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전영선 단국대 교수 "북한의 영화, 문학이 바뀌고 있다"

북한의 영화와 문학 등 예술 작품은 인민들에게 사상 교육과 정책 선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북한에서 나온 영화와 소설 등 예술 작품은 정치적인 주제에 이어 경제 문제를 가장 많이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특히 북한 경제의 문제점을 사실적으로 지적하고,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실리적인 해결을 제시하는 북한의 예술 작품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북한의 영화와 문학의 주제에서 경제 문제에 대한 비중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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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영화와 문학을 통해 본 북한 경제'를 연구한 단국대학교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전영선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노정민입니다.

노정민 :

교수님 안녕하세요. 지난달에 '영화와 문학을 통해 본 북한 경제'란 연구 결과를 발표하셨는데요, 최근에 나온 북한의 영화와 소설 작품 등을 직접 보셨나요? 얼마나 최근 작품을 자료로 삼으셨습니까?

전영선:

일단 제가 했던 연구 중 하나로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 가 있습니다. 그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북한 영화의 기초 자료에 관한 조사를 2년에 걸쳐 했습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 영화와 드라마의 줄거리와 제작 정보, 자료 정보를 입력하는 사업을 했고, 2000년에는 지난 1995년부터 1999년까지 걸친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그 시기에 나왔던 영화 중에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거의 다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같이 공부하는 '남북문화예술연구회'라는 팀이 있는데, 그 팀이 3년 전부터 2000년 이후의 '북한 문화 읽기' 라는 주제로 정리하고 보고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노:

그렇다면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나온 자료는 다 활용이 됐다고 볼 수 있군요.

전:

그렇습니다. 특히 2000년 이후를 중심으로 논문을 썼습니다.

노:

북한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경제인데요, 최근 북한의 영화나 소설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 논문에서 설명하셨지요?


전:

네. 북한의 문학은 관제 문학입니다. 관의 통치, 검열 장치가 엄격하게 규정이 돼 있기 때문에 정말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것을 오히려 표현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그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98년 이후에는 비로소 어려웠던 시절을 다시 꺼내 들고 회고하면서 '그때보다는 지금이 낫지 않느냐. 현재 상태로 더 나아가면 미래는 지금보다 더 좋다' 는 교훈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할 수 있는 94년부터 97년까지 정말 힘들었는데 오히려 당시에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작품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98년부터 북한이 고난의 행군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고, 2000년부터 '강성대국 건설의 해'라고 규정한 가운데 경제 사정이 조금 나아지면서 옛날을 돌이켜 내는 것이죠.

노:

북한의 영화나 소설을 보면 이제 북한도 예전의 계획경제가 아닌 새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인정하고 이를 도입하는 내용이나 대화가 많이 쓰이고 있거든요.

전:

결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가하는 비판의 강도는 정치적인 면과는 다르게 직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이라고 하면 다루기 어려웠을 텐데 말이죠.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여전히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고쳐야 할 점이 대단히 많다는 교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

북한의 영화나 소설은 북한 당국의 검열을 받잖아요. 그런 가운데 이런 내용이 드러날 수 있었던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 당국에서도 용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전:

사상 검열과 내용 검열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경제 문제를 건드리는 일은 사상적인 측면에서 건드리는 일보다 운신의 폭이 넓죠. 만약에 후계 문제나 체제 문제를 건드렸다면 어렵겠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비합리적인 점이나 모순점을 거론한 것은 정치적인 면보다는 용이한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의 문화 예술은 기본적으로 인민성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북한의 문화 예술이 인민을 대상으로 한 선동과 선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인민 생활과 거리가 있으면 받아들이지 않죠. 그 점을 굉장히 중요한 창작의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가능하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가능해지지 않았나 보고 있습니다.

노:

지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영화나 문학을 보실 때, 여러 주제가 있겠지만 경제 문제를 주제로 다루는 문학이나 영화의 비중이 이전보다 많이 늘었습니까?

전:

네, 훨씬 많이 늘었습니다. 역시 가장 많은 주제로 정치적인 문제가 상위를 차지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다음에 경제 문제를 다루는데요, 예전에는 경제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써 많이 다루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 실적이 나쁘거나 경제적 성과가 나쁘면 열성이 부족하거나 충성도가 부족하다고 평가를 많이 했는데, 최근 달라진 점은 경제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거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충성과 열성, 그리고 밤새도록 일해야 한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서 불평등한 요소를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이른바 해법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게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는 열정의 문제라든가 밤새도록 일하는 식으로 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 '생산량' 보다는 '투입대비 성과'라는 효율성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정책이 말하고 있는 '실리'의 정의를 인민에게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

이런 내용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문학 작품의 제목이나 영화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전:

'부부지배인' 이란 영화가 있는데, 북한이 설명하고 있는 경제 방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부가 서로 다른 공장의 지배인으로 발령이 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부인은 간장, 된장을 만드는 장 공장의 지배인입니다. 그런데 공장에서 생산하는 장맛이 떨어져서 주민들이 불평을 합니다. 주민들이 다른 동네에서 맛있는 장을 사오는데 정작 부인은 '우리가 이렇게 장을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맛을 따지냐'면서 품질 개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국가에서는 공장 간에 경쟁을 선포합니다. 부인은 철저하게 생산량을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합성수지 공장의 지배인으로 있는 남편은 제일 먼저 2시간 걸리던 회의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합니다. 요점만 말해서 회의를 끝내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하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기계구조를 합리화합니다. 또 에너지 효율을 분석해서 고용량의 에너지 구조를 다 적정 용량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중간 평가에는 생산량 측면에서 부인이 있는 공장이 1등을 하고 남편 공장이 꼴찌를 하는데, 나중에는 효율성 면에서 남편이 1등을 하고 부인이 꼴등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실리라는 게 무엇인가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

문학 작품을 통해서 실리 경제에 대한 사상교육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군요.

전:

영화의 경우 경제 문제는 늘 모호한 방법을 취하고 있었죠. 장군님의 명령대로 따라가면 해결된다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보다는 구체적으로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의시간을 줄여라' '효율에 맞는 기계부품을 사용해라' 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

이렇게 경제를 주제로 한 영화나 소설이 늘어난 전환점이 있습니까?

전:

네. 지난 2002년 '경제관리개선조치' 가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보입니다. 인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개선 조치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침을 위에서 내려줘야 하는데 그런 방법을 영화라든가 문학을 통해서 계속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까 경제적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로 접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

북한 당국의 계획경제 정책 때문에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본다면 결국 이런 경제 정책이 예술의 주제와 흐름도 바꿔놓았다고 보십니까?

전:

결국 끝에서는 관제 문학적인 속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 문학의 출발과 이상이 당을 위해서 존재하니까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여전히 한계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제도를 포기할 수 없는 부분하고 그럼에도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분 사이에서 완충 지대를 형성한다고 해야 하나요? 거기까지 나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복한 결말' 이란 소설을 보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기술 혁신을 해서 생산량을 30% 초과 달성을 하는 바람에 새로운 자재를 구하러 갔었는데, 친구랑 밤새 토론을 벌이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30% 추가 자재를 요구하면 어떡하느냐' , 그러자 '아니, 그러면 공장의 노동자들이 기술 혁신을 해서 초과 달성을 했는데 그럼 나머지 기간을 기다려야 하느냐'라는 논쟁이 붙는데 어찌 보면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로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제도에 대한 비판으로 들어가느냐?, 그러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를 포착하는 지점하고 문제를 비판하는 지점이 예전하고 달라졌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노:

앞으로 북한 문학의 흐름이 현실적인 실리주의로 계속 가리라고 보십니까?

전:

네, 저는 분명히 그쪽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 영화나 소설이 사실성을 굉장히 드러내려고 강조하고 있어요. 그것은 북한이 지금까지 해왔던 경제적 실리 추구를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부문에서 여전히 문학과 예술을 총동원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예술도 국가의 돈을 써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인민을 설득한다는 명분이 아니면 영화 창작이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 2008년도에 북한에서 창작된 영화가 6편밖에 안 된다고 하니까요. 북한이 제한된 도구를 통해서 영화를 만들어 낼 때 당연히 국가가 우선으로 필요로 하는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고, 당분간은 경제 문제가 된다고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문화와 예술은 경제 문제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커진다고 예상됩니다.

노:

끝으로 교수님은 원래부터 북한의 영화와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 오셨나요?

전:

제 전공이 원래 국문학입니다. 고전 문학을 전공했고, '춘향전' 이 전공이었기 때문에 남북한의 춘향전을 비교 연구하면서 북한학을 시작했거든요. 아마도 정치나 사회학 하시는 분들과 다른 배경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북한의 문화 정책이나 민족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노:

교수님, 지금까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영화와 소설을 통해 본 북한의 경제와 변화를 단국대학교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전영선 교수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