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치는 페트병, 한반도도 예외 아냐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07.13
pet_bottle_b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페트병과 캔을 에코로봇에 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심각한 환경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페트병 소비를 들여다봅니다.

페트병이 기후변화만큼이나 심각한 환경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페트병은 가볍고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는데요, 생수, 청량음료, 간장 등 조미료의 용기로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매초마다 2만 개의 페트병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데, 이 숫자가 2021년이면 더 증가해 심각한 환경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페트병 음료병이 4천8백60억개라고 합니다. 이는 10년전의 3천억개에 비해 50%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대략 1분마다 90만개 이상이 팔린 셈입니다. 이대로 지금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2021년 한 해에는 약 5천8백30억개가 소비될 전망입니다. 특히 중국의 페트병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 전 세계 페트병 소비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페트병 소비는 소비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내걸고 판매하는 생수를 통해 확산됐는데요, 공공재였던 수자원을 페트병에 담아 시장으로 넘기면서 물의 사유화를 가속시킨 촉매제이기도 합니다. 백 부소장의 말처럼, 중국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는데요, 2015년 중국의 생수 소비량은 684억병에서 2016년 738억병으로 1년 만에 무려 54억병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페트병의 수거와 재활용 비율이 빨라지는 페트병의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페트병은 그 재질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재활용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체 생산량의 3.5% 미만입니다. 나머지는 쓰레기장에 매립되거나, 바다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쓰레기장에 매립되는 경우, 플라스틱이라 분해되긴 하지만 수백 년이 걸립니다. 바다에 버려질 경우,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현재도 죽은 어류의 내장기관에서 플라스틱 마개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선을 포함한 수산물에서 인간의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어류를 통해 인간에게 옮겨지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대구와 해덕·고등어 등 영국 식탁에 오르는 어류의 3분의 1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구와 해덕 등은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피시 앤드 칩스'에 사용되는 어류입니다. 또 벨기에 겐트대학 과학자들도 최근 "수산물을 즐기는 사람은 1년에 1만1000개가 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먹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연구기관인 ‘엘런 맥아더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매년 5백만∼1천3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져 새나 어류, 해양생물체의 먹이가 되는데요, 2050년쯤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어가 들어간 플라스틱 봉지가 일본 앞바다에서 흔하게 발견되고, 또 서해와 제주 해안에서 조잡한 한문이 잔뜩 들어간 중국산 페트병 쓰레기를 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지난 2015년, 그러니까 2년전에 저희 해양쓰레기에서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합니다. 전라남도 영광과 남해의 여수 지역에서 나온 해양쓰레기를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략 61%가 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문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생수병입니다. 한국의 생수병 시장은 2016년 약 7400억원까지 확대됐습니다. 이는 전년도인 2015년에 비해 15.5%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대로 가면 오는 2020년에는 약 2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생수가 담기는 병이 페트병인데요, 출고량에 비해서 재활용량률이 80%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100%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 이 수치는 선진국에 비해서 약간 못 미칩니다. 이렇게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이 바다에 버려지거나 해안에 그대로 유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현재 페트병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종합대학 졸업 이후 1990년대에 탈북해, 현재 한국의 일간지에서 일하는 주성하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주성하) 어렸을 때 저의 집에 신덕샘물이라는 상표가 적힌 2리터짜리 수지물병이 있었습니다. 남쪽에서는 그런 병을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병이라고 하는데, 북에선 외래어를 안 쓰니 수지 병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유리병과는 달리 깨지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서 술병이나 물병으로 잘 사용됐죠. 제 고향이 바닷가인데, 가끔 태풍이 오면 일본에서 수지 병들이 많이 밀려옵니다. 그러면 그런 병들을 주어다 요긴하게 썼죠. 1994년경부터 프랑스 오물을 수입해오기 시작한 뒤로 북엔 수지병이 아주 흔해졌습니다만, 그 이전까진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역시 페트병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북한에서 페트병에 의한 환경오염이 정확하게 공개된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한 연구에 의하면 2010년 북한이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5만톤에서 12만톤 정도로, 전 세계에서 19번째로 많은 량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90%가 부적절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는 바다에 그대로 버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페트병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데요, 체계적인 재활용이나 관리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지구를 잠식해오는 페트병의 질주를 막으려면 소비든 생산이든 둘 중 하나는 제동을 걸어야 할 텐데요, 백 부소장은 전자를 택합니다. 어차피 성장세를 타고 있는 생수시장에서 기업이 생산을 멈출 동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백명수) 생산보다 소비를 줄이는 게 현실적인데요, 한국 내에서는 친환경적 소비를 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예컨대, 생수병 대신에 수돗물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특히 야외나 이동 중에 텀블러, 즉 손잡이가 없는 컵을 사용해서 생수병을 줄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텀블러를 사용하는 인구가 차츰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 의회가 2015년에 일회용 병입수 사용 제한과 수돗물 음수촉진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병입수를 쓰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들이 시작인데요, 점점 페트병 사용을 줄이자고 하는 공적 기관이나 민간의 움직임이 협력해서 페트병을 줄이는 움직임이 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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