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관리, 북 장애인 인권 과제 산적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05.23
un_envoy_visit-620.jpg 북한을 방문한 카타리나 데반다스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장애자(장애인) 권리 담당 특별보고관(오른쪽)이 지난 8일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보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최근 방북을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최근 북한을 방문한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먼저 유엔 특별 보고관 제도는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의 일환입니다. 이 특별절차는 '특별 보고관'으로 불리는 개별 전문가와 실무 그룹으로 나뉩니다. 주요 업무는 특정 국가나 주제별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연구, 분석, 보고서 작성 등을 통해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활동을 합니다. 이번에 북한을 방문한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귈라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오랫동안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다 2014년에 임명됐습니다.

양윤정: 아귈라 특별보고관의 이달 평양 방문이 유달리 주목을 받은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보고관들의 활동 목적을 막론하고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인권위원회 시절부터 활동해 온 역대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들은 지속해서 방북을 요청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이처럼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한 배경은 뭘까요?

장명화: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인권 문제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국제사회의 인권비판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체제에 직접적 부담이 되는 표현의 자유나 정치범 수용소 문제 등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관련한 문제 제기에는 강력하게 맞대응 하면서도, 장애인·여성·아동 등 특정 사회적 집단의 인권은 적극적 개선 의지를 보이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과 관련된 인권결의안을 배격하며 이에 따라 나온 북한 인권상황 관련 특별보고관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똑같다라고 하면서도, “국제인권 분야에서의 진정한 대화와 협력을 중시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특히 장애자 권리에 관한 협약을 포함해 북한이 가입한 국제인권 협약들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입장에서 이번에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을 방문하도록 초청했고, 방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의 말입니다.

(탈북자) 나의 견해로서는 그런 거는 대내외 선전을 위한 것이지, 장애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은 저는 전혀 믿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고, 그럴 수가 없습니다.

양윤정: 아귈라 특별보고관은 북한에서 어떤 활동을 펼쳤습니까?

장명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보고관은 이달 초 여드레 동안 보건성,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 조선농인협회, 조선맹인협회 등의 북한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또 평양시에 있는 옥류아동병원, 과학기술전당 장애자열람실, 조선장애어린이회복원, 평양초등학원, 황해남도 봉천맹학교를 참관했습니다. 또 조선장애자예술협회 장애자 예술소조원들의 공연과 봄철 장애자·애호가 탁구경기도 관람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간 특별보고관의 중간 평가는 어떻습니까?

장명화: 아귈라 특별보고관은 북한에서 장애인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는 등 장애 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귈라 특별보고관은 북한 정부가 장애인들의 존엄과 능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조치를 취하고, 모든 장애인 학습자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반 위에서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공공시설에 대한 장애인들의 물리적 접근 능력을 향상시키고,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장애인의 법률적 능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특별보고관은 특히 장애인의 자유 박탈에 관한 정보를 받지 못했고, 일부 핵심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했으며 정신보건 시설을 방문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방북으로 북한 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하는 건설적인 관여를 위한 기회가 더 많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귈라 특별보고관이 평양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귈라) 유엔 체제와 북한 내 유엔 기구들, 북한 내 여러 대사관들, 그리고 모든 국제단체들이 실행하는 여러 사업들에서 장애인이 배척되거나 하지 않도록 고려하고, 북한에서 펼치는 모든 인도적 구호사업의 전략과 프로그램에서 장애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편입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편, 아귈라 특별보고관은 내년 3월에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주요 방북 결과와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포함한 무슬림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유전자정보 표본 수집과 자료은행 작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AP통신은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중국이 최근 30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을 편성해 해외에서 유전자 분석 설비를 구입하려는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이는 무슬림 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유전자정보 분석 설비 구입 주장은 신장자치구 공안당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 의해서도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유전자정보 표본 수집 확대는 무슬림 주민들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 가능성을 증폭한다고 우려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1989년부터 유전자정보 표본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현재 약 4천만명의 유전자정보 자료은행을 구성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국외 추방에 앞서 일본 도쿄의 외국인 수용소에 수용된 불법 체류 외국인 20여명이 수용소 측의 열악한 처우에 항의하는 집단 단식에 들어갔다고 프랑스의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도쿄 입국관리국은 통신에 "재소자들이 9일 저녁부터 수용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수용소 처우와 가석방 신청 등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밝혔습니다. 외국인 재소자 인권 단체인 '가석방자 모임'은 단식에 참가한 재소자들이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12개 나라 출신이며, 연령대는 25~55세라고 전했습니다. 도쿄 입국관리국에 따르면, 이 수용소엔 580여명의 불법 체류 외국인이 머물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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