 크기로 난방 텐트를 만들었고 이게 인기인거죠.

이광성 : 맞습니다. 텐트 하나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비결입니다.

진행자 : 제가 전업주부로서 추천을 하는데 광성 씨가 말한 원터치 텐트 장사를 지금 북쪽해서 해봐도 좋겠다는 바람까지 드네요. 묵히기엔 아까운 아이템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지금이라도 가능하시면 이거 장사 잘 될 것 같아요. 주민들한텐 정말 필요한 물품이니까요.

이광성 : 그래도 좋지요.

진행자 : 이광성씨와 얘기 나누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어느새 마쳐야할 시간이 됐는데 마지막으로 혹시 고향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이광성 :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저는 북한에서 막연하게 나마 갖고 있던 꿈이 제 현실이 되었어요. 예전에 가족끼리 자동차 그림이 그려져있는 주패를 가지고 놀이를 하면서 ‘이런 차를 갖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을 꾸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이루어졌네요. 그래서 비록 여러분들의 상황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마시고 언젠가 이뤄질 그날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네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고향분들도 잊지 않는 대학생 광성 씨입니다. 광성 씨같은 친구들이 남쪽에 많다는 것 청취자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오늘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광성 씨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광성 : 네, 감사합니다.

진행자 : 원터치 텐트 얘기를 하는 내내 저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먼 길을 가는 장사꾼이든 집 없는 떠돌이든 텐트 안에서 하룻밤만은 편안하게 잘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말이에요. 그런 따뜻한 보금자리에 누워 있는 여러분의 행복한 모습을 꿈꾸면서 저도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저는 이현주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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