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완성이 사실이라면 대미 협상에 응할 수도”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12.05
launch_hwasong_15_b 사진은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우선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란코프: 저는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기술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화성-15형 미사일의 특성과 성능에 대해서 논쟁이 없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진짜 미국 본토대륙을, 워싱턴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미사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 그만큼 발전된 미사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금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화성-15형이 아직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아니라더도, 북한이 멀지 않은 미래에 그런 능력을 가진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바로 북한 지도부의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북한이 지난 20년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한 이유는 당연히 미국 대륙을 공격하기 위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10년 전까지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고 주장하는 대신에, 우주연구 목적으로 평화적인 로케트 시험발사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북한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당시 북한의 우주개발 주장은 거짓말이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벌써 90년대 말부터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해야 북한체제와 김씨 일가 정권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최근 화성-15형의 발사는 이 목적을 향한 또 하나의 걸음입니다.

기자: 한국 국정원은 이번 실험이 미국과 중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협상을 겨냥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는데 동의합니까?

란코프: 그런 분석에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남조선은 협상과 회담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할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까, 유감스러운 사실은 북한이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여러 번 시험발사하고 실전배치 할 때까지 아무 타협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화성-15형 발사는 바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첫 걸음입니다. 북조선은, 남한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러시아이든, 외국의 행동과 무관하게 이와 같은 발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믿을 만한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를 위해서 앞으로도 시험발사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정권이 다른 어떤 목적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앞으로도 실험을 계속 할 것입니다. 성공을 굳게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겠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이번 ICBM 발사시험과 관련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란코프:  김정은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을 때, 저는 기분이 조금 묘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북한이 영원히 핵개발을 할 것은 아니라는 신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거짓말을 세계 어느 누구보다 잘 합니다. 이 세상에 어느 정부이든 거짓말을 가끔 또는 종종 하는데, 북한 정부만큼 거짓말을 진짜 많이 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핵무력 완성 선언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여러 번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에,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고, 현 수준에서 핵 무력 개발을 동결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많은 지원을 얻어낼 수도 있고, 세계 안전을 지금보다 덜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북한 지도부가 멀지 않은 미래에 북한이 핵무력을 완전히 완성했다고 굳게 믿을 때, 그 때는 핵미사일 개발에 쓰고 있는 막대한 돈을 경제발전으로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북한이 지금 핵개발을 멈춘다면, 국제제재도 많이 완화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주장대로 ICBM 개발에 성공했다면, 이를 무기로 향후 미국과 협상에 나올 가능성은 있을까요?

란코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것은 제가 김정은의 핵무력 완성이라는 선언을 환영한 이유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선언은 현실주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보다는 핵 미사일 동결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좋아하든 싫어하든 불가피하게 막대한 지원을 북한에게 제안해야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북한측은 미사일 동결 대가로 경제 지원, 남한과 미국의 연합훈련 중지등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와 동북아는 지금보다 덜 위험한 장소가 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설령 협상 용의가 있어도 미국은 사상 최고의 대북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미국이 제재를 단행하면서도 북한이 협상을 제안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까?

란코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 약간 우려감이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정말 회담을 시작한다면, 제재를 취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회담이 시작하자마자 추가 제재를 발동하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 하는 일입니다. 긴장된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과 회담과 협상이 빠를수록 좋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대북 제재를 많이 지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재는 기대와 다르게 북한 정권에 그다지 영향을 많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이번 사태로 북한과 미국은 서로 한치 양보 없는 강대 강 충돌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중국은 당연히 결정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은 북한에 많은 압박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물론 국제 제재에 참가하기는 했는데, 사실상 제재를 100%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싫어하지만, 북한이 하루 아침에 혼란에 빠질 것을 환영하지 못 합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강경한 제재 노선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태도가 많이 바뀐 것처럼 보입니다. 중국도 북한에 압력을 많이 가하기 시작하고, 미국이 제안한 국제 제재에 옛날보다 매우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태도가 이렇게 바뀐 것은, 동북아 전쟁에 대한 공포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측은 중국의 태도변화를 보고, 중국에 대해서 불신감과 적대감이 많이 커졌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과거처럼 중개자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지금 러시아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이 이러한 중개인을 필요로 할 지 의심스럽습니다. 북한은 지금 다자회담보다 미국과의 직접 양자회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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