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의 진행을 맡고 있는 노재완입니다. 사람은 좌측통행, 차량은 우측통행! 한국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1부터는 사람도 우측통행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위해 요즘 한국 정부가 계속 우측보행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그동안 좌측통행에 익숙해서인지 아직까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보면 우왕좌왕할 때가 많은데요. 이번 시간에는 한국의 보행문화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 안녕하세요?
이나경
: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 요즘 지하철역 계단이나 길에 보면 ‘우측통행’이라는 글귀가 붙여진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나경 씨는 우측통행 잘 하고 계십니까?
이나경
: 우측통행요? 북쪽에 있을 때 우측으로 통행했습니다. 주말이나 명절에 평양 대성산동물원이나 모란봉과 같은 유원지에 몰린 인파들이 움직이는 것을 자세히 보면 전부가 우측통행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의 손을 잡고 소풍가거나 줄지어 등교하는 어린이들을 보세요. 대부분 오른쪽 통행을 잘 지킬 겁니다. 교육을 그렇게 받으니까요.
노재완
: 네. 북한은 우측통행을 해왔군요.
이나경
: 네. 사실 한국에 와서 좌측통행을 하라고 해서 처음엔 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북쪽에서는 우측통행으로 배웠으니까요. 그런데 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고요. 다만,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가끔 습관대로 우측통행을 하다가 사람들과 부닥친 경험은 있습니다.
노재완
: 그럼요.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인가요. 저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우측통행을 처음으로 시행한 10월 1일이었는데요. 제가 그날 바쁜 일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 북한에서는 승강계단기라고 부르죠. 여기에 발을 올렸다가 휘청하며 넘어질 뻔 했습니다. 늘 했던 대로 왼쪽 편에 있는 승강계단기를 그냥 타려고 했던 겁니다. 우측통행으로 바뀌면서 승강계단기 방향도 바뀐 걸 모르고요..
이나경
: 아이고, 큰일 날 뻔 하셨네요.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계단 밑으로 떨어져 크게 다치잖아요. 하긴 처음에 홍보가 잘 안 돼 지하철역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혼잡한 곳에선 지나가는 행인들끼리 엉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좌측통행을 한 사람이 오히려 “똑바로 걸어야지, 어딜 보고 가는 거냐고, 우측통행을 하는 사람에게 큰 소리 치는 경우도 봤습니다”(웃음)
노재완
: 한국의 좌측통행은 일제 때부터 시행돼 온 겁니다. 1921년 조선총독부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기존의 우측통행 대신 당시 일본처럼 차와 사람들 모두 좌측통행으로 규정을 바꿨습니다. 이후 미군정을 거쳐 차량은 우측으로 통행이 변경됐지만 사람은 좌측보행이 그대로 굳어졌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는 우측보행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현재는 우측보행을 하고 있고요. 그러면 여기서 우측통행을 해야 하는 이유를 황덕수 우측통행 국민운동본부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황덕수
: 인도에서 우리가 좌측으로 통행하면 차와 가까이 등지고 통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통행하면 차를 마주보고 통행하기 때문에 어느 위험상황에서는 빨리 피할 수 있는 그런 어떤 판단력이 생기게 됩니다.
이나경
: 그렇죠. 방금 황 선생님이 말씀하셨지만, 차가 우측으로 가는데 보행자가 좌측통행을 하면 사고가 날 위험도 크죠. 그리고 우측보행이 오른손잡이가 많은 신체 특성상 편리하거든요.
노재완
: 그럼요. 큰 건물 마다 회전문이 있지 않습니까. 회전문은 오른쪽으로 돌게 되어 있습니다. 이 역시 우측보행을 고려해서 만든 겁니다. 또 도로를 횡단할 때도 생각해보세요. 차량과 먼 쪽으로 걸어가야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지침 역시 인간의 우측성향을 따라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교통안전과 보행 자율권을 종합 고려해 올해 안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기존 시설물을 우측통행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보행 속도도 지금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이나경
: 노 선생님! 지금 우측통행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시행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노재완
: 지난달부터 시작했는데요. 아직 도로교통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승인하면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시범단계라 보시면 됩니다.
이나경
: 계몽기간이라는 말씀이죠?
노재완
: 네. 그렇죠. 80년이 넘게 해온 습관인 만큼 익수해질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거죠. 우측통행 이후에 시민들의 반응을 한 번 알아봤습니다.
시민1
: 많은 사람들이 좌측보행에 익숙해 있는 것 같아요.
시민2
: 저는 (우측통행이)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워낙 학교 다닐 때부터 버릇이 돼서 안 지키는 사람이 간혹 있긴 하지만..
시민3
: 학교에서는 좌측통행을 하라고 배웠는데요. 여기 오니까 우측으로 가는 사람, 좌측으로 가는 사람 엇갈려서 혼잡했어요.
시민4
: 우리가 계속 생활해 왔던 방법에서 변화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곧 적응하리라고 봅니다.
이나경
: 신문에서 보니까 보행문화가 개선되면 교통사고의 약 20%가 감소할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인체심리 측면에서도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심장박동수가 감소되어 심적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정부가 앞으로도 많은 홍보를 통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보행문화를 만들고,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사회적인 혼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재완
: 네. 그리고 보행자들도 실수로 좌측통행을 하는 사람을 보면 몰지각한 사람으로 눈총을 주지 말고, 웃으면서 이해주는 그런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