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지 않는 지갑

워싱턴∙서울-이규상,이현주 leek@rfa.org
20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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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백화점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판매 모습. 예년에 비해 한산한 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규상>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생경제>에 이규상입니다.

<이현주>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생생경제>는 서울과 워싱턴을 연결해 우리생활 속 생생한 경제소식들을 전해드립니다.

<규> 남한의 가계 그러니까 개인 가정의 살림살이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쓴 돈보다 번 돈이 많다는 얘긴데요. 보통 경제 보도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하면 좋은 소식이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 돈을 좀처럼 쓰지 않아 흑자가 된 것인데 경제엔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규> 오늘 <생생 경제> 이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INS - 뉴스 클립 : 불황형 가계 흑자...

<규> 불황형 가계 흑자... 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네요. 그냥 돈을 아껴 쓰고 절약하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껴 써서 문제네요.

<현> 그렇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 사람들은 보통 ‘돈이 잘 돈다’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사람들이 물건도 많이 사고 또 식당에 가서 외식도 해야 돈이 잘 돌도 경기가 좋아집니다. 너무 사람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면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경기는 침체됩니다.

<규> 지난해 4분기, 남한 가정의 한 달 평균 소득은 409만 3천원, 약 4천 달러 가량입니다. 1년 전보다 5%가 넘게 늘었는데요. 반면에 소비 지출은 같은 기간 1.4%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0.3% 줄어든 겁니다. 이렇게 아껴 써서 가계 흑자는 사상 최대인 95만원, 900달러가 넘었습니다.

<현> 경제가 튼튼해져 이렇게 흑자가 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돈을 안 써서 생긴 불황형 흑자입니다. 박경애 남한 통계청 복지통계 과장 입니다.

INS -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무래도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됐고요."

<규> 지난해 남한 정부가 2 차례의 재정 정책을 통해 13조 억원 약 125억 달러 가량을 풀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상점들이겠죠? 몇 년 동안 성장세를 거듭해온 남한의 대형 백화점들과 상점들은 각종 할인판매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현> 가계 지출에서 가장 많이 준 것은 건강 보조 식품 등 의약품 소비가 8% 줄었고 그 다음 줄인 것이 담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쪽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에 대한 대접이 좋지 못한데요. 이참에 끊어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 이규상 기자는 담배를 피우시나요?

<규> 저는 안 피우는데요.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은 정말 요즘 담배 피우는 사람을 찾기 힘듭니다. 남쪽도 많이 줄었죠?

<현> 그래도 여전히 많이들 피웁니다. 남한 남성들의 44% 가 담배를 피운다고 합니다.

<규> 상당히 높네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같은 국가들은 흡연율이 12%에서 20% 수준이잖아요?

<현> 선진국들의 모임 OECD 국가들 중에서 남성 흡연율만 보면 거의 남한이 2, 3위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다행히 여성들의 흡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규> 보통 흡연율이 높은 나라들은 담배 값이 싼 경우가 많은데... 남한 담배값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 싼 편입니다. 지금 담배 한 갑 가격이 2,500원 미화로 약 2.5달러 수준입니다. 미국은 굉장히 비싸죠?

<규> 미국은 각 주마다 담배 가격이 다른데요. 보통 7달러에서 10달러 수준입니다. 꽤 비싼 편이죠. 그래도 캐나다나 호주보다는 싼 편이라고 하는데요. 호주 같은 경우는 담배 한 갑에 17달러나 한다고 합니다.

<현> 그 정도 가격이면 흡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남쪽에서도 몇 년 전부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 값을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지금의 2.5달러 수준에서 4.5달러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거의 두 배 정도 오른다는 얘기죠.

<규> 그러니까 세금을 올린다는 얘기겠죠? 보통 담배 값을 보면 절반 이상이 세금이니까요.

<현> 꼭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해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서민들, 특히 흡연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담배 값이 올라가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서민들이니까요.

<규> 한국이 참 담배 인심, 술 인심이 좋은 곳입니다. 길 가다가 담배 한 가치만 부탁하면 아직도 그냥 얻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이것도 옛말이 되겠습니다.

<규>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미국의 전자 제품 상가에 가서 제품 원산지를 보면 Made in Korea, '한국산' 라고 적힌 상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휴대전화나 대형 평면 텔레비전 그리고 휴대용 컴퓨터 같은 고가 상품들은 거의 한국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판세가 많이 바꿨습니다. Made in China, 즉 중국산 제품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현> 중국산 제품들이 전 세계를 장악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제품 시장도 중국산 제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 격차가 좁혀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규>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바짝 쫓아오면서 두 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이 중복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남한의 주력 수출품들은 선박과 반도체, 평판 텔레비전과 무선 통신기기 등인데 이런 남한의 10대 주력 수출 품목 중 5개 품목이 중국과 중복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두 나라가 중복되는 품목이 남한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달하는 반면 중국의 경우는 전체 수출의 15%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중국의 수출 품목이 다양하다는 얘긴데요. 만약 중국이 가격경쟁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한국의 수출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한국 외국어 대학교 창업 경제 동아리 인액터스가 전해드리는 <3분 경제 사전> 시간입니다.

<3분 경제사전> 무이자 할부

INS -카드 광고

정초부터 경제 부분에서 남한 주민들에게 가장 관심을 받은 소식은 신용카드의 무이자 할부 중단입니다.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신용으로 돈을 먼저 사용하고 한 달 뒤에 돈을 갚을 수 있게 하는 지불 수단인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더 많이 씁니다. 그럼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이자 없이 돈을 나눠서 지불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제가 신용카드로 1천 달러짜리 컴퓨터를 사면서 무이자 10개월 할부로 구매를 한다면 이자 없이 매달 1백 달러씩 10개월 동안 돈을 갚으면 된다는 얘깁니다.

남한테 돈을 빌렸는데 이자 없이 10개월 또는 12개월에 나눠 갚아라... 두말할 것 없이 반가운 얘깁니다. 그렇지만 물건을 살 때 이자 없이 나눠서 내게 해준다면 어떨까요? 고마운 일이긴 한데 이 때문에 돈을 더 쓰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사실 이런 무이자 할부는 카드 회사의 판촉 활동의 일종입니다. 카드를 더 많이 쓰게 하려는 거죠.

INS - 무이자 할부 뉴스 클립

신용카드사의 무이자 할부가 중단되면서 일단, 주민들의 불만이 큽니다. 급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던 무이자 할부가 없어졌으니 불편한 거죠.

또 이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새 학기를 맞아 컴퓨터 등 전자기기가 많이 팔릴 때인데 지난해보다 15%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합니다.

이번 결정은 남한 정부가 신용 카드 사용 등에 대한 관련 법률을 개정 중에 있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카드사들의 출혈 경쟁을 막아 절감된 비용을 중소 상점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무이자 할부에 대한 법률을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와 대형 상점이 서로 미루다 결국 무이자 할부는 중단됐는데요. 카드사, 대형 상점 양쪽 다 협상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분 경제사전 한국외대 인액터스의 이지민, 이가희 였습니다. 다음 주도 기대해주세요!

<현> 여러분이 몇 살까지 일하고 싶으십니까?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남한 사람 2,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요. 남한사람들이 가장 많이 희망하는 은퇴 나이는 65세라고 합니다. 남한의 현재 평균 은퇴 나이는 약55세인데 10년 정도를 더 일하고 싶다는 것이죠. 미국의 은퇴 연령은 몇 살입니까?

<규> 사실 미국에서는 은퇴 연령이 정해지지는 않았는데요. 사람들에게 희망 은퇴연령을 물어본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은퇴하고 싶다는 답변이 가장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은퇴 연금이 나오는 때가 약 65세 정도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그 때 은퇴를 하죠.

<현> 미국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 보다 10년 정도 더 일을 하네요...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찍 은퇴를 해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는 못하죠. 게다가 요즘 남한에선 결혼을 한 34세 정도에 하는데 늦게 결혼하고 출산도 늦어지나 당연히 은퇴도 늦어집니다. 문제는 사람들은 더 일하고 싶은데 직장에선 일찌감치 은퇴 시키는 경우입니다.

<규> 지난 남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의 공략을 보면 정년퇴직 나이를 60 세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있었는데요.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보장받고 또 때가 되면 은퇴해 여유를 즐기는 인생... 남이나 북이나 미국이나... 전 세계 사람들이 꿈꾸는 인생입니다.

<현> 그 만큼 실현이 어려운 일이라도 볼 수도 있겠는데요.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 또 우리는 열심히 달려봐야겠습니다. <생생경제> 오늘 순서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금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규> 지금까지 진행에 서울에서 이현주, 워싱턴에서 이규상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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