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대북제재와 ‘백골선’

워싱턴-한영진 jungy@rfa.org
2017.08.23
seafood_factory_b 사진은 나선경제무역구 내 수산물 가공공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는 북한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던 중국 수산물 유통업자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외화가 목마른 북한이 편법을 동원해 중국으로의 수산물 수출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바다에서 강요되는 북한 어민들의 비인권적인 진실이 자칫 핵과 미사일이라는 정치적인 문제에 가려지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시간에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북한인권 유린의 증거물, ‘백골선’에 대해 조명해 봅니다.

초강력 대북제재인 유엔안보리 결의 2371호가 북한산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시키자, 일부 중국 수산물 유통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이 지난 15일부터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중국 수산물 유통업자들이 큰 손해를 입고 당국에 손실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1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일부 중국 도매상들은 미처 통관절차를 마치지 못한 북한 수산물을 처리하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면서, 북한에 도로 넘긴다 해도 비용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수산업계에 종사했던 탈북민 한진명(가명)씨는 유엔제재가 가해져도 북한 수산물 수출은 계속 될 것이라고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한진명: 중국에서 들여갈때는 그 사람들이 표기를 중국산으로 하지만, 우리는 톤으로 넘기기 때문에 그 물고기가 실제 북한에서 잡은 것인지, 러시아에서 잡은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지요. 어느것이 (대북제재가)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청진인근의 한 인민군 수산사업소에서 일했다는 한씨는 “동해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는 나진선봉을 통해 중국 길림성으로 수출되는데 지금 같이 막히면 해상을 통해 물고기를 수출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국 길림성 연길시와 훈춘시 일대에 물고기 가공공장이 들어선 것도 러시아와 북한으로부터 수산물을 수입해 재가공해 팔기 위해 중국이 세운 것이라면서, “중국 동북지방에서 유통되는 물고기의 약 40%가 북한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물고기들 중에는 인민군 수산기지에서 직접 수출된 것도 있지만, 중국 배들이 동해 바다에서 직접 넘겨받는 것도 있다는 겁니다.

2016년 한해 중국이 수입한 북한산 수산물은 약 1억 9천만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도 유엔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외화가 목마른 북한 당국이 중국으로 수산물 수출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북한의 한 수산분야 일꾼도 최근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출연해 “만리마 속도 대회를 앞두고 더 많은 수산물 증산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북한 일꾼: 저는 언제나 백두산의 넋을 안고 조종의 산 백두산에 부끄럼없이 더 많은 물고기 증산으로 우리당을 충직하게 받드는 참된 인민의 충복이 되겠습니다.

현재 북한 동해와 서해바다에는 크고작은 고깃배 3천여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어민들이 3~4명씩 짝을 무어 물고기를 잡아 바치면 수산기지에서는 일부를 어민들에게 떼어주고, 나머지는 선박비와 바다세를 명목으로 걷어 중국 수산물 도매상에게 넘겨 외화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한씨는 “개인들은 수산사업소 큰 배 보다는 보통 길이가 10미터 가량 되는 작은 목선을 타고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면서 “배를 타면 물고기를 얼마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어민들은 죽음을 무릎쓰고 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무리한 어업활동 요구로 목선 난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한의 조선일보는 일본 연해에서 지난 5년동안 발견된 난파된 북한 어선이 277척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당시 일본 교토 마이즈루시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뒤집힌 전마선 안에는 7구의 시신과 배밖으로 튕겨나간 2구의 시신이 있었는데, 모두 백골이 허옇게 드러난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길이 10미터, 폭 3미터의 작은 배에 ‘평양’이라고 적힌 옷가지와 북한 지폐를 보면서 북한 목선임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이 배에 오래전에 부패된 시신이 널부러져 있어 한국언론은 이 어선을 가리켜 ‘백골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북한 인권전문가들은 북한 어민들의 이러한 참상이 핵과 미사일 등 정치적인 문제에 자칫 묻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 위원회 그렉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 어민들의 인권유린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티우 총장: 이러한 백골선은 2013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약 277척에 달합니다. 북한의 어민들이 완전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척에 약 10명 정도에 타니까, 난파된 목선이 5년에 약 300척이 되니까, 5년에 약 3천명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일년에 600명, 그러면 하루에 약 2명씩 희생되는 겁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지요. 외부 세계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엄청난 비극입니다. 인권침해로 볼수밖에 없고 너무나 사악한 인권 노동권 침해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스칼라티우 총장은 “북한은 공식적으로 국가경제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최고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나라 경제가 좌우지 되는 편향이 있다”면서 “김정은의 ‘물고기 대풍’지시가 어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티우: 김정은 정권하에서의 북한 경제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냐면 공식적으로 중앙계획 경제인데, 최고지도자가 생산목표를 정하는 데 김정은이 “물고기 대풍”이라는 지시가를 내렸습니다. 생산목표가 너무나 높기 때문에 달성하기가 너무 어렵고, 뿐만 아니라 생산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도 주지 않습니다. 특북한 어민들이 낙후된 목선을 타고 연료도 식량도 충분히 주지 않고 식량도 충분히 주지 않고, 모터도 너무 작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힘들어하지만, 어민들은 목숨걸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해안에 백골선이 많아진 시기도 2013년 이후부터 알려졌는데요, 당시 김정은은 수산부문 열성자대회를 열고 “물고기 대풍을 안아오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목선들이 먼 바다에 나갔다가 연료가 떨어지거나, 기관이 고장나면 약 1천 킬로미터 떨어진 일본 해상까지 밀려간다는 겁니다. 그 가운데는 풍랑을 만나 침몰되는 어선들까지 합하면 연간 희생되는 어민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러시아 시베리아 해안가로 밀려나가는 북한 목선까지 합하면 연간 실종자의 수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어민들의 해상 사고가 잦아지면서 함경북도 해안가 마을에는 남편없이 여성들만 사는 ‘과부촌’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간 희생되는 어민수를 수백명으로 추산할 때 이 같은 ‘과부촌’이 생겨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백골이된 북한 어민들의 유해는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폐기된 선박 수거나 화장하는 데 든 비용 200만엔 등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 북한이 일본측에 아예 청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칼라티우 총장은 유엔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의 외화벌이 활동이 축소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습니다.

스칼라티우 총장: 주민들이 노예노동을 하고, 어린 아이들도 동원되면서 아동 노동을 하고, 강제노동이라는 것이 북한의 특징이지요. 그리고 김정은이 병진노선을 이루려고 하니까, 모든 자원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뿌리고 일반 주민들에게 너무나 비합리적인 생산목표를 정해주는데, 너무나 비합리적인 생산목표를 이를 수 있는 수단을 안주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듣기에도 섬뜩한 ‘백골선’, 이러한 비극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인권단체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티우 총장: 세계 여론과 언론이 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북한 어민들을 구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발행하고, 유엔기관과 미국 정부에 그러한 정보를 전달해야지요. 그게 첫째 단계가 됩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시간에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의 증거물, ‘백골선’에 대해 조명해 봅니다. 지금까지 RFA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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