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직장에서 인정받는 탈북여성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11-10-20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coffee_house_305
탈북 여성의 자립을 돕고자 '우물가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테이크 아웃 커피점 '카페 그레이스'에서 탈북 여성 두 명이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직장생활. 이런 직장에서 능력 있다고 인정받으면서 일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성공한 사람일 겁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물류배송 회사 경리과장으로 일하는 탈북여성 최은경(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최은경: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회사에서 인정 받고 다니니까 너무 좋아요...

남한 생활 7년이 되는 탈북여성 최은경 씨의 말입니다. 요즘 남한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 중 하나가 취업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또 취직이 됐어도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반면 여기저기서 자신을 찾는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은경: 이 계통에서 오라는 곳도 많았어요. 그래서 아무 걱정이 없네요...

최 씨가 처음부터 좋은 조건의 안정된 직장에서 남한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나름 고생도 했고 힘든 고비도 있었습니다.

최은경: 처음에는 택시 콜 센터에서 1년을 일했고 그 다음 물류 퀵 서비스에서 일했는데 그 업체가 여러 회사와 합병을 하면서 커졌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쓰는 프로그램이 옛날하고 달라져서 물류업계는 전 세계와 공유 하는 것처럼 돼있었죠. 한국하고 미국하고 프로그램을 같이 쓰는 것처럼 돼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해운, 항공의 퀵 서비스가 또 합쳐졌죠. 해운 쪽에도 경리 있고 항공 쪽에도 경리가 있어서 거기 있는 남한 사람들에게 이제는 밀려났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최 씨가 말한 택시 콜 센터란 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서 차를 요청하면 이것을 운전기사에게 무전기로 알려주는 곳을 콜센터라고 합니다. 여기서 최 씨가 교환원으로 1년 일했다는 겁니다.

북한주민이 남한에 가면 제일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가 북한과 다른 환경에서 아는 사람도 없고 모든 것이 생소한데 남한에서 태어나 배우고 자란 사람들과 과연 경쟁이 되겠는가? 하는 것 일겁니다.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가 맡은 업무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 수행할 수 있는가 인데요. 최 씨에게 승진의 비결에 대해 기자가 물어봤습니다.

최은경: 다마스, 라보, 1톤, 1.4톤... 7톤 다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많지 않고요. 그렇게 400명 가까이 있는데 우리 프로그램 사용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 가르쳐 줬습니다. 그런데 한 달 지나서 저를 경리과장 시키더라고요. 한사람은 기분 나쁜지 나가버리고 한사람은 같이 일하는데...

기자: 결국 출신 배경을 따지지 않고 실력으로 승진이 된 것이군요.

최은경: 네, 우리 사무실에서 실력전 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 사람들은 퇴근 시간이면 집에 갈 생각하지 여기 푹 빠지지 않더라고요. 저는 여기 푹 빠지다 보니까 서울에서 부산, 부산에서 울산, 제주 다 하다보니까 많이 복잡합니다. 거리와 차량에 따라 운임이 다 다릅니다. 문에서 문까지 대한민국 어디나 다 가니까 이것이 택배하고 또 다르거든요.

분명히 최은경 씨가 하는 말은 한국말인데 용어들이 생소합니다. 택배, 퀵 서비스, 최 씨가 말하는 것을 봐서는 분명 물건을 배달하는 일인데 물건을 원하는 곳에 전달하는 택배와 퀵 서비스가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직접 들어봅니다.

최은경: 택배는 물량을 며칠씩 모았다가 가져가는 것이고 퀵 서비스는 물건이 하나라도 바로 배달하는 겁니다. 그래서 운임이 비쌉니다. 그러다보니까 큰 거래처만 사용합니다.

기자: 한국 전역 어디든 하루 안에 전달이 되게 하는 것이 퀵 서비스군요.

최은경: 네, 부산의 경우는 바로 출발합니다. 물량이 많으니까 차량 배차가 많아 배달이 더 빠릅니다.

기자: 전국을 대상하자면 직원 400명 정도는 있어야 하겠네요.

최은경: 네, 그렇죠. 거리 계산하고 운임 책정은 제가 해줍니다.

최은경 씨는 좋은 직장이란 남들은 그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을지 모르지만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좋은 직장이라며 특히 자신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첫 직장이 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최은경: 적성에 맞는 곳에 제가 처음에 발을 들여놨나봅니다. 저는 성격이 쾌활한 편입니다. 택시 콜 센터에서 일할 때는 야간 일을 많이 해서 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좋았냐면 무전기로 시원, 일산, 햇빛마을 뭐 이런 식으로 콜을 내렸는데 야간 일만 하니까 전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낮일 하는 곳을 찾아 퀵 서비스를 갔는데 거기서 무전기를 잘 알아들으니까 상황실을 맡았고 그곳에서 3년을 일했죠. 그런데 일이 너무 재밌습니다. 사무실에서 웃고 떠들고 뭘 잘못해도 머리를 뺑글뺑글 돌려 이렇게 우수개 소리도 하고요.

최 씨가 다니는 회사의 하루 매출은 5천만 원 이라고 합니다. 미화로 4만 5천 달러 정도가 되는데요. 경리과장은 400여 명의 봉급을 처리합니다. 돈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이 안 됩니다. 게다가 화물을 배송지에서 도착지까지 약속한 시간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의뢰한 사람과 차량배치는 착오가 생기면 회사 신뢰에 금이 가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최은경: 저는 아파도 퇴근 후에 밤에 병원을 갑니다. 사무실 퇴근은 6시 30분이라고 하지만 항상 저는 늦습니다. 입금할 것 다 입금 했나 오늘 들어올 돈은 다 들어왔나 확인하고요. 월말 마감은 25일에 하는데 그때는 정말 바쁩니다. 자기 일한 것만큼 월급이 나가는데 그것 맞춰 주자면 힘들죠. 거래처도 다 월말 정산이라 정말 바쁩니다. 그래서 25일부터 새달 첫 주까지는 토요일에 쉴 수 있어도 일처리 하느라 쉬질 못합니다.

사원들과 함께 회식할 때면 또 출퇴근길에 기분이 좋을 때면 흥얼거리는 노래 ‘서울의 찬가’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이제 최은경 씨도 서울 사람이 다 됐나 봅니다.

(서울의 찬가 노래: 가수 마야가 부름)

아직 완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최 씨가 방송을 통해 말하는 공개구혼. 최은경 씨는 이런 남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은경: 결혼하고 싶습니다. 일하는 것이 재밌으니까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것도 있지만 소개도 몇 번 받았는데 외모는 평범하면 되고 경제적 능력은 좀 돼야 하고 내가 키가 작으니까 많이 큰 사람은 싫고 착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술, 담배 하는 사람은 싫습니다. 조금씩 하면 괜찮지만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은 싫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의 물류운송회사 경리과장으로 일하는 탈북여성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사이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싶은 말 (0)
  • 인쇄
  • 공유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