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인분 구하려 학업을 포기하는 북 학생들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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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의 아파트 건설현장에 동원된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새 학기가 시작 된지도 보름이 지났건만 북한의 학생들이 인분거름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며칠 전에 인터넷에서 보았습니다. 세 양동이 분량의 거름을 학교에 바쳐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구하기가 힘들어 구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 개학날이 지난 오늘까지도 아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인분만 바치라고 하면 모르겠는데, 학교에 바치라는 것이 너무도 많아 아예 학교 보내기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한창 학교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할 아이들이건만 어린 학생들이 인분을 구하려고 공동화장실 앞에서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앉아 누군가가 변보기를 기다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가슴 아픈 상황입니다. 농업 문제 해결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배울 권리가 있고 국가는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으며 나라의 교육 수준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머리 좋고 교육열이 높기로는 북한도 뒤지지 않으므로 북한 당국이 교육문제에 조금만 투자를 제대로 한다면 얼마든지 다방면으로 훌륭한 일꾼들을 키워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무상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지금 북한은 오랜 경제난으로 무상교육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학부모들의 세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필, 공책 등 기본 학습도구와 교복 등 아이들이 써야 할 물건들은 물론이고 땔감나무, 석탄, 벽돌, 시멘트, 장갑, 양말, 덧버선, 유리, 못, 비누, 빗자루 심지어는 건설에 쓰이는 곡괭이, 삽, 들것 등 그야말로 학교에 바쳐야 할 물건들 역시 다양합니다. 한창 공부밖에 모를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면서 벌써 내일 아침에는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까, 어디에서 구할까를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생활 형편이 괜찮은 집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구할 수 있지만 생활이 어려운 가정집에서는 아버지가 공장 부속품이라도 훔쳐다가 주는 판이고 이도 저도 없는 집에서는 아예 학교에 안 보낸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니라 1980년대 중반 북한 사정이 열악해지면서부터 지방에서는 이미 시작된 일입니다.

식량 공급처럼 상점에서 학생들의 명단대로 공책과 연필을 공급하던 것도 식량 공급과 함께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당시 모든 것이 너무도 넉넉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도 공책에 줄을 쳐주면 한 칸에 두 글자씩, 심지어는 세 글자씩 깨알같이 쓰곤 했었습니다. 그나마도 한번 쓰고는 다시 지우개로 지우고 쓰곤 했고 지우개조차 없어 손가락에 침을 발라 지웠는데 질이 나쁜 종이다 보니 금세 찢어져 너덜너덜 볼품없는 종이 위에 다시 쓰곤 했습니다.

평양시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난방공급이 되지 않아 겨울이면 나무와 석탄, 연유도 구입해 바쳐야 했습니다. 심지어 담임선생님의 반찬감까지도 해결해주어야 했습니다. 봄이면 어른들과 꼭 같이 아이들도 분토도 바쳐야 했고 모내기 전투와 가을걷이에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로 남편과 자주 싸우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제 동생은 학교에 바쳐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학교 갈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조차 시키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조차도 선생님과 친구들의 비판 때문에 모서리가 되어 학교를 그만두고 부모님을 따라 뙈기밭 농사를 짓기도 하고 산에 가 나무를 해다가 팔기도 하고 여학생들은 빵소랭이를 앞에 놓고 할머니들처럼 장마당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장사도 하고 기차역에 서있는 화물차에 묻은 시멘트와 땅에 흘린 석탄을 쓸어 팔며 어린 학생들까지도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분을 구하기 위해 공동 화장실 앞에까지 앉아 누가 변보기를 기다리기를 지키고 있다고 하니 북한 실상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저로서, 또 아이들을 키운 학부모로서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주에 저는 이제 금방 유치원에 입학한 손녀의 책가방을 열어 보았습니다. 제일 눈에 띈 것이 지우개였습니다. 눈보다 희고 파랗고 노란 색깔의 지우개를 손에 쥔 채 한참을 말없이 들여다보고 있는데 손녀가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북한에서 할미가 제 엄마를 키우던 옛말을 하면 아직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너무도 어린 손녀는 말없이 마냥 웃고 있는 이 할미가 혹 지우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줄로 착각을 했는지 고사리 손으로 지우개 한 개를 선물로 준다고 제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얼결에 지우개를 받아 쥔 저는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지난날 우리 아이들이 지우개가 없어 손가락에 침을 발라 지우며 공부하던 그 시절과 오늘도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건만 인분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나마 생활 조건이 조금 괜찮은 아이들이 인분대신 학교에 바치고 있는 돈이면 어려운 가정집에서는 온 집안 식구가 강냉이 죽이라도 실컷 배불리 먹을 수 있으련만, 그런 돈조차 없는 가정의 아이들은 인분 때문에 학교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4월15일 김일성 전 주석의 100회 생일에 임박해 수억 달러가 들어가는 미사일을 또 쏜다고 합니다. 값비싼 미사일을 자기 위선을 위해 하늘로 쏘아 보낼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앞으로 나라를 떠메고 나갈 미래인 어린 학생들의 교육 문제에 써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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