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 “150일 전투 이후 당 대회 개최할 듯”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고 싶었습니다’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지금 북한에선 이른바 ‘150일 전투’가 한창이죠. 그러니까, 앞으로 다섯 달 동안 생산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짧은 기간에 괄목할 성과를 내자는 건데요. 바로 이 전투를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진두지휘하고 있고,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북한 지도부는 지난 1980년 이후로 한 번도 열지 못한 당 대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가 전망했습니다.
서울-박성우 xallsl@rfa.org
2009.05.18
chung sungjang 200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인터뷰에서 북한이 ‘150일 전투’를 마치면 당 대회를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FA PHOTO/ 박성우
경기도 성남에 있는 연구소에서 정 박사를 만나봤습니다.

박성우: 정성장 박사님, 만나뵙게 돼 반갑습니다.

정성장: 네, 반갑습니다.

박성우: 박사님은 한국에서 북한의 권력구도와 관련해서는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권력구도를 연구하시다 보면, 정보를 얻는 게 상당히 제한돼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이 그 이유일 텐데요. 박사님께서는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정성장: 결국은 상당히 많은 자료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북한의 공식 문헌을 자세히 분석하는데요. 북한 문헌 중에서도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후계 문제와 관련한 책이나 방송 보도의 변화, 이런 걸 분석하고요.

대외적으로 쉽게 공개되지 않는 북한의 내부 자료를 입수해서, 과거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고영희가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확대했는지, 이런 걸 면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공식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이 내부 자료에 있기 때문에, 내부 자료를 입수하면 많은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김정운이 지금까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어서, 만약 올해 초에 후계자로 내정됐다면, 수년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쌓고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김정운이 ‘150일 전투’를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그런데 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후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인물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던 사람의 증언이나 인터뷰를 참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후계자로 유력시되고 있는 김정운 또는 차남 김정철과 관련해서는, 후지모토 겐지라는 김정일의 전 일본인 요리사의 증언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후지모토 겐지 씨가 쓴 책과 인터뷰를 참고했고, 작년에는 제가 직접 일본을 방문해서 후지모토 씨를 만나서 세 시간 반 넘게 중요한 논쟁이 되는 점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또 전달했습니다.

그밖에도 제가 언론인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가령 일본 언론에서 김정철의 사진을 입수해서, 그것을 분석하고 싶어도 김정철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사진만 가지고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에서 언론이 입수한 정보가 있으면 그에 대해서 평가를 해 주고, 그러면서 저 또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아는 정보와 관련한 사람들과 접촉을 통해서 언론에 나온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제가 북한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스(정보원)는 상당히 다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박사님 연구 분야와 관련해서 현안을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이 이달부터 ‘150일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바로 이 ‘150일 전투’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건 김정운이 김정일의 후계자로서 업적 쌓기에 나선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는데요. 이 보도는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지요?

정성장: 김정운이 지금까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어서, 만약 올해 초에 후계자로 내정됐다면, 수년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쌓고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김정운이 ‘150일 전투’를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북한의 김정운도 ‘150일 전투’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거둔다면, 그가 업적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고요. ‘150일 전투’가 끝나는 시점이 당 창건 기념일과 거의 맞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150일 전투’에서 큰 성과가 있으면 김정일이 당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겠는데, 이것은 아직은 좀 불투명해서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과거 김정일은 후계자로 지명된 다음에 ‘70일 전투’를 통해서 그 당시 단기적으로나마 경제 건설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70일 전투’ 이후 피로감 때문에 그 해 경제 실적이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단기간에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운도 ‘150일 전투’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거둔다면, 그가 업적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고요. ‘150일 전투’가 끝나는 시점이 당 창건 기념일과 거의 맞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150일 전투’에서 큰 성과가 있으면 김정일이 당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겠는데, 이것은 아직은 좀 불투명해서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런데 김정일로서는 2012년에 가서 경제 분야에서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시키고 나서 당 대회를 개최하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건강상태가 현재 불안정하기 때문에, 확실한 건강상태에 있을 때 지금 당의 주요 정치국 엘리트라든가 당정 군사위원회의 엘리트를 새로 보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내적인 필요성을 봤을 때는 당 대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해서 잠시 말씀하셨는데, 저도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노동신문이 지난 4일 김정일 위원장이 한 말이라면서 보도한 걸 보면, “나도 몇 시간씩 정신을 집중해 사색하면 정신이 가물거린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김정일 건강과 관련해서 북한 공식 매체가 이런 언급을 한 게 드문 일이잖습니까?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정성장: 북한에서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김정일의 위대성을 강조하면서 김정일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 또 하나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리해서 건강에 조금 적신호가 오고 있다는 인상을 주민들이 갖게 되면, 그만큼 김정일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잘해야겠다, 더욱더 충성을 받쳐야겠다’는 생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이성에 호소하는 방법, 또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정서와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최근 김정일의 정신이 가물거린다고 하는 보도는 주민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라고 보입니다.

박성우: 지난 7일에는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김정일 위원장은 하루 10분밖에 못 걸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고, 그래서 ‘장성택이 주요 결재를 대행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사한 보도가 많았는데요. 이런 보도가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는 원인은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정성장:
특히 일본 언론에서 확인이 안 된 소문을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아마 수십 번 넘게 후계자로 지명됐다가 철회됐을 겁니다. 그리고 일부 일본 전문가는 지금 가짜 인물이 김정일을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 언론이 센세이셔널리즘(선정주의)에서 자꾸 확인이 안 된 내용을 보도합니다.

만약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그렇게 심각하다면, 작년과 비교해서 지금,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김정일의 공개 활동이 두 배 정도 증가했는데, 이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사실을 놓고 봤을 때, 물론 작년보다 지금 김정일 총비서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 10분밖에 못 걸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고 보는 시각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장성택이 주요 결재를 대행한다는 보도는 일본과 한국의 장성택에 대한 과대 평가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장성택이라는 인물이 김정일을 제외하고는 드물게 북한에서 당과 군대 그리고 국가 부문에 대해 (직접) 관여하고 있거나, 아니면 인맥을 두루 갖춘 특이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은 우리가 쉽게 인정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장성택이 맡은 직책이 당과 군대가 아니고 국가안전보위부와 사회인민보안성 등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성택의 직책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장성택의 주요 측근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대회에서 선출되지 못했고, 과거 2004년 당시 해임됐던 인물 중 복귀된 사람이 매우 드문 상황입니다. 그래서 장성택에게 유사시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측근도 적은 편이라서, 장성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은 사실이지만, ‘주요 결재를 대행한다’고까지 이야기하는 일은 아직은 좀 성급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네,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와 ‘만나고싶었습니다’ 순서를 진행해 봤습니다. 정 박사님, 오늘 인터뷰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성장: 네,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