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각 평양 생각] 새로 받은 주민등록증

지난주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려고 동사무소를 찾았습니다. 이미 동사무소엔 탈북자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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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13자리 숫자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번호는 태어난 곳와 사는 곳. 또 태어난 연도와 날짜, 성별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남쪽에 들어와서 같은 시설에서 주민등록을 발급받은 우리 탈북자들은 거의 비슷한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률적인 주민등록번호 탓에 탈북자들은 중국 입국할 때나 직업을 구할 때 불이익을 받아왔습니다.

지난달, 법이 개정되면서 2월 1일부터 새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저를 비롯한 많은 탈북자가 새 주민등록번호를 받고자 동사무소를 찾은 겁니다.

담당자는 우선, 구청에 가서 '북한 이탈 주민 확인서'를 발급해 오라고 했습니다. 구청으로 한 달음에 달려가 제 아들 것과 제 것, 두 통의 확인서를 받아서 다시 동사무소로 갔습니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어찌나 바쁘게 움직였던지 땀이 다 났습니다.

제가 다시 동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이었지만 담당자는 친절하게 처리해줬습니다. 담당자에게 이번 새 주민등록증에 사진을 바꾸면 안 되는가고 물었더니 사진을 가져 왔는가 묻기에 저는 인차 사진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금방 선 자리에서 사진을 돌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민증 사진을 바꾸려고 줬는데 왜 저에게 다시 돌려주는가?"하고 물으니 담당자는 벌써 입력이 됐다고 했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저는 "입력이 무엇인가?" 다시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취급자는 이미 사진은 컴퓨터에 입력됐기 때문에 돌려줬고 3일이면 주민등록번호가 정정된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정말 3일 만에, 동사무소에서 제 손전화기에 주민등록번호가 정정이 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월요일 점심, 저는 다시 동사무소로 갔습니다.

담당자는 반가워하며 새 주민번호가 나왔다면서 운전 면허증 뒷면에다 새로 나온 주민 번호를 입력해 주었습니다. 저는 새로 나온 주민등록증을 보고 또 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기간, 비슷한 주민등록번호을 가진 탈북자들은 중국 방문에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입국 비자를 받기도 하늘에 별따기. 입국을 하더라고 공항에서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제가 아는 주변에 있는 친구는 친척 방문으로 중국에 갔는데 공항에서 탈북자가 아니냐면서 북한으로 가라고 노골적으로 대했다고 했습니다.

이제 보고 싶은 친지를 만나기 위해, 또 사업을 하기 위해 중국을 가는 탈북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겠지요.

북한에도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시민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997년 2월 김정일이 생일을 맞으며 평양시내 주민들은 공민증과 공민등록증을 시민증으로 발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시민증을 위한 사진을 찍는 데만도 1년 넘게 걸렸답니다.

시민증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 분주소 내 안전원들과 구역 안전부 주민 등록부 담당 안전원이 사진사를 데리고 와, 주민들을 동사무소 운동장이나 분주소 마당으로 모았습니다. 주민들은 마당에 한 줄로 서서 번호, 가구, 세대, 인구, 세대주 순위부터 한 사람 한 사람씩 무슨 큰 행사처럼 얼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시민증 받을 때에도 큰 회의실에 온 주민이 모여 마치도 당증을 받는 자세로 정중하게 주석단에 올라가 받고는 감사의 토론도 하고 시민증을 잃어버리면 차례지는 벌금과 처벌에 대해 안전부 일군의 해설도 듣고 했습니다.

하기에 평양시 시민들은 새로 받는 시민증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고 이것을 공민으로서 갖는 무슨 큰 영광인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런 시민증이었기에 저는 고향을 떠나 중국에 있으면서도 한 1년은 신분증을 당증과 함께 저의 전부인 것처럼 항상 가슴 속 깊이 간직했답니다.

참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공민으로서 신분증을 잘 간수하는 것은 응당 했지만 그것이 당에 충성을 보이는 척도라도 되듯 싸고 또 싸서 간직하고, 또 그것을 잃어버릴 때 처벌을 받고... 지금 생각하면 모두 허망한 짓이었습니다.

새로 받아든 주민등록증에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이 새로운 주민등록증으로 탈북자들은 모두 남쪽에서 떳떳하게 잘 살아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