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과 통일문화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09.29
open_sky_dangoon_b 평양 단군릉에서 열린 개천절 남북 공동기념행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은 그간에는 한국에서 단군을 숭배하고 개천절 행사를 하는 것을 두고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느니, 공산주의를 반대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9월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9월을 맞으면서 우리는 80년 전 민족의 슬픈 역사, 고려인들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를 생각했습니다. 이제 10월을 맞습니다. 10월에도 민족과 국가를 떠올리게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먼저 개천절입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에서 열리는 개천절행사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올해 개천절 10월 3일은 단군기원 4350년이 됩니다. 그러니까 단군께서 나라를 세운지 4350년이라는 것입니다. 서울에서는 정부주관으로 개천절 기념식을 열 것이고 평양에서는 단군민족통일협의회가 주관하는 단군제가 단군릉 앞에서 열릴 것입니다.

개천절과 단군제는 이름부터 다른데요?

임채욱 선생: 한국 개천절 행사는 정부주관의 기념식 외에 민간단체가 여는 여러 행사가 있습니다. 정부주관 기념식은 기념사가 있고 간단한 기념공연이 있지요. 민간단체 행사는 단군을 신으로 보는 종교적 성격을 띈 행사도 있고 단군을 나라를 세운 국조로 보는 행사도 있고 또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보려는 행사도 있지요. 한편 북한에서도 개천절 행사를 하는데 단군릉에서 먼저 제사를 지냅니다. 제사에는 술을 따르고 추모묵념을 합니다. 다음으로 주관자인 단군민족협의회 대표가 기념보고를 하고 연설도 합니다. 1994년부터 단군제라고 이름을 붙이고 행사를 하다가 1998년부터는 개천절 행사라고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단군민족협의회 회장은 유미영이란 여성인데 작년 11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해 누가 나오는지는 모르지요.

남북한은 단군을 기리는 기념식이나 제사를 지내면서도 단군을 기원으로 하는 연호 즉 단기는 쓰지 않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처음 단기를 사용하다가 1961년도인가, 그 때 서기를 기본연호로 한다고 바꿨지요. 하지만 단기도 병용하고 있지요. 북한에선 이 단기연도는 쓰지 않지요. 북한에선 서기도 쓰지만 초대 통치자 김일성이 태어난 연도를 기원으로 삼는 ‘주체’라는 연호를 더 앞세워 쓰고 있지요. 이것은 단군에 대한 역사기록을 믿지 않고 그들이 확인한 고고학적 지식에 따르겠다는 뜻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확인했다는 고고학적 지식은 어떤 것을 말합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은 1993년 평양시 강동군 강동읍에서 좀 떨어진 대박산 동남쪽에서 단군릉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이 능에서 두 사람분의 팔다리뼈와 골반뼈가 나왔는데 남자와 여자 뼈라는 것입니다. 이를 전자상자성공명법이란 방법으로 두 개 연구기관에서 측정했더니 둘 다 같은 숫치 5011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즉 5011년 전의 사람의 뼈니까 단군의 인골이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역사책에 쓰인 단기 기원 4350년 보다는 훨씬 앞선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중국역사책을 통해 추정하는 단군의 나라 건국연도보다 몇 백 년이 앞선 고고학 연대가 더 맞고 의미 있다고 보는 거겠지요. 5011년이란 것도 1993년 기준이니까 지금은 5035년 전이라고 해야겠네요. 북한은 그때부터 단군이 신화에 나타나는 존재가 아니라 실재로 있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하지요.

북한은 그 동안 단군을 부인했던 것으로 아는데 왜 그렇게 단국에 대해 집착했다고 겁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은 그간에는 한국에서 단군을 숭배하고 개천절 행사를 하는 것을 두고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느니, 공산주의를 반대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무래도 단군을 부인하고서는 민족사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단군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2천년이 넘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인하는 결과가 되니 이를 받아들이려고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래된 능이 발견됐고 여기에서 나온 인골을 조사해봤더니 5011년 전에 죽은 사람의 뼈라고 하니까 이게 단군릉일 가능성이 틀림없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여야 대남관계에서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단군제라는 이름으로 기념행사를 하다가 1998년부터는 개천절행사라는 명칭으로 기념행사를 하면서 10월 3일을 민족의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대남관계에서 단국은 어떻게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무엇보다 평양이 아주 좋은 도읍터란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군릉이 평양에 있다는 것으로 해서 평양이 단군이 태여나고 나라를 세웠기에 우리 민족의 시원이 열리고 평양을 거점으로 해서 민족이 형성됐다는 것이고 우리 민족이 세운 첫 나라가 등장했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겠지요.

그간 남북공동으로 지낸 개천절행사도 있었다지요?

임채욱 선생: 단군릉이라고 하니까 당연히 단군을 연구하는 학자나 단군을 종교적으로 믿는 종교인들이 찾게 되지요. 2002년 평양에서 열린 개천절행사에는 남쪽에서 간 사람들이 기념식 참석과 학술토론회도 가졌습니다. 북한에서 2008년 9월에 단군통일협의회를 만들자 한국에서도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란 단체를 만들어 평양에서 열리는 개천절 행사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단군통일협의회가 통일을 내세우며 단군의 정신은 이야기 하지 않고 6.15공동선언이나 10. 4남북선언을 실천해야한다고 정치적인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단군이 말하는 홍익인간 정신은 통일과 연결되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단군의 정신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광명개천(光明開天),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입니다. 광명개천은 밝은 천하를 연다는 것이고 홍익인간은 넓게 사람에게 이익이 되게 한다는 것으로 포옹과 화합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세이화는 세상을 제대로 살펴서 이치대로 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세 가지는 그대로 민족을 화합시키고 통일문화를 이룩하는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이 세 가지 정신은 별로 언급하지를 않습니다. 김일성이 잊혀졌던 단군을 찾아 줬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단군도 주체사상을 통해야만 보인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소설이지만 단군 찾기 과정을 다룬 한 소설에서는 미국에 사는 한 동포의 입을 빌려서 단군이시여 일어나서 민족의 태양이신 김일성주석님께 감사의 절을 드려주소서 라고 합니다. 단군을 찾아 줬다고 단군더러 김일성에게 절을 하라니 망발이 아주 심합니다. 여기에서 단군을 그렇게 찾은 이유가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단군을 민족의 구심점으로 해서 통일민족문화를 형성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임채욱 선생: 단군정신은 한마디로 포옹과 화합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정신은 당연히 통일문화를 이룩하고 나아가서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입니다. 김일성의 주체사관이란 프리즘을 통해야만 단군문제를 풀 수 있다는 태도로서는 깊은 강이 놓여있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단군정신으로 회귀하려면 주체연호를 사용하기 보다 단기연호를 찾는 일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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