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북한인권정보센터 김상헌 이사장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 항상 언제 죽을까 생각”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1.12.05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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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이사장
RFA PHOTO
북조선 주민들과 탈북자들의 인권피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 조사 분석한 자료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고 정책연구를 하고 국제토론회를 열어 전 세계 정부 비정부 단체들과 일반인들에게 북조선의 인권유린실태를 알리고 개선책을 추구하는 한국의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입니다. 이 단체는 지난 11월 중순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의 한미연구소와 공동으로 북한인권전략구축이란 주제로 학술회의(세미나)를 열었습니다. 2003년 북한인권정보센터를 창립하고 현재 이 단체의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상헌 씨. 그는 오랫동안 유엔개발기구와 세계식량계획 (UN/WFP)에서 일하면서 북한의 인권실상을 알렸고 은퇴 후에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참상을 폭로하고 탈북자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조직했습니다. 2003년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그를 아시아 영웅의 한 인물로 선정하고 그의 탈북자 지원 활동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학술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김상헌 이사장을 만나 봤습니다.

전수일: 우선 성공적으로 마친 것 축하합니다. 이 학술회의에서 한국 미국 영국 유럽의회 등에서 북한인권전문가들이 나와 북한인권문제를 토론하고 전 세계에 알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청중의 한 명으로 인상적이었던 게 있습니다. 평안남도 개천 14호 정치범수용소에서 20여년 수감됐다 탈출한 신동혁 씨의 인사말이었습니다. 자신은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이 언제 해방될 것인가 보다는 언제 죽을까를 항상 생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정치범수용소 내 수감자들의 인권유린과 사망은 너무도 절박한 문제라고는 설명이었습니다. 최근 한국 KBS텔레비존 방송보도에서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의 시설은 더 불어나고 있다고 하던데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와 문제의 심각성은 어떤 것입니까?

김상헌 위원장: 우리가 처음으로 파악한 건 아닙니다. 본래부터 알려진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걸 학술적으로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증명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여태껏 북한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얘기는 누구든 해 왔지만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료를 정리한 후부터는 주장이 아닌 완벽한 증거가 보강된 사실적 정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여러 얘기가 있습니다만 일부 과장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객관적 입장에서 사실 그대로 알려주려는 것입니다. 최근에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확장됐다거나 더 심각해졌다는 보도가 있지만 우리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는 정치범수용소란 것이 북한에 있고 그 안의 현실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범죄성을 띄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신동혁 씨 사례가 있습니다. 그는 거기 수용소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것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또 가족 전체가 거기에 끌려 들어간 사람도 있습니다. 재판 없이 그런데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생 죽어서 시체로도 나오지 못하는 곳에 수감돼 있다는 건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범죄입니다. 이런 것을 주장만 하기보다는 근거를 제시해 증명한다는 것이 북한정보센터의 창립 취지이고 그 목적으로 지금까지 활동해 왔습니다.

전: 북한정보센터는 2007년부터 북한인권백서를 매년 발간해왔습니다. 올해로 다섯 번 째인데요, 이 백서를 통해 북조선 주민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엄청난 양의 자료를 근거 사례와 함께 발표했습니다. 아까 정치범수용소 관련 말씀하셨지만 이 외에도 인권백서에서 발생빈도가 높고 가장 중대한 인권유린 유형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김: 우리가 백서에서 취급한 인권유린 유형은 상당히 학술적이고 국제법 기준에 상당하도록 한 것이라서 현실적으로 얘기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로 인권유린의 형태를 분류했습니다.

전: 물론 그런 인권유린 형태를 분리할 때는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당한 탈북자들과의 회견을 통해 확보한 실제 자료를 근거로 한 자료가 대부분이겠죠?

김: 그렇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북한에서 가해자의 입장에 있었던 사람의 증언한 내용도 많습니다. 그 밖에도 현재 북한에 살면서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있습니다. 물론 신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탈북자들의 얘기를 듣고 그대로 보고서에 옮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정보, 특히 현재 북한 내의 요직자들의 얘기와 기존 국제사회에 나와 있는 문헌 문서 정보에 비춰서 증언자들의 말이 맞는지를 판단하고 분석 검증하는 과정을 철저히 거쳐 올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발표하는 자료는 온 세계가 우리 자료에 대해 반증하고 반박하는 경우를 대비해 우리의 근거를 당당히 제시할 수 있도록 한 그런 자료입니다.

전: 북한의 식량난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15년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식량난이 장기화되고 만성화됨에 따르는 희생이 결국은 굶어 죽는 것(기아)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기아도 인권침해의 한 유형으로 제시됐습니다. 어째서 입니까?

김: 넓은 의미에서 인간은 생명에 대한 자유가 있습니다. 인권의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 범주에서 식량부족도 같은 문제입니다. 식량부족 자체는 인권유린의 유형이 아닐 것입니다. 정부가 잘못해서 기아를 촉발했다면 부끄러움은 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기아를 예방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거나 무책임하게 방치해 많은 사람을 굶어 죽게 하거나, 혹은 그 원인을 조장하거나 했을 때는 넓은 의미에서 인권유린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컴퓨터에 데이터베이스로 북조선 인민들의 인권 침해사례를 계속 모아놓고 있는데요, 이 자료는 인권백서와 같은 출판 외에 어떤 곳에 쓰입니까?

김: 우리는 북한의 종교자유의 백서도 매년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 전에 북한정치범수용소 조사 보고서도 발행했습니다. 이 보고서들은 인권침해 자료를 근거로 만든 것입니다. 또 이미 한달 전에 한국어로 발행한 대단한 책자도 있습니다. 북한정치범수용소의 운영실태에 대한 것인데 6백 쪽 가까운 엄청난 분량의 보고서입니다.

전: 그렇다면 국제사회에서 그걸 신빙성 있는 자료로 충분히 인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겠네요.

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걸 근거로 국제형사재판소 같은 국제기구에서 반인도범죄에 대한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만 높인 주장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우리는 떠들지 않고 이 모든 자료를 종합해 제출했기 때문에 북한당국도 부인 못합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인권유린 주장에 대해 국제정치적 음모라며 한 마디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우리 자료 때문에 그런 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제 우리가 조목조목 나열한 사실을 반박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북한 정권 능력으로는 불가합니다. 우리는 모든 게 사실에 기초했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이제부터는 쉽게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 2009년 1월부터 북한인권 교육방송도 시작했습니다. 누구를 상대로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까?

김: 인권이란 말도 들어보지 못한 북한 동포에게 인권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인권은 오늘날 세상에서 모든 가치와 개념 위에 있는 최상위의 가치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혁명이나 지도자에 대한 충성보다 더 중요한 게 인권이란 걸 북한 주민에게 알려서 나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 이웃의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권교육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전: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는 정책연구, 출판사업, 자료 수집 기록, 탈북자 정착지원 등의 사업과 교육방송도 하고 있습니다. 새해에 특별히 구상하고 있는 행사나 사업이 있습니까?

김: 우리에겐 방대한 계획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적 뒷받침이 따르지 않아 집행을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인권백서 종교자유백서가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희 예산 문제로 최소한의 발간 사업에 불과합니다. 이 보고서들은 현재 북한문제 전문가나 학자 정책입안자들이 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보기에 너무 딱딱한 내용이나 도표는 색과 그림으로 대체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인쇄 편집 등의 비용이 더 들겠지만 새해에는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또 새로 정리하는 북한인권 자료는 워싱턴이나 런던 같은 국제도시에서 붃한인권 학술회의를 개최해 세계에 알리는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김: 북한인권정보센터를 운영하면서 대한민국의 시민이 위대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는 이 일을 맨손으로 시작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약간의 지원은 받았지만 연구원들과 소장 모두 헌신적으로 이 일에 매달렸습니다. 이렇듯 북한동포에 대한 관심, 자유와 정의를 위한 대한민국 시민정신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체계적으로 수집 조사 분석해 보고서와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한국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의 김상헌 이사장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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