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문화 (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15.01.15
play_children_305 2015년 을미년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투호 놀이를 하며 새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의 김인선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놀이’를 할까요? 골프선수 박세리는 골프 연습 외에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역시 성악 연습 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생겨도 무슨 ‘놀이’를 할 수 있는지, 아니 무슨 ‘놀이’가 있는지 조차 몰랐던 것 같습니다. 2,30대 청춘들인 여러분은 어떤 모습인가요? 청년들에게 있어 ‘놀이’는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놀이’인지 이야기 나눠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최철남, 이민경 씨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 저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의 경우에는 ‘소꿉놀이’와 ‘쎄쎄쎄’를 했고,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총싸움’을 했어요. 이런 식으로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놀이문화를 겪어오면서 자라오고 있어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했던 놀이 중의 남과 북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이민경 : 궁금했던 게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애들이 놀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북한은 그런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밌게 논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뭘 하고 노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만날 말뚝 박기를 하면서 놀 수 없을 텐데 말이에요. 그 외에 다른 놀이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최철남 : 어릴 때 숨바꼭질도 많이 하고 축구, 땅따먹기 등 여러 가지 많이 놀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직접 만든 눈썰매로 가장 많이 놀았어요.

진행자 : 지금 남한에서는 스케이트, 썰매를 직접 만들기보다는 구입을 하죠.

최철남 : 저희는 무조건 만듭니다. 플라스틱 보다는 판자를 썰어서 못 박고 만들어요.

진행자 : 판자는 어디서 구하는 거예요?

최철남 : 판자 구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동네에 보면 제지소라고 판자를 만드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훔쳐오기도 하고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개인집마다 울바자(울타리)가 있잖아요. 울타리를 만드는데 거기에 판자를 댈 때가 있어요. 그걸 뜯어서 오는 거죠. 그것을 뜯어서 대패질해서 사용하는데, 판자가 오래된 게 있고 얼마 전에 된 게 있어요. 오래된 판자는 말라서 잘못 뜯으면 쪼개지거든요. 그래서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골라서 뜯어 와요.

진행자 : 남의 집 울타리를?

최철남 : 네. 그래서 잡히면 엄청 맞는 거죠.

이민경 : 목숨 걸고 놀았네요.

최철남 : 네. 그런데 이 판자가 뜯을 때 소리가 나요. 못이 박혀 있다 보니까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삐이익’ 하는 소리가 나요. 그래서 주인이 없을 때 가야해요.

진행자 : 악동이었네요. 하지만 중, 고등학생이 되면서 똑같이 남의 집 울타리를 뜯어가며 놀 수 없었을 텐데 그때에는 뭐하고 놀았어요?

최철남 : 고등학교 때는 철이 들었으니까 어릴 때처럼 개구지게 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점점 성장할수록 놀기보다는 집안에 보탬이 되는 일을 했군요. 한마디로 유년시절에 남의 집 울타리를 뜯었던 것을 철이 들면서 보상을 한 셈이겠네요.

최철남 : 그때는 뜯어서 불 땠죠. (다 함께 웃음)

내레이션 : 아무리 훌륭한 놀이라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일처럼 따분하고 고된 노동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재미를 느끼게 되면 놀이처럼 신바람 나는 오락됩니다. 철남 씨의 경우 장작나무를 구하러 산을 헤매야 했었는데 이때의 땔감용 나무는 노동의 산물이었다면, 남의 집 울타리를 뜯어낸 땔감용 나무는 놀이의 산물인 것이죠. ‘놀이’에서 빼먹을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 바로 ‘재미’니까요. 만약 남한에서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절도범으로 몰렸겠지만 북한에서는 다들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놀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놀이는 서로가 공감을 얻게 되는 경우 즐거움이 배가 되는데요, 어떤 종류의 놀이가 해당될까요?

이민경 : 친구들끼리 할 수 있는 놀이, 혹시 마니또 게임이라고 아세요?

최철남 : 처음 들어요.

이민경 : ‘마니또’게임이 뭐냐면, 유치하다하면 유치하고 설레면 설레는 게임이에요. 상대방의 ‘마니또’를 정해요. 그런데 누가 나의 ‘마니또’인지 그것은 서로 몰라요. 제가 알기로는 이탈리아어로 알고 있는데 내 단짝, 내 친구, 내 반쪽 이런 뜻으로 그 상대방이 정해지면 그 사람이 알지 못하게 몰래 몰래 선물을 주는 거예요.

진행자 : 비밀친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민경 : 네. 그래서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갔다 왔는데 책상 서랍 안에 딸기우유가 들어있는 경우처럼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마니또’가 나를 계속 주시하면서 선물을 준다는 자체로 되게 설레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마니또’를 통해서 사귀게 된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마니또’는 학기 초에 많이 해요. 선생님이 시키는 경우도 있고, 애들끼리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요. 사물함 열었을 때 뭐가 막 쏟아지고 이런 경우도 있고 그래요.

최철남 : 낭만적이네요.

내레이션 : ‘마니또’는 이탈리아어로 비밀친구라는 뜻인데요, 자신에게 지정된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힘들 때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게임입니다. ‘마니또’ 게임을 통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는데요, 친밀감을 만들고 이타심도 만들어주기 때문에 학기 초에 주로 합니다. 만약에 이런 이타적인 ‘놀이’, ‘마니또’ 게임이 북한에 전파 된다면 어떨까요?

진행자 : 놀이를 잊어가면서 살아가다가 결혼을 하고 저처럼 아이가 생기면 다시금 놀이를 해야 해요. 우리가 말했던 ‘소꿉놀이’를 요즘 아이들은 ‘역할놀이’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애기해, 내가 엄마 할게. 우리 역할놀이하자” 이러면서 ‘소꿉놀이하자’라고 표현하지 않고 역할을 정해서 하기 때문에 ‘역할놀이하자’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종종 ‘역할놀이’를 하고요, ‘꼭꼭 숨어라’처럼 ‘숨바꼭질’도 하고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것을 주로 하는데 제가 말했던 이 세 가지 놀이가 있나요?

최철남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는 없고 나머지 두 가지는 있어요. ‘얼음땡’이랑 비슷한 것도 있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는 없어요.

이민경 : ‘우리 집에 왜 왔니’는요?

최철남 : 그런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놀이가 지역마다 다르다보니까 어떤 지역에는 있었을 것 같은데 제가 살던 지역에는 그런 놀이가 없었어요.

진행자 : 지금 제가 말한 이 세 가지를 민경 씨는 다 해봤나요?

이민경 : 그렇죠. 초등학교 때는 거의 매일 하고 놀았어요.

진행자 : 북한친구들은 모른다고 하는데, 얘기 좀 해주세요.

이민경 : 이게 음률이 있어요. 술래가 있는데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뒤돌아봤을 때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면 안돼요. 움직이면 술래가 불러요. 그러면 술래한테 가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잡혀있어야 해요. 안 잡힌 사람들이 와서 끊어줘야 하는데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끊을까 말까 장난치고 그래요. 원래는 되게 간단한 놀이인데 그 긴장감에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나요. ‘우리 집에 왜왔니?’와도 조를 짜서 네, 다섯 명이 일렬로 서서 한 조가 다른 조에게 다가가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 왔니 왜왔니?’ 하고 가면 다른 팀이 와서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하고 가위 바위 보를 해요. 그래서 데려갈 사람을 선택하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 조를 많이 만들면 이기는 놀이인데 지금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진짜 되게 재밌어요.

진행자 : 우리 게임이나 할까? 우리 놀이할까? 이런 이야기를 주로 언제 하나요?

이민경 : 예를 들어, 서너 명만 모여도 얘기도 좋지만 빨리 친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놀이만한 게 없잖아요. 대학교 가면 미팅도 많이 하니까 남한에서는 미팅에서 게임을 많이 하죠. 최철남 : 친구들끼리 술 한 잔 마시다가 놀이를 할 때도 있고, 한두 명이 모이면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여러 명이 모여서 흥겨워지면 그때 놀이를 하지, 흥겹지도 않은데 놀이하자 하는 경우는 없어요. 남한 사람들은 맨 정신에 하면 안 된다는 이런 게 있는지 보통 술 마실 때 놀이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북한도 맨 정신이면 놀지를 않거든요.

진행자 :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간 다음에 놀이를 한다는 거군요. 지금 민경 씨가 이야기를 하면서 소개팅, 미팅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북한 친구들도 이 단어를 알까요? 남녀 학생들이 사교를 목적으로 집단으로 가지는 모임을 미팅이라고 하고, 누군가의 주선으로 남녀가 일대일로 만나는 일을 소개팅이라고 하거든요.

최철남 : 북한에는 소개팅, 미팅이라는 말은 없고 여자애들이랑 남자애들이 만나서 노는 건 있어요. 아는 애들끼리 만나서 노는 거죠.

이민경 : 오락회라고 하지 않나요?

최철남 : 네. 오락회 비슷하게 같이 놀기도 하고 음식도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북한에도 있어요.

진행자 :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그것도 최소 서너 명 이상 모였을 때 게임을 주로 하는 것 같다’라고 두 사람 모두 말을 해줬는데요, 그렇다면 지금 ‘나우’라는 단체에서 함께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질문을 드려볼게요. 나우 친구들끼리 모여서는 뭐하고 놀아요?

최철남 : 1년에 두, 세 번씩 놀러 가는데 여자 분들이 적어서 놀러 갈 때 빠질 때가 많아요. 그래도 전에 한번 갈 때는 여자들이 많이 가서 남녀 혼성 축구도 했어요.

이민경 : 진짜 치열했어요. 여자애들이 악을 쓰면서 공을 뺏으려고 소리를 꽥꽥 지르고 그랬어요.

최철남 : 그때 제가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축구를 안 한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었어요. 아닌 게 아니라 처음에는 신발핑계를 대면서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같이 시작하고 나중에 나가도 된다고 말한 뒤 시작했어요. 그냥 맨발로 그냥요. 그런데 갑자기 여자애들이 더 승부욕이 생겨서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난거예요.

이민경 : 그때 심지어 여자들이 승부차기를 했어요. ‘약간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승부욕이 있어서 해가 지는데도 안 가려고 하는 거예요. 도대체 그 축구가 뭐라고, 월드컵 수준이었어요.

최철남 : 남한이 북한과 다른 게 잔디구장이다 보니까 맨발로 뛰어도 상관이 없다는 점이에요.

이민경 : 축구화는요?

최철남 : 진짜 축구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아이는 축구화가 없어요. 그냥 운동화라든가 북한에서는 지하족이라고 하는데, 지하족 신고 차고 다니든가 그래요. 축구화도 비싼데다가 구하기도 힘들어요. 북한에는 축구화가 없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축구를 하는 축구부 친구들도 축구화가 몇 명만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국가선수들의 축구화만 봐도 질이 안 좋아요. 그런데 남한이나 다른 나라 선수들보면 비싼 축구화를 신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 국가대표 선수가 신는 축구화가 그 정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더한 거죠? 이민경 : 남한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마다 축구교실이 있어요. 제 동생의 경우에도 축구교실에 있었는데 제가 봐도 너무 멀쩡한 신발인데 바꿔달라고 엄마한테 엄청 떼쓰는 모습을 봤어요. 왜냐하면 애들이 어렸을 때니까 좋은 상표에 혹 해가지고 친구가 기능이 들어간 신발을 샀다하면 다음날 자기는 더 좋은 것을 신고가야 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그 전의 축구화는 그대로 신발장으로 들어가 버려요. 그래서 나중에 불우이웃 돕는데 냈던 게 기억나요. 또 어른들도 회사에서 축구회를 만들 수 있고 조기축구라고 동네에서 어른들이 축구모임을 따로 만든 게 있어요. 제가 가서 본적이 있는데 그분들도 좋은 상표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상당히 좋은 물건을 쓰시더라고요.

최철남 : 남한에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아니면 취급을 안 하니까요.

진행자 :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북한 국가대표 선수들보다 어쩌면 그냥 일반 동호회 수준의 축구를 즐기시는 분들의 신발이 더 좋을 수가 있어요.

최철남 : 너무 좋죠. 좋을 수가 있는 게 아니라 훨씬 좋아요.

내레이션 : 사람은 누구나 상대와 겨루어서 이기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놀이’에 승부욕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요? 그 예로 철남 씨와 민경 씨는 축구에 대해 이야기 해줬는데요, 놀이를 통한 즐거움은 같았습니다. 다만 눈썰매와 마찬가지로 장비, 도구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장비가 있는 남한에서는 ‘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까요?

이민경 : 좀 놀고 싶네요. 안논지가 오래 됐거든요. 저는 ‘나우’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예요. 제 나이 또래는 결혼한 애들도 있어서 놀 기회가 별로 없어요. 이런 봉사단체는 자의든 타의든 자리가 있는 경우에는 나가서 놀아야하니까 그런 기회가 되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축구도 진짜 오랜만에 해 본 것이고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게 일단 좋죠.

내레이션 : 남한에는 ‘제대로 놀아봐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한마디로 ‘놀이’는 삶의 활력소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큼 ‘놀이’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청춘들이 되기를 바라며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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