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빈곤퇴치가 인권증진의 길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7.10.20

1992년 12월 유엔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켜 10월 17일을 '국제 빈곤퇴치의 날'로 정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의 빈곤문제는 전지구적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고 또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인식이 세계 지도자들 속에 자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비정부기구인 국제 시민 사회단체들이 앞장서 극단적인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제 활동들이 이어지게 되었고 유엔 총회의 결정으로 10월 17일 국제 빈곤퇴치의 날을 해마다 기념하게 된 겁니다.

‘국제 빈곤퇴치의 날’은 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대규모 집회에서 비롯됐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가난과 기아의 희생자들 그리고 시민운동 활동가들 무려 10만 명이 모여 집회를 했는데요. 트로카데로라는 이 장소는 '인권과 자유의 광장'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라서 집회의 의미가 더 컸습니다. 왜냐하면 유엔의 정신과 기초를 세우고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세계인권선언’이 1948년에 채택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프랑스 가톨릭교의 신부님인 조셉 레신스키라는 분이 10만 명의 사람들을 조직해서 굶주림과 폭력, 빈곤, 인권유린의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기념비를 건립하고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 1987년의 10만명 집회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10월 17일로 지정됐습니다.

이 날을 기해서 유엔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들은 극단적인 빈곤과 차별문제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극대화해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인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사회와 개별 성원들의 안정적인 미래를 건설할 전략과 정책을 세우는 일이 중심에 있어야 빈곤퇴치가 가능하다는 문제인식을 각 국가당국이 깊이 해야 한다고 유엔은 제안합니다.

올해 25회째 '국제 빈곤퇴치의 날'을 기념하면서 유엔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평화롭고 화합하는 사회를 향한 길'을 올해 선전홍보의 주제로 정했다고 합니다. 유엔은 지구상 모든 지역의 빈곤퇴치 투쟁을 위한 조치로 '안정적 발전을 위한 유엔 2030 의제'를 선정해서 모든 인권을 잘 보장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서 빈곤을 극복하는 것이 유엔의 목적이자 회원국의 의무라고 지적합니다. ‘안정적 발전 의제'의 실현을 위해 유엔은 실행목표를 내놨습니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모든 형태의 폭력을 줄일 것, 아동에 대한 착취와 인신매매를 멈추고 고문과 모든 종류의 유린을 중단할 것, 국가와 국제적 수준의 법치주의를 향상시켜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법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들것, 모든 종류의 부패와 뇌물을 줄일 것, 국제법에 따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접근을 허락하고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보호할 것, 차별을 없앨 것 등입니다.

지금 나열한 목표들을 제대로 실행할 때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궁핍을 끝내고 가난에서 벗어날 목적을 말하는데 왜 인권 이야기를 하는걸까요? 빈곤퇴치의 날의 기원을 만든 조셉 레신스키 신부의 말이 프랑스 파리 ‘인권과 자유의 광장'에 있는 기념비에 새겨져있는데요. "극단적인 궁핍 생활을 한다고 비난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인권유린이 일어난다. 이들의 인권이 존중되도록 다함께 힘을 합치는 것은 우리의 엄중한 의무다"라고 했습니다. 인권유린과 가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나라 전체가 가난하니까 힘있는 사람이 더 권력을 휘두르며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고, 가난한 사람의 인간 존엄성은 무시를 받고 차별의 대상이 됩니다. 또 뇌물을 줘야지 착취와 인권유린 문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는 상태가 그나마 차려집니다. 최근 북한을 떠나온 탈북민들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한국사회가 좋은 점을 말해 보라면 특별한 것들을 꼽지는 않습니다. 남한사람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인데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정말 놀라운 차이로 여기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탈북민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한에 오니까 '직장에서 일을 하면 월급을 주니까 좋다. 그 월급으로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하니까 좋다.' '자기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다.' '돈을 벌어도 국가에 내는 것 없이 벌은 돈이 다 자기 재산이 되니까 좋다.' '국가에 뭐 내라는 말을 안 들으니 좋다.' ‘안전원이나 보위원에게 돈을 뺏길 걱정을 안하니 좋다.' ‘뇌물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이런 말들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 의무지만 직장에서 월급을 받지는 못하지요. 받는다 해도 쌀 500그램도 살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러니까 8.3제품을 만들거나 개인 장사를 하지만 이 수익도 전부 개인의 수입이 될 수는 없지요. 인민군대를 위해서 그리고 돌격대를 위해서 인민반이나 직장에서 거의 매일 내라고 하는 물품들도 많고, 장사나 돈벌이를 하려는데도 노력동원이 그렇게 많아서 동원에 빠지려면 또 돈을 내야하지요. 언제 어떻게 안전원이나 보위원이 습격할지 모르니 법조계 사람들에게 고일 돈도 항상 준비해 있어야 합니다. 당국은 주민들로부터 현금이나 현물을 수탈해서 그리고 공짜로 노동력을 착취해서 국가를 운영합니다. 그래서 돈있는 사람들에게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가난한 사람들은 당연하게 착취의 대상이 되는 차별이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또 국가의 복지정책이나 가난 구제대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만 살거나 아이들만 사는 세대는 가난에서 벗어날 방도가 아예 없습니다.

북한의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앞서 말씀 드린 가난에서 벗어날 유엔의 실행목표가 일리가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가난한 것 그리고 북한이라는 나라가 가난한 것은 북한사람들이 게을러서 또는 사람들이 잘살기 위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권을 증진시키는 다른 한 방도입니다만, 북한의 정치와 경제체제 자체가 사람들이 일을 해서 더 잘살도록 만들 법적 제도적 보장을 못 해주고 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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