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정치문화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08.18
two_leader_statue_b 김일성 주석의 사망 23주기인 지난 7월 8일 북한 주민과 장병들 등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엊그저께 8월 15일 광복의 날에 남한에서 기념행사를 했지요? 오늘은 1945년 광복으로부터 72년이 흐르면서 여러 면에서 이질화 된 것 중에서 정치문화의 달라진 양상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정치문화라는 것은 정치행위가 어떤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느냐 하는 것을 말하지요. 대개 정치적인 전통이나 해오던 관행을 바탕으로 해서 그 나라의 국민성이나 민족성, 정치의식 등이 작용해서 나타나는 정치성향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는 문제죠.

정치문화에 대한 정의가 쉽게 다가오지 않군요. 구체적인 예를 통해 말한다면?

임채욱 선생: 이렇게 말해 볼까요? 옛날 공자는 정치를 하려면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히 갖추고 백성들이 믿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표현으로 보면 경제적 안정, 군사적 방비, 정치적 신뢰인데, 공자는 이 가운데서 정치적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다음이 식량이고 군비는 나중입니다. 그런데 통치자에 따라서는 공자 말대로 신뢰를 잃으면 모두 잃는다고 보는 통치자도 있지만 신뢰보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통치자도 있고, 식량보다 군비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통치자나 백성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정치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남북한을 비교할 수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공자가 말한 것은 전통시대에서 유교적 덕치가 이뤄지던 시대를 배경으로 말한 것입니다. 유교적 덕치는 정치에서 도덕을 우선으로 내세웁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법에 맞다, 맞지 않는다 하는 것보다는 도덕적으로 정당하냐 안 하냐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법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따지는 것은 법치이고 도덕적인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덕치라고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오늘날 정치는 덕치보다는 법에 따라 다스리는 법치를 더 중시하는 시대입니다. 한국에서는 법치를 앞세우고 있지요. 상대적입니다만 북한에서는 인덕을 내세우는 덕치가 더 앞선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통치자의 덕성스러움이 법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지요.

인덕이라니까 생각납니다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를 성공 시킨 책임자를 등에 업는 모습도 보이는데, 물론 기뻐서 한 행동이지만 이런 것도 인덕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전통시대 같으면 당연히 인덕으로 높이 쳐 질 수 있지요. 하지만 김정은의 행동은 인덕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기뻐서 일어난 반사적 반응이라고 봐야지요. 한국에서 지난 현충일 날 훈장을 받은 노병이 걷기 힘들어 하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걸어가서 직접 부축한 일이 있는데 이런 것은 인성이 좋다는 것이지 인덕이라고 까지 말하긴 어렵지요. 인덕은 어진 덕으로 공자는 정치를 인덕과 예로서 하라고 했습니다. 이 때 인덕은 개별적인 어진 행동이 아니라 덕성스러운 통치술을 말합니다. 사람을 다스리는데 지혜가 있어도 덕으로 해야 되는 것이고 예로써 공경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세종임금 경우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종묘에서 제사를 올리는데 제물을 받들던 제관, 이조판서가 맡았습니다만, 이 제관이 좁은 공간에서 그만 넘어 질 번 하면서 실수를 합니다. 세종은 사람 잘못이라기보다 공간이 좁아서 그렇다고 보고 즉시 공간을 넓히라고 명령합니다. 이런 것을 두고는 인덕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남북한 정치문화를 좀 더 법치와 덕치라는 관점에서 살펴볼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선대통치자 김정일이 인덕정치를 했다고 선전합니다. “인민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지니시고 우리 인민을 위한 가장 훌륭한 인덕정치를 베풀고 있다”(노동신문 93. 1. 28)고 했는데 그 사례를 든 것은 외딴 섬에 발생한 환자를 옮기려고 헬리콥터를 보내도록 조치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앞선 선대통치자도 온갖 인덕정치를 베풀었다고 하지요. 유치원 마당에 자갈이 많아서 유치원생들이 다치는 것까지 걱정하는 모습이 인덕이고 덕치란 것으로 선전됐지요.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홍수나 화재를 당한 주민이 자기 나이 많은 부모보다 수령과 지도자의 초상화를 먼저 꺼내야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이 어찌 덕치와 어울립니까? 절대권력이 행사되는 절대왕정이 아니고서는 가능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북한 정치문화에서 민주적 정치란 없는 것이지요.

북한 헌법이나 나라 이름에도 민주주의는 엄연히 있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할 때 인민이 주권을 가진 민주적인 공화국이지요. 한데 이때 민주주의가 어떤 민주주의인지 김일성 말만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김일성은 말하길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구미자본주의 국가의 민주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또한 사회주의 국가의 민주주의를 그대로 본 딴 것도 아닙니다.”(김일성 저작집 1권 286면)라고 했습니다. 마치 3대세습을 내다보고 한 말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모두에게 이른바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이른바 자유를 준다면 이것은 엄중한 우경적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된다.” 최고통치자가 이런 말을 하는 체제에서는 민주주의가 살아 날수 없지요.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제대로 되고 있다고 봅니까?

임채욱 선생: 제도상으로야 아주 민주적이지요. 하지만 한국 정치인들은 이른바 쇼라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인기를 얻고 결코 그렇지 않으면서도 민주적인 양 행동하려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도 많은 것을 목격합니다. 정치인들은 기업인이 2류 소리 들을 때도 3류라고 욕을 먹을 정도로 하는 일도 없고 천박한 행동을 해왔다고 봅니다. 다 잘못된 정치문화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은 연극사회이고 한국은 연기사회라고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북한은 통치자 한 사람의 말에 따라 법치보다 덕치를 바라면서 사는 사회라서 주민들은 꼭두각시처럼 연극을 잘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남한사회에서는 연기를 잘해야 이득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의 정치인이 이해관계를 따져서 움직이다 보니 한국의 정치는 코미디언이나 연예인들의 비아냥하는 대상이 됩니다. 북한의 연극사회나 한국의 연기사회는 오십보 백보처럼 보이지만 한국사회에선 정치인이 그래도 비아냥하는 대상이라도 되지만, 북한에선 그런 연극자체가 있을 수 없는 사회이죠.

향후 남북한 정치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바람직 할까요?

임채욱 선생: 남북한에서는 정치를 보는 가치관이 7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오면서 달라졌지요. 처음에 군사적 통치 때문에 38선을 경계로 나눠지는 지리적 분단으로 시작되더니 각기 다른 이념으로 정권을 세워 이념적 분단이 됐고 또 세월이 가면서 문화적으로 이질화된 결과로 민족분단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가 70년 세월을 통치하면서 왕조처럼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헌법이 있고 법률이 있고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보다 당 규약이 우선이고 당 규약보다 통치자의 어록이 우선으로 받들어지는 곳이지요. 그런 풍토에서 개인의 자유나 개인의 성취 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키는 정치문화 풍토를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60년대에는 군인이 경제성장의 바탕이 되는 사회안정을 마련했고, 70년대에는 공직자가 경제성장을 앞장서서 이끌었고, 80년대가 되면 기업인이 한국사회를 국제화 되는 쪽으로 이끌었지요. 그리고 90년대 이후에는 창조적 전문가 집단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봐야지요. 그런데도 아직도 돈 있으면 무죄가 되고, 돈 없으면 유죄가 된다고 하는 한국사회 유행어처럼 사회정의가 문제이기도 한데 이런 것도 한국 정치문화의 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끝으로 정치문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는다면?

임채욱 선생: 문화는 정치문화든 무슨 문화든 다른 사람의 자유와 고유한 가치를 인정을 해야 이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화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적입니다. 다른 말로 민주주의는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서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민주주의가 발전되는 나라에서 올바른 정치문화가 형성된 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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