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봄 꽃 축제

지난 주 날씨는 봄이 지나고 겨울이 다시 온 듯 묘한 날씨였습니다. 꽃샘추위가 여전해서 아직 외투를 벗어버리지도 못했는데, 서울의 공원들과 남도 지방에선 벚꽃을 비롯한 봄 꽃 축제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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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관령을 비롯한 산간 지대에는 지난 주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산과 마을 주변에 있는 나무 가지마다 흰 눈꽃이 피어 있는 모습도 텔레비전의 화면을 통해볼 수 있었습니다. 하얀 눈이 쌓인 산을 보는 순간, 저의 마음은 어느새 대관령 태백산 정상에 올라 있는 듯 했고 지난 해 겨울 산악회원들과 대관령 정상에서 한 길 되는 눈 속에 파헤치며 90도의 경사지를 내려오던 생각도 났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산을 찾았습니다.

봄날에 함박눈을 맞아 보는 것도 인생의 즐거운 추억이 된다고 하면서 강원도로 가려고 했는데, 미끄러운 진창길에 운전이 염려 된다고 강화도에 있는 마니산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내린 뒤끝이라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그 동안 회포도 나누며 산을 오르는 저의 마음 한결 가벼웠습니다.

산봉우리마다 벌써 여기 저기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파릇한 나무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진달래꽃이 붓으로 산에 연분홍색을 찍어 놓은 듯 선명했습니다. 산을 내려다보며 정말 한반도 땅은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저는 습관이 된 듯 아직도 꽃만 보면 고향에서 꽃 찾아 산과 들판으로 헤매던 생각이 납니다. 김일성의 동상에 놓을 꽃 때문에 참 눈물도 많이 흘리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꽃을 보고 이런 추억을 하는 것은 아마 저뿐 아니라 우리 탈북자들은 똑같을 겁니다. 이제 이런 추억은 좀 잊어버리고 살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한반도의 토끼 꼬리만한 작은 땅 덩어리 안에서 절반인 북쪽에서는 주민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고통을 받고 나머지 절반인 남쪽 땅에서는 모든 것이 차고 넘쳐 문제입니다. 북쪽에서 태어나 자라고, 지금은 남쪽에 살고 있는 저는 사실 심장이 절반으로 나뉘어 살아갑니다.

마음 절반은 이곳 남쪽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절반은 북쪽 고향에 있는 형제들과 친척들을 향합니다. 그래서 어디서건 어떤 좋은 것을 먹어도 좋은 것을 봐도 심장의 절반은 기뻐하고 나머지는 아파합니다.

우리는 정상에 올라 그동안 입에 맛들인 '조 껍데기' 막걸리 한 잔에 오이를 된장에 찍어 먹으며 "눈이 많이 내린 강원도로 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수다를 털어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과 봄의 한 계절이 바뀌는 데도 이런 큰 우여 곡절이 있듯이 사람들의 인생살이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

산도 올라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내려가는 길이 있고 인생살이 '새옹지마'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오고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오니, 인생은 이렇듯 우여곡절을 타고 갑니다. 지금의 어려운 일도 이런 생각을 하면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우리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을 한껏 마음에 안았습니다. 이런 좋은 기운을 오늘 여러분께 실어 보내 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