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고의 압박과 관여’ 정책 이행 중”

서울 -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7.05.05
calvins_aircraft_carrier_b 미국 해군이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참가한 가운데 동해에서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 장면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 관련한 발언들이 주목받고 있죠. 특히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 내용이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소개를 좀 해 주시고요. 부원장님은 어떻게 해석하셨는지요?

고영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적절한 상황이라면 북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북한 최고지도자와 만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대화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만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라면 이는 영예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는 것을 영예스럽다고 한 발언은 김정은이 핵폐기를 하게 하는 일이 대통령으로서 영예스러운 일이라는 뜻의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화 조건에 대해선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엄청난 힘, 즉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김정은이 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다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보수 성향 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이런 북핵 위협 상황이 계속되도록 놔둘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란 군사행동, 즉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등을 통한 북핵 해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와 '군사 옵션’, 즉 ‘군사적 선택’ 카드를 동시에 흔들고 있는 것은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직접 실행에 옮기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찌 보면 상반된 주장이나 발언들은 사업가 출신인 그가 상대방에게 최대값과 최소값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미의 사업가다운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합니다. 다시 말하여 적이나 대화 상대방을 최대한으로 혼란에 빠뜨려 목표를 달성하려는 사업가적 기질이 담긴 발언이라는 의미이라는 뜻입니다.

박성우: 어쨌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아마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한 “적절한 상황”은 뭘 의미한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룸버그 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상황'이란 조건을 걸고 "북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상당히 계산된 발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매서운 채찍과 큼직한 당근을 같이 들고 김정은을 압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대화의 전제 조건인 '적절한 상황'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북 대화의 조건은 틸러슨 장관이 밝힌 대북 정책과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4월 27일 "대화를 위한 '적절한 의제'는 지난 20년 동안의 북핵 협상처럼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간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핵 동결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움직여야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란 의미로 풀이됩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한다면 회담을 하겠다는 의미이지 당장 미북 회담을 열겠다는 의미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여 말씀을 드리자면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은 ‘핵 폐기를 한 다음에 회담을 하겠는가’ 아니면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가공할 군사적 공격을 받겠느냐’ 하는 선택을 김정은이 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도발을 막고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압박은 지난주에도 지속됐습니다. 먼저 B-1B 전략 폭격기가 다시 한반도 상공에서 군사훈련을 했다는데요. 이게 뜻하는 바를 좀 더 설명해주시죠.

고영환: 생긴 모양이 우아한 백조처럼 생겼으나 가공할만한 공격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가 지난 1일 동해상에 출격해 미 항공모함 칼 빈슨과 함께 대북한 무력시위에 참가하고 강원도에서 연습탄 투하 훈련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 B-1B는 지난 3~4월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기간에만 수차례 한반도에 출동해 폭격 훈련 등을 실시했기 때문에 1일 다시 출동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지난 2일 "어제 괌 앤더슨 기지를 이륙한 전략폭격기 B-1B 2대가 동해상 미 항모 칼 빈슨의 함재기들과 연합 훈련을 했다"며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 등과도 한미 연합훈련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군 소식통은 "미 칼 빈슨 항공모함 전단,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함 등과 함께 6차 핵실험 등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압박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B-1B는 미국의 3대 전략 폭격기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폭탄과 미사일을 탑재할 수 최신형 폭격기입니다. 저는 미국이 지난 3~4월 이어 5월에도 이례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공격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지역에 파견하여 훈련한 것은 북한에게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등 군사적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하며, 만일 북한이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한다면 세계 최고의 군사력으로 타격할 수도 있음을 김정은에게 직접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한국을 찾았던데요. 연평도도 방문했습니다. 이건 뭘 의미하나요?

고영환: 지난달 30일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이 방한 기간 동안 이병호 국가정보원 원장 등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나고, 연평도 포격 현장 등 안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를 장사정포로 기습 포격했을 당시의 피해 현장을 직접 둘러봤습니다. 폼페이오 국장은 연평도의 해병대 관측소를 찾아 북한 동향과 해병대의 군사 대비태세를 보고받았다고 주한미군은 밝혔습니다. 주한미군은 “폼페이오 국장이 남북 갈등의 최전선인 서해 서북도서를 방문해 북한의 위협을 직접 체험했으며, 이를 계기로 한반도 안보 상황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주한미군은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지만 폼페이오 국장이 방한 기간에 이병호 국정원장을 만나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정보당국 간 평가를 공유하는 등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 폼페이오 국장이 한국을 떠난 뒤 주한미군이 구체적인 그의 행보를 확인해 준 것, 특히 미 중앙정보국장이 연평도 포격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한미동맹은 철통같다”며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평화 시기에 북한이 한국의 영토를 유린한 연평도 사건 현장을 중앙정보국장이 직접 둘러봄으로써 만일 그와 같은 사건이 다시 타진다면 그 즉시에 강력한 한미 연합전력으로 북한 포대와 사령부를 원천 보복 타격하겠다는 한미 연합군의 굳은 의지를 보여 준 행동이라고 평가합니다.

박성우: 정리하자면,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에 나선다면 미국은 심지어는 정상회담을 포함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할 용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북 압박 정책은 지속된다는 점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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