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대한 탈북자들의 착각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3.17
diy_carpenter-620.jpg '2016 서울진로직업박람회'에 참석해 목공 DIY 체험을 하는 참가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쉽거나 멋있어 보이는 일도 직접 겪어보면 어렵지 않은 일이 없다고들 말하는데요. 탈북자들도 그런 오해와 착각으로 직업을 선택했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직업에 대한 탈북자들의 착각,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이어 탈북자 분들의 적성과 취업에 관련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탈북자 분들이 남한에 와서 보면 직업의 세계가 워낙 넓다보니까 처음엔 그냥 혹해서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서 취업했다가 생각과는 달라 그만두는 경우도 꽤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북한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직업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나름대로 취업훈련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쉽지 않아서 일자리를 자주 바꾸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대부분 처음에는 단순 일자리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점차 일하면서 여러 가지로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자신이 실제로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50대의 한 남성은 북한에서 농촌에서 일하다가 탈북한 분이었습니다. 처음에 회사에 취직했었는데 모든 작업들이 흐름식으로 맞물려 있어서 적응하기가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일이 서툴고 게다가 말투까지 다르다보니 어디 중국 농촌에서 왔는가 하는 소리까지 듣게 되다보니 점점 회사에 나가기가 싫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몇 년 전 남북하나재단에서 귀농을 희망하는 신청자들을 모집하여 귀농교육도 주고 지원도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회사를 그만두고 그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도 농촌에서 일했는데 농사일이야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것이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았답니다. 농촌에 가서 1년도 못 되어 다시 돌아왔는데 그래도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게 더 속이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 남성은 북한에서 목수 일을 했다고 하면서 한국에서 인테리어사업, 실내장식 일을 하려고 시작했다가 아파트 임대보증금까지 날려버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주택건설이나 연구실 건설 같은데 동원되어 목수 일을 좀 했다고 해서 한국에서 인테리어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그 후 그 남성은 자신의 조급한 마음을 접고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몇 년 그렇게 기술을 습득하고 일하면서 자금도 모으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꿈인 인테리어 사업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예진: 평양에서도 실내장식이 인기라는 말을 들었는데, 집주인, 그러니까 건축주의 마음에도 들어야하고, 유행도 빨리 바뀌고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북한에서 했던 일을 살려서 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가까이에서 본 탈북 선배들이나 남한 사람들의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마순희: 네, 특히 여성들인 경우에 처음에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사무직을 선호합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컴퓨터학원이나 사무 회계사 등 교육을 받고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는 것처럼 대한민국에는 우리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을 도와주는 탈북민 전문상담사들이 전국적으로 100여 명이 통일부, 하나센터나 복지관, 지역적응센터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우리 탈북민 선배들도 적지 않은데요. 탈북자들 속에서 선호하는 직업중의 하나가 전문상담사입니다. 탈북민 전문상담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한다면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통하여 사회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이 지역사회 통합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심리 정서적, 안정을 위한 상담도 하고 취업도 알선하고 생활상의 어려움들도 해결해 나가는 등 여러 가지 도움들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우리 탈북민들은 한국에 처음 나와서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사회복지기관의 종사자들이나 하나센터, 상담사들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게 되고 자신들도 그들처럼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즉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전문상담사가 될 수 있는지 상담 전화들도 많이 받군 한답니다. 얼마 전에 제가 근무했던 민간단체의 대표님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단체에서 상담사교육을 수료한 교육생들 중에서 지방의 의료원에 근무할 상담사를 채용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류들을 검토해 보다가 상담사교육을 추천한 추천인이 저로 되어 있는 한 여성분에 대하여 알아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성분은 지방의 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여성인데요. 저와는 각별한 인연으로 알게 된 40매의 여성입니다. 남북하나재단이 발간하는 ‘동포사랑’이라는 잡지에 제가 글을 몇 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꼭 저와 상담을 해보고 싶다고 재단으로 연락을 해 와서 상담을 하게 된 사연입니다. 지방이라 탈북민들이 많지도 않고 하나센터 같은 기관도 멀리에 있다 보니 같은 탈북민들끼리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면서 정착을 해나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전문상담사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제가 그 분의 사정을 물어보았더니 한국에 온지 3년 정도가 되었고 도로공사의 요금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상담사라는 직업이 욕망이나 열정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에 맞게 준비도 필요하다는 것을 하나하나 알려주었습니다. 그 후 그 분은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사이버로 대학을 다니고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교육과 직업상담사교육도 받았고 그 힘들다는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모두 취득하였습니다. 그러나 상담사 공채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민간단체에서 상담사 모집하는데 추천이 된 것입니다.

이 사례처럼 주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탈북민들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그들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에 직업을 선택하고 서로 연락해 가면서 잘 정착해 나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농촌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농사를 하는 즉 귀농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서로 연결하여 자주 다니면서 경험도 나누고 서로 도움도 주면서 잘 적응해 나가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 외에도 의사나 간호사, 사회복지사나 공무원, 교원 등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을 선택하여 열심히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반대로 어떤 직업을 선택했다가 나와는 맞지 않는구나 한다는 게 결국 자신의 적성이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땐 빨리 또 다른 진로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잠시 쉬면서 다른 일을 알아볼 시간이 조금은 있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실업급여제도라는 것이 있는데요. 실업급여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드린다면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일을 더 못하게 되었거나 사업장의 경영상 해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에 재취업을 하는 기간에 생활상 어려움이 없이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인데 통상 구직급여라고 합니다. 근무한 기한에 따라서 3개월부터 최장 8개월까지 지급됩니다. 그리고 생계어려움 등으로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없었던 취약계층이나 연령,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기능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여 훈련지시를 받은 경우에는 구직급여의 100%를 최장 2년까지 지급할 수도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명심할 것은 계약만료가 되었을 경우와 회사 사유로 퇴직을 했거나 했을 때에만 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구직급여는 물론 4대 보험에 가입하여 일하는 근로자에 한해서 해당되는 것이고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에 반드시 취업을 위한 구직 노력을 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이예진: 네. 4대 보험은 안정적으로 일하는데 중요한 사회보험제도인데요. 사회적 위험을 예상하고 이에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경제생활을 보장하려는 소득보장제도를 말하죠.

마순희: 네. 맞습니다. 저도 지난해에 여성단체에서 근무하다가 12월까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지금은 쉬고 있는 중이라 실업급여를 신청했습니다. 제가 근무한 기간이 1년 미만이라 실업급여는 3개월 받게 됩니다. 저도 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취직하게 될 것 같고요. 지금이라도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어서 일자리 구하는 것은 문제가 거의 없지만 제가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2-3개월이라도 좀 쉬면서 여유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저도 60대 중반을 넘어섰으니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도 해 보아야 할 것 같아서요.

이예진: 이 실업급여 제도를 우리 탈북자 분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지는 다음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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