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주민들, 똑똑한 사람은 단련대서 찾아라

서울-박성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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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대동문동의 낚시도구 전문점.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여성들이 제일로 선호하는 신랑감은 권력보다는 돈 많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주민들속에서 돌고 있습니다.

- 최근 들어 북한의 신흥부자들 속에서 2층짜리 호화주택 짓기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한 주민들, 똑똑한 사람은 단련대서 찾아라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에서 돌고 있는 농담이나 유머를 들어보면 잘못된 정치에 대한 풍자와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던데요. 최근 북한에서 어떤 농담이나 유머가 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휘 : 네, ‘진담 없는 농담 없다’, ‘유머에도 뼈가 있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의 유머나 농담들을 보면 일부 사회적인 비판도 있긴 하지만 주로는 스트레스, 그러니까 정신적인 부담감을 털어내고 답답한 기분을 전환시켜 줄 수 있는 순수 웃음을 위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은 이와 정 반대입니다. 초보적인 인권이라든지, 언론, 집회의 자유마저 없는 사회인지라 주민들의 불만이나 정치적인 욕구를 표출할 곳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 대부분 농담이나 유머를 통해 사회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농담이나 유머들은 비정치적인 한국의 농담이나 유머와 달리 정치적 색깔이 아주 짙게 드러나는 게 특징입니다.

실례로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ㄹ’자 받침이 들어간 건 다 애를 먹인다” 이런 농담이 많이 돌았는데요. 한마디로 ‘물’, ‘불’, ‘쌀’ 이게 다 ‘ㄹ’자 받침이 들어간 단어들인데 물은 수도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는다는 의미이고 불은 전기가 오지 않고 땔감이 비싸다는데 대한 불만, ‘쌀’은 배급을 주지 않아 주민들의 굶주림을 나타내는 말이죠.

박성우 : 하필 다 ‘ㄹ’이 들어갔군요?

문성휘 : 네, 역시 ‘고난의 행군’ 시기에 “3부가 잘 산다”는 말이 크게 유행했는데요. 3부라고 하면 ‘간부’, ‘과부’, ‘어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간부는 부정부패로 잘 살고, 과부는 돈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부정한 관계로 잘 살고, 당시까지는 어부들은 물고기를 잡아서 돈을 잘 벌 때였습니다.

박성우 : 네, 탈북자 분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군인들의 주민 강탈 행위, 그리고 여성들의 결혼 상대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유머들이 많던데요. 여성들속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결혼상대가 ‘군당지도원’이다, 이런 유머가 있던데 이거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네, ‘군당지도원’이라는 건 군대에 갔다 왔는가? (노동)당에 입당했는가? 대학을 나왔는가? 도덕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그 집안에 돈이 많은가를 가리는 여성들의 표현이었습니다.

박성우 : 네, ‘군당지도원’ 이게 매 글자마다 뜻이 다 있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 외에도 군인들속에서 많이 돌던 말이 있죠. 군단에서는 군말 없이 떼어먹고, 사단에서는 사정없이 떼어먹고, 연대는 연달아 떼어먹고, 대대는 대대적으로 떼어먹고, 중대는 중간 중간 떼어먹는다. 군 간부들속에서 얼마나 부정축재가 심한가를 표현한 말입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이런 말이 지금 북한에서 나돌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아, 그런데 이것도 이미 다 지나간 농담들입니다. 또 지역별로 유행하는 농담도 있는데요. 자강도 여성들은 ‘개마고원을 넘자’, 양강도 여성들의 경우는 ‘백암령을 넘자’ 이런 구호가 있었는데 한마디로 개마고원이나 백암령 이북은 고산지대여서 감자농사밖에 안 되니까 어떻게 하나 벼를 심는 고장, 한마디로 쌀밥을 먹는 고장으로 시집가려는 소원이 깃들어 있던 농담들입니다.

박성우 : 네, 고산지대에 사는 여성들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런 농담까지 나왔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함축된 몇 마디를 통한 유머를 통해 북한의 현실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어떻습니까? 화폐개혁 이후 지금의 북한 상황을 풍자하는 농담이나 유머도 많을 것 같은데요?

문성휘 : 네,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토끼와 사슴은 다 죽고 승냥이와 여우만 남았다’ 이런 말들이 지금까지 많이 돌았는데요. 북한에서 토끼와 사슴은 풀만 먹는 동물로 아주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동물을 의미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마음착한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시기 다 굶어죽고 악하고 교활한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그런 얘긴가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웰빙시대’라고 해서 어떻게 하나 건강을 챙기고 오래 살자는 것이 누구나의 목표가 아닙니까?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이와는 반대로 “약하고 길게 살지 말고 짧고 실하게 살라” 이런 농말을 많이 하는데요.

약하고 길게 살지 말라는 건 가진 것 없이 오래 살지 말라는 뜻이고요. 짧고 실하게 살라, 이건 비록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챙겨서 먹고 일찍 죽는 게 낫다, 간단히 말해서 해볼 짓을 다 해보고 일찍 죽는 게 차라리 편하다는 얘기입니다.

박성우 : 네, 북한 사회에 얼마나 ‘약육강식’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문성휘 : 최근에는 여성들속에서 이런 말들이 많이 돈다고 합니다. “똑똑한 처녀들은 단련대 앞에서 놀고 부실한 여자들은 도당 앞에서 서성거린다”…

박성우 : 그건 무슨 소리인가요?

문성휘 : 네, 그게 북한의 변화를 감지한 사람들, 똑똑한 총각들은 모두 밀수나 불법적인 돈벌이에 나서다 보니 법적인 처벌을 많이 받는다는 거죠. ‘노동단련대’라는게 죄를 지은 사람들을 가두어 놓고 일을 시키는 곳 아닙니까?

반면에 아직까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북한 정권에 매달려 목숨을 부지하려는 똑똑치 못한 총각들은 혹시 간부자리나 차례지지 않을까 뇌물보따리를 들고 지금도 도당을 드나든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똑똑한 남자들을 알려면 단련대 앞에 가면 되고 똑똑치 못한 남자들을 알려면 도당 앞에 가면 된다. 이런 말이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박성우 : 한마디로 신랑감을 고르는 여성들도 노동당원이나 간부가 아닌 돈벌이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북한의 현실에 대한 뼈있는 유머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신흥부자들, 2층짜리 호화주택 건설 열풍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입니다. 북한의 신흥 부자들, 지금 2층짜리 단독 주택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다, 이런 말이 돌던데요? 그렇게 이렇게 대놓고 부를 과시해도 됩니까?

문성휘 : 네, 그게 불법이긴 하지만 최근엔 북한 당국이 많이 양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다 돈 때문인데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혜산시에 개인들이 보유한 2층짜리 단독 주책이 3채 뿐이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주길녀라고 김일성 주석이 다녔다는 중국의 ‘길림육문중학교’ 교장의 후손들인데 중국에 친척들이 많으니 장사행위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혜산역 화물반장을 하는 사람인데 장사꾼들이 모두 열차 화물칸을 통해 물건들을 나르니까 ‘화물반장’이 그만큼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림죽선이라고 김정숙사범대학 학장을 하던 여성이고요. 이 사람들이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은 게 바로 2010년, 지난해입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권력도 있고 돈도 있으니까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었던 거군요?

문성휘 : 네, 당시 개인들이 2층짜리 주택을 짓는 문제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이 많았다고 하고요. 하도 불만이 높으니까 다른 돈 있는 사람들은 눈치만 보면서 지을 엄두를 못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후계자 김정은이 권력을 휘두르면서 유난히 검열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호위총국’이요, ‘폭풍군단’이요, 정말 어마어마한 검열대들이 들어 왔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층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그게 우선 주길녀만 놓고 봐도 중국에 있는 친척들과 장사를 하면서 북한당국에 엄청난 많은 외화를 지원했습니다. 올해도 북한 돈으로 백 몇만원 이렇게 지원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이 셋 모두 돈과 권력이 있기 때문에 검열도 모두 피해 갈 수 있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김정숙사범대학 학장을 하던 사람의 경우 자신이 학장을 하는 기간에 부를 많이 축적했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김일성, 김정일도 수차례 접견을 했습니다. 또 지금 자식들이 큰 간부직에 올라 있거든요. 그러니까 누구도 손을 못 댄다는 거죠.

이런 눈치를 보던 북한의 신흥부자들이 8월 말, ‘폭풍군단’ 검열이 끝나자마자 경쟁적으로 2층짜리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검열이 끝났으니 이젠 눈치보지 않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것도 이미 지은 사람들이 처벌을 받지 않으니까… 문제는 혜산시 신흥부자들속에서 불고 있는 2층집 건설 열풍이 이미 다른 지방들에서는 한물 건너간 것이라는 거죠.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귀국한 ‘재일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함흥, 원산시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신흥부자들이 2층짜리 호화주택을 많이 지었다는 겁니다.

함흥이나 원산시에는 아직까지 북한을 많이 지원하는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많이 사는데요. 이 사람들이 북한에 지원을 많이 하니까 그 가족, 친척들이 2층짜리 집을 지어도 북한 당국이 말을 못한다는 거죠. 혹시 압력을 가하거나 감옥에 넣으면 친척들의 지원이 끊길가봐, 그래서 한발, 한발 양보한다는 거죠.

박성우 : 네, 북한에서는 2층집을 짓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그런데 권력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그런 불법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도 된다, 이건데요? 참, 씁쓸한 소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