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의 없어져야 할 독재유지 역할

사진은 북한 노동신문의 지난달 22일 1면 일부.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내용을 준비해 오셨습니까?

이현웅: 오늘은 노동신문이 독재권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독재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자주적 활동을 말살시키고 ‘전체주의’를 인간집단의 최고의 가치이자 최상의 ‘선’으로 규정짓고 이것을 ‘민족’이나 ‘국민’ 또는 ‘인민’ 모두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언론매체’를 그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왔습니다.

북한 사회주의 체제 역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주의’를 체제 작동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최고영도자’ 1인의 독재정권 유지와 안정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재자를 전지전능한 ‘신’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데, 노동신문은 이러한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권력장치 역할’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노동신문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설명해 주실까요?

이현웅: 역사적으로 볼 때 그동안 존재해왔던 전체주의 체제나 독재 정권은 그 피통치자들에 대해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의식을 마비시키고 정권의 억압과 테러를 합리화하는 ‘선전선동’ 수단으로 이데올로기, 방송, 영화, 대규모 집회, 행군, 의식(儀式) 등을 동원해왔습니다.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노동신문도 보도 범위와 내용을 보면 이런 수단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이 신문의 선전선동 역할을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요. 첫째, 북한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권력 장치(裝置)’이고, 둘째, 북한 독재정권의 핵심 통치 기제(機制)’이며, 셋째, 설득과 위협의 체계(體系)라는 겁니다. 이 중에서 오늘은 첫 번째 역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성우: 노동신문의 ‘독재권력 유지 장치’ 역할을 설명해 주시겠다는 건데요.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주시면 우리 청취자들의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최근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내용을 놓고 노동신문이 상당히 많은 양의 기사를 쏟아냈는데요. 이런 보도 행태도 노동신문의 ‘독재권력 유지 장치’ 역할로 볼 수 있는 건가요?

이현웅: 그렇습니다. 노동신문은 미국 대통령을 극렬하게 비난하는 9월 21일자 김정은 명의의 성명 전문을 그다음 날인 9월 22일자 지면에 그대로 수록하였습니다. 전 주민들이 일사불란하게 성명의 내용을 숙지하고 따르도록 하는 ‘전국화’와 ‘일색화’ 작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신문의 보도행태는 세 가지 역할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특히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권력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먼저 ‘최고 지도자’의 언술(言述)이나 담론(談論)을 전달합니다. 다음으로 최고통치자의 언술과 담론 발표를 지지하는 사설, 논설, 정론, 기사를 연속적으로 수록합니다. 그리고 최고통치자의 언술과 담론을 지지하는 각종 집회와 토론회 행사에 관한 취재 기사를 수록합니다. 이에 더하여 각 기관장의 찬양 성명과 기고문을 수록하고, 각계각층의 개별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 충성맹세 등 반응 기사를 게재하며, 해외 인물과 단체의 지지 및 동조 관련 기사를 수록해 북한 주민들의 체제유지에 대한 일심단결 의지를 이끌어 내는데 집중합니다.

북한 최초의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두고 벌인 노동신문의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권력장치로서의 역할’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신문은 (1) 9월 22일에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라는 김정은의 전문을 수록한 데 이어, (2) 9월 23일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집회’를 취재한 ‘위대한 병진의 힘을 총 폭발시켜 폭제의 핵을 무자비하게 짓부시고 사회주의 승리봉에 주체의 붉은 당기를 힘차게 휘날리자’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또한 인민무력성 군인집회를 취재한 기사 ‘혁명의 붉은 총창으로 미제의 더러운 숨통을 끊어 버리고 최후 승리를 이룩하자’를 게재했고요. 이어서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론’을 수록하여 미국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펄펄 끓도록 선동해 나섰습니다. (3) 9월 24일자 노동신문은 수록기사 17개 중 14개를 반미결전 촉구 집회 및 시위 등을 취재한 기사로 채웠으며, (4) 9월 25일자 신문에도 10개가 넘는 관련 기사를 수록하였고, 그 이후에도 전시총동원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박성우: 지금 위원님께서 노동신문 기사의 제목만 소개해 주셨죠. 기사 내용을 들여다 보면 표현이 워낙 저급해서 입에 담기 힘들 정도라 생략하신 거고요. 요즘 세상에서는 이런 식의 저속한 기사를 찾아 볼 수 있는 곳이 북한뿐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이렇듯 노동신문이 구사하는 표현도 문제이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노동신문의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권력장치로서의 역할’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 설명을 해 주시죠.

이현웅: 노동신문이 원색적인 폭언을 동원하여 작성한 보도기사는 그 독자가 미국 정치인이나 다른 나라 국민들이 아니고 바로 북한 주민들입니다. 입에 담기 어려운 독설과 위협의 언술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북한 주민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행위’입니다.

나치의 선전선동을 연구한 결과물에 의할 경우, 매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거친 노동신문 기사는 독자인 주민들의 현실 인식을 왜곡하고, 정상적인 양식(良識)과 도덕적 양심(良心)을 거역하게 만들며, 합리적 지성(知性)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노동신문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 성공으로 미국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는 ‘기적의 무기’를 갖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대미결전에서 ‘최후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라는 선전선동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는데요. 이런 기사를 매일 같이 읽고 보는 주민들은 객관적 사실 여부와는 관계 없이 자신도 모르게 집단적인 최면적 무아상태에 빠져들게 되고, 진정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며, 김정은 독재집단이 노리는 대로 끌려 다니는 수동적 인간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인간본성을 유린하고 인격을 파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노동신문의 이러한 비인간적인 역할이야말로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려 져야만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 노동신문이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권력장치’로서의 역할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