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중국산 물건 반입 통제 / 전력난으로 주민들 고층아파트 입주 꺼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1.12.16
food_import_303.jpg 사진은 북한으로 가는 식량을 가득 실은 중국 트럭이 단동 검문소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AFP PHOTO/Frederic J. BROWN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12월 중순을 넘어 2011년도 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각 직장이나 가정, 또 친구나 지인들이 모여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를 하기 마련인데요,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송년회 계획이 있으신지요?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송년회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장기자랑’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장기자랑이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즐거워야 할 송년회가 이제는 부담과 심적인 압박이 되고 있다는 건데요.

올해 북한 주민께서 계획하시는 송년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한 해 잘 마무리하시는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북한 상인들의 유통경로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상인들과 국가기업소의 수입허가를 받아 들여가는 공산품의 유통경로가 막히면서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상인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합니다.

- 평양 내 고층 아파트 건설 공사가 전문성 없는 노동력과 건축 자재의 부족으로 부실 공사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전력난도 북한 주민의 입주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전력 부족으로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거나 물이 공급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북한 주민이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내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북, 중국에서 물건 반입 통제


북한의 장마당에서 팔리는 물건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북한 주민께서도 장마당에서 중국산 물품을 한 번쯤 구입해 보셨을 텐데요, 그런데 요즘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을 통제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내용인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네, 북한 당국이 일반 북한 주민의 생활 터전인 장마당을 다시 단속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장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진 겁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폐쇄했거나 각 개인의 장사를 금지하는 직접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고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개인의 상거래를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북한 주민의 생활 공산품이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물건 반입을 통제하고 있는데요.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공산품은 대부분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상인들이나 개인이 국가기업소의 와끄, 그러니까 수입허가를 빌려서 들여가는 공산품들이 장마당에 풀려나가는 것들인데 최근 북한 당국은 이 두 가지 유통경로를 차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보따리 상인들의 경우 한 사람당 200kg의 물품에 대한 통관을 허용했는데, 사실 200kg의 물건만 반입하면 오가는 경비도 뽑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보따리 상인들이 다른 사람들의 여권을 빌려서 물건을 구입하고 열차를 이용해 보낸 뒤에 현지에서 그 물건에 대한 통관 절차를 밟아왔습니다. 물론 물건 주인은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명의로 보낸 물건을 다 찾는 건데, 최근 북한 당국이 이런 편법의 통관을 막은 겁니다.

이와 함께 기업소의 와끄(수입허가)를 빌려서 물건을 수입하는 행태도 모두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상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소매상인들에게 공급되던 물품의 공급선도 함께 막혔습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서 북한 주민이나 중국 상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의 한 주민은 “필요한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가 없어서 난리가 났다”라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중국의 선양이나 단동 등에서 북한 손님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들도 비슷한 애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상인들은 이맘때면 내년 1월 1일, 설을 대한 수요를 대비하고 유효기간이 연말까지인 수입허가를 소진하려면 북한으로 물품 반입이 많아야 할 때인데 요즘에는 물건 주문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상점은 장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서 예외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겁니까? 

[김준호 특파원]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2가지 측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외화에 대한 환율급등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요,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공산품으로 외화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반면, 국영상점은 북한 내부에서 개인들이 보유한 외화를 거둬들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의 상거래와는 구별되는 거지요.

또 한 가지는 내년에 식량 분배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북한 당국의 호언과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요, 식량을 어느 정도 공급하면서 장마당 장사를 통제하기 위한 서막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북한 당국이 내년에 주민의 식량배급을 정상화하면서 장마당 장사를 통제해 농민시장 정도로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지적은 이미 여러 소식통 사이에서도 많이 나온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2009년 화폐개혁 당시 시도를 했다가 북한당국의 준비부족으로 실패했던 정책인데, 최근의 공산품에 대한 반입 통제 조치가 그런 의도라면 화폐개혁 당시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 식량분배 대신 현금으로...


네, 다른 소식 하나 더 나눠보지요. 최근 북한에서 추수가 끝났지만,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가운데 알곡 털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고요?

[김준호 특파원] 네, 추수가 끝나면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 분배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추수가 끝나도 분배가 없거나 아주 적은 양의 분배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북한 농민들은 협동농장에서 탈곡할 때 식량을 조금씩 훔쳐서 먹을 것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단속 때문에 이같은 것도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평안북도 의주에 사는 주민의 말에 따르면 당국이 알곡 털이를 하는 기간에 몸수색을 엄격하게 했고, 또 훔친 알곡이 없는지 수시로 가택 수색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이렇게나마 몇 달 분의 식량을 마련했던 농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수가 끝나도 식량 분배가 안 되는데 북한의 농촌 주민은 식량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북한당국이 현물로 분배를 못 해주는 대신 이에 상당하는 현금을 준다는 건데요, 그런데 문제는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식량가격을 기준으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정 가격으로 쳐서 준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장마당 쌀 가격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겁니다. 현실성이 없다는 거죠.

이를 위해 북한 당국도 돈을 찍어서 뿌리고 있기 때문에 최근 북한 내부의 환율이 폭등했던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내년부터 식량 분배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모든 것이 식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당국의 조치인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이 최근 추수를 마쳤음에도 식량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분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이 걱정되는군요. 식량 가격이라도 빨리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전력난 때문에...북 주민, 고층아파트 입주 꺼려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북한의 평양에서 추진 중인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평양 만경대와 대동강 구역에 20~30층, 높게는 40층 이상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전문성이 없는 일반 학생과, 군인, 돌격대원들이 건축 공사에 동원됐고 부족한 건축 자재와 간부들의 부정부패, 여기에 무리한 건설 계획에 따른 속도전까지 겹치면서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부실공사와 함께 심각한 전력난 때문에 정작 북한 주민은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대북 소식통이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도 전반적으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특히 겨울철에는 수력 발전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요, 고위 간부가 아닌 일반 주민의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높은 층에 사는 북한 주민, 특히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외출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전력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물이 고층까지 올라가지 못해 시간대에 따라 다른 층에 물을 공급하는 등 아파트에 사는 북한 주민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평양 출신 탈북자의 말에 따르면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40층 이상의 아파트에 사는 주민도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집에 올라가는 데만 30여 분이 걸리고 물이 나오지 않아 아침 출근길마다 물통을 가지고 다니는데다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아파트는 1980년대 북한이 제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을 계기로 방 3칸짜리 최신식 아파트를 건설했지만 지금은 전력과 물 공급이 되지 않아 ‘최악의 아파트로’가 됐다고 복수의 탈북자들은 전한 바 있는데요, 반면, 당과 군부의 고위층이 사는 아파트는 일 년 내내 정전과 물 걱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곳곳에 고층아파트를 짓고 있지만 전력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같은 생활의 고충은 계속된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고급 간부를 제외한 북한 주민은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야심차게 짓고 있는 10만 세대 살림집. 부실공사와 전력난이 우려되는 이 고층 아파트에 누가 살게 될까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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