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각 평양 생각] 해바라기와 벚꽃 놀이

이곳 남한에서는 가는 곳마다 봄꽃 잔치가 한창입니다. 지난 주말, 여의도 벚꽃 축제를 가기로 약속을 해 놓고 한 주가 얼마나 더디게 가는지 몸살이 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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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말 아침, 아파트와 마을 사람들은 꽃놀이를 간다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야단법석을 흥성거렸습니다. 이렇게 흥성거리는 마을 주변을 보며 저는 잠깐 고향 생각이 간절해 졌습니다.

지금과 같은 4월 화창한 날이면 내 고향 사람들은 봄꽃 놀이 구경으로 흥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 밖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답니다. 이곳 남한과는 정반대로 아궁에 땔 것이 충족하지 못하다 보니 밖에 날씨는 더우나 집 안 온도는 싸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들은 남편이 늦은 밤 퇴근해 와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는 집안 청소를 하다 보니 늦은 오후 3시가 돼서야 집을 나섰답니다. 이날 꽃놀이에는 평택에서 온 큰딸 내외와 손녀도 동참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어느덧 여의도 국회 청사 앞에서 내렸습니다. 4차선 도로가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서울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은 모두 모인 듯했고, 사람들이 물결 흐른 듯 넘실거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껴서, 우리 가족은 국회 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큰딸과 남편은 이곳 국회 청사에 처음 와 본다고 했습니다. 저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아름드리 크고 멋있고 웅장한 나무에 기대고 있는 남편의 모습도 찍고 분수 앞에서 가족 사진도 찍었습니다. 꽃 대문을 앞에 놓고 찍은 손녀 사진은 그야말로 그림과 화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안겨왔습니다.

사람들은 국회 청사 잔디밭이며 한강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꽃 냄새를 안주 삼아 깡통 맥주 한잔에 갈증을 풀었습니다.

그 다음은 여의도 공원입니다. 공원에서는 많은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 있었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라는 것은, 신발 밑에 바퀴를 일렬로 달아 놓은 일종의 스케이트입니다. 바퀴를 달았으니 얼음판에서 타는 것이 아니고 도로에서 달리는데 속도를 꽤 낼 수 있습니다.

어느새 저는 또 학창 시절 어린 시절 마음의 충돌심이 발동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조금 쑥스러워하는 남편에게 둘이 함께 탈 수 있는 자전거를 가리키며 타자고 했습니다. 하여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공원을 몇 바퀴 돌고 돌았습니다. 나이 많은 부부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좋아 보였던지 지나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줬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용기를 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보기도 했습니다. 금방 넘어질까 두려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저를 지켜보는 큰딸과 남편의 일그러진 인상을 보며 저는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더 신나게 타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곳 남한에 와서 항상 이런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면 젊은 연인들이 산보하면서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고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재밌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제 작은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조금 서운하다면 둘째 딸과 아들이 함께 오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게 꽃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 부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남편은 다시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밤에는 이부자리를 깔고 큰딸과 손녀를 나란히 눕히고는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고향에는 그다지 좋은 기억도 없을 텐데 큰딸 아이는 고향 얘기를 꺼냅니다. '빨리 남북이 통일되면 얼마나 좋을까? 평양의 대동강 기슭에도 벚꽃을 많이 심어서 고향 사람들도 이렇게 주말마다 즐거운 휴식을 보내면 좋겠는데.'

큰딸 아이의 이런 말처럼 빨리 남과 북이 하나가 돼 고향의 가족들과 또 친구들과 활짝 핀 벚꽃 나무 그늘에서 꽃향기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셨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