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칼럼] 북쪽 노래인줄 알았던 남쪽 노래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0:00 / 0:00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저는 이 구절을 읽으니 왠지 가슴이 뜨끈뜨끈 해지는 것 같습니다.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안녕하세요. 음악으로 여는 세상 김철웅입니다.

제가 앞에서 읽은 이 구절은 마치 시의 한 부분 같지만, 사실 가수 조용필 씨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의 노랫말입니다. 아마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오늘은 가수 조용필 씨와 남쪽 대중 가요계를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조용필의 노래, ' 허공 ' 으로 시작합니다.

INS- ‘허공’

사실, 저는 이 노래가 조용필 씨가 불렀다는 것을 남쪽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북한에서 즐겨부르고 잘 듣던 이 노래가 남쪽 가수 노래라는 것을 알고 정말 까무라치는 줄 알았는데, 아마 남쪽 노래가 북으로 들어가면 고향 주민 중에서도 저와 비슷한 분들 분명히 계실 겁니다.

조용필은 한국의 대중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보통 한국적 팝, 그러니까 한국적 대중가요를 만든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1970년대 남쪽의 음악 시장에선 기성세대는 트로트, 젊은층들은 해외 대중가요, 즉 팝송을 주로 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1980년,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그야말로 큰 파격이었습니다.

우리도 한번 들어볼까요?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입니다.

INS - 창밖의 여자

조용필의 노래에선 여러 가지 종류의 음악을 찾아 볼 수 있는데요, 락, 발라드, 소울, 스탠드 팝, 라틴음악, 가곡, 민요, 동요, 트롯 등 다양한 음악들이 섞여서 새로운 음악이 나왔고 이것이 한국적 대중가요의 발판이 됐습니다.

또 조용필의 ‘오빠 부대’도 유명한데, 이 오빠 부대라는 것은 사실 북한에서는 상상할 없을 껍니다. 가수나 배우가 좋아 따라다니는 열렬한 추종자들, 남쪽에서는 이걸 영어로 팬이라고 하는데, 이 팬들이 ‘조용필 오빠’를 외치며 공연장마다 따라다녀서 ‘오빠 부대’ 가 탄생했습니다. 한때는 조용필 노래의 구설 마다 ‘오빠’를 외치며 환호성을 질러서 마치 그것이 노래 가사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 오빠 부대 목소리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INS- 기도하는..

음악이란 음악은 다 해보고 싶었다는 조용필 씨는 처음 음악 활동을 주한 미군 안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조용필은 보통 100여곡의 레퍼토리를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음악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조용필 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조용필 씨의 공연이 평양에서 열렸습니다.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그 공연에서도 특히나 남과 북, 모두의 마음을 적신 곡이 있는데, 바로 ‘홀로 아리랑’입니다.

INS- 평양 공연-홀로 아리랑

저도 이 공연을 남쪽의 텔레비전으로 나마 지켜 보았습니다.화면을 통해서 관객석에 앉아 있는, 북쪽 동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용필 씨의 음악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고향과 옛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복받쳐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납니다.

조용필은 이런 홀로 아리랑 뿐 아니라 오래된 신민요를 새로운 편곡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한오백년도 그의 중요한 공연 레파토리 중에 하납니다.

INS- 한오백년

조용필 씨가 올해로 벌써 음악인생 40주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남쪽에서는 조용필 씨의 전국 공연이 한창입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음악을 잘 버무려서 새로운 한국적 대중가요를 만들어낸 조용필 씨. 그러나 조용필의 이런 시도는 한민족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는 새로운 음악적 도전이기에 그의 음악은 팬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의 노랩니다. 이 노래를 북쪽에서 함께 연주했던 동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친구여’ 보내드리면서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북에서 온 피아니스트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