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슬그머니 말 바꾼 강성대국 구호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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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 중구역 동성동 동성빵공장 게시판에 '선군정치'와 '강성대국'을 강조하는 구호가 씌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 주간 북한 언론 매체의 동향을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 북한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성공적으로 경축했다면서 조선중앙통신사 상보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근 10년 넘게 줄기차게 외쳐온 강성대국이란 말이 빠지고 대신 강성국가란 말이 세 차례나 슬그머니 등장했습니다.

- 북한이 10년 전에 한국에서 가져다 먹은 쌀값을 상환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를 정식 통보했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이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순서에서 알아봅니다.

- 북한이 반이명박 대남협박 선동에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동원시켜, 사진을 밟게 하는 등 어린 마음에 인간 혐오주의, 적개심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상 북한 매체에 실린 내용들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8일자 노동신문은 김일성 전 주석 생일 100돌 행사를 대축제로 경축했다면서 조선중앙통신사 상보를 발표했습니다.

원래 강성대국이란 ‘부강하고 융성한 나라’라는 뜻으로, 김정일 시대에 내놓은 국가건설 구호입니다. 북한은 “수령님 탄생 100돌이 되는 해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기어이 열어제끼겠다”고 호언장담해왔지요. 하지만 구호를 만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년 말에 갑자기 사망하면서 결국 그 계승자가 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강성대국 상자 뚜껑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13일 광명성 3호 장거리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나면서, 김일성 생일 100돌잔치는 처음부터 시들해졌습니다.

그 결과가 상보에 나타난 성과물들인데요, 나열된 성과물들을 보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 우상화 선전물이 가장 많습니다. 우선 만수대에서 김일성, 김정일 합성 동상이 제막되고, 전국 각지에 김부자 태양상 모자이크 벽화가 건립됐다는 소식이 제일 윗면에 나왔네요.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하면서 보여준 6기의 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군 열병식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 꼽혔습니다. 거기에 최초로 북한인민들 앞에서 한 김정은의 육성 연설도 성과로 뽑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행사나 우상화 선전은 사실 주민들의 먹고 사는 생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돈이 나가는 행사들이니 인민들이 노력과 돈을 쏟아 부어야 할 판입니다.

사실 인민들이 10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오매불망 바랬던 것은 어떻게 하나 잘 먹고 잘사는 강성부흥 아리랑 대국이었는데 북한 상보가 전한 경제성과를 보면 일반 주민용은 없고, 간부용만 있습니다.

희천발전소 건설, 곱등어관 바닷물 수송관 건설, 태권도 전당 개관식 등 일련의 건축물은 평양시를 위한 것들입니다.

희천발전소 전기는 전량 평양시로 전송되어 전깃불을 밝힌다니 지방 인민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요, 곱등어관에 바닷물을 댄다고 100리 밖에서 끌어오는 것도 평양시민들만 구경할 수 있다는 소립니다.

미국이나 한국은 대체로 곱등어관을 바닷가에 건설하지만 북한에서만은 그 먼 남포에서 억척같이 주철관을 묻고, 평양까지 짠 물을 끌어들입니다.

평양 만수대 지구에 고층 살림집이 섰다는 것도 평양시용이요, 북한군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외화식당인 만수교 고기상점, 미래상점도 외화로 팔고 사는 특권층을 위한 시설입니다. 그래서 강성대국이 곧 온다고 할 때도 인민들은 “강성대국은 간부용”이라고 일찌감치 믿지 않았지요.

이번 태양절 명절 공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방 인민들의 실망은 아주 컸습니다.

북한 현지 주민의 말입니다.

[녹취: 북한 주민반응]: “그저 수령님이 잃은 생각이 나고, 100돌에 강성대국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라가 형편이 어려우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바라는 기대와 좀 어긋난단 말입니다. 4.15 물자를 준 것 보면 말이 안 나옵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초부터 “수령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00가지 특별공급이 나온다”고 선전한 터여서 인민들의 기대는 컸다는 게 함경도 지방 주민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번 북한 상보에서 가장 크게 보도한 것은 희천발전소 건설입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북한은 4.15를 열흘 앞두고 희천발전소를 준공했지만, 정작 희천발전소에서 오는 전깃불을 본다는 평양 주민들의 반응은 없습니다.

북한이 희천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량 평양시에 돌린다는 계획인데요, 벌써부터 평양에서는 희천발전소가 건설됐으니 평양화력발전소를 철거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대북 매체인 데일리NK가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평양시의 전기 운명은 청천강 상류에 있는 희천발전소에 달려있다는 소리인데, 청천강은 겨울이 되면 개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평양화력 발전소 옆 동네 아파트에는 난반이 보장되었는데, 이제 화력발전소가 없어지면 겨울에 차디찬 냉장고 같은 아파트에서 겨울을 지내야 한다는 한숨 섞인 불만도 있습니다.

북한도 군사강국, 정치강국을 이뤘다고 자랑하던 북한도 경제강국 건설 문턱에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강성대국이라고 주장하던 국가건설 구호도 이제는 대국이란 말을 슬며시 빼고, 강성국가 건설이라고 바꾸었습니다.

=북, 대북 쌀 지원대가 지불 보도 안 해


다음 주제입니다. 북한이 10년 전에 남한에서 가져간 쌀 대가를 물어야할 시기가 당장 도래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00년에 북한에 제공한 쌀과 옥수수 대가를 돌려달라고 공식 통보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의 말입니다.

김형석: “한국수출입 은행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총재에게 오는 6월 7일 대북식량차관의 첫 번째 원리금 상환 기일이 도래함을 공식적으로 통지하였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에 관한 내용을 주민들에게 한 줄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이 지금까지 북한에 지원한 쌀과 비료가 다 공짜가 아니었나? 라고 생각하시는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한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KBS방송> “지난 2000년 10월, 우리 정부는 2만2천톤이 넘는 중국산 옥수수를 북한에 보냈습니다. 이를 포함해 정부는 2007년까지 6번에 걸쳐 북한에 8100억여 원 규모의 쌀과 옥수수를 빌려줬습니다. 지난 2000년 합의된 '남북간 식량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따른 것입니다. 첫 원리금 상환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는 어제 이를 갚아달라고 공식 통보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583만 달러, 2000년에 제공한 차관 8800만 달러에 대한 첫 상환분입니다. 정부는 15일 안에 회신을 바란다고 통지했습니다.”

오늘이 10일이니 북한이 물겠다 안물겠다 답을 해야 할 시간이 앞으로 닷새 남았는데요, 한국 정부도 국민의 세금으로 대북 지원을 하면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이건 막 퍼주기가 아니라 10년 뒤에 이자와 원금을 합쳐 돌려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득시키고 쌀을 북한에 준겁니다. 일부는 무상지원도 있지만, 차관형식으로 준 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소립니다.

북한이 지난 2000~2007년 사이에 남쪽에서 갖다 먹은 쌀만해도 250만톤, 강냉이는 60만톤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마당에 북한이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북한이 이 지원 쌀 대가를 갚을 여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요즘 춘궁기를 맞아 식량이 떨어진 가정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군량미를 많이 바친 황해남북도 지방의 농민들은 3월에 들어서면서 식량이 떨어져 배가 고파 농사일을 못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탈북한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남한에서 지원된 쌀을 먹어 봤다”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굶주리는 일반 주민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소립니다.

남한 쌀을 제일 많은 먹은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들과 보위부나 보안원들입니다. 배고파 할 때 쌀을 줬더니 이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앞장서서 벼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남조선 인민들이 다시 쌀을 줄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북, 아이들에게 남한 대통령 적개심 심어


자, 이젠 화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북한 텔레비전과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남협박 선동이 가득 도배하다시피 올랐습니다.

그 가운데는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대남 비난 전에 동원시켰습니다. 지난 3일 북한 웹사이트는 유치원 아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풍자사진을 짓밟는 사진 두 장 공개했습니다.

그 중 한 장은 어린이 여러 명이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에 나무총을 겨누는가 하면, 다른 사진은 풍자 그림을 발로 밟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요즘 북한 매체들은 어린이날인 5일날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말을 잘 듣지 않는 나쁜 어린이에 비유했다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적개심을 심어줬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사진을 올린 날짜를 보니 3일입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한 나라 지도자를 증오하도록 나쁜 버릇을 가르쳐주는 건 북한이 먼저네요. 어릴 때부터 인간을 증오하는 버릇을 키워주는 북한의 행동은 결국 “누워서 침뱉기”가 아닌가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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