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인권 운동의 돌다리를 놓다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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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7일 오전, 독일에서 열린 북한 인권 영화제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북한 인권 영화제는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독일의 북한인권 시민단체인 '사람 그리고 영화를 수단으로 전 세계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적인 영화단체 '평화를 위한 영화재단(Cinema for Peace Foundation)'이 공동으로 준비한 행사인데요. 20일부터 25일까지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렸습니다.

베를린 뿐 아니라 독일 중남부에 위치한 도시 마인쯔와 독일 남부의 튀빙엔 대학, 드레스덴에서도 강연과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먼저 영화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일에 있었던 개막식에는 150명 이상의 베를린 시민들이 찾아와 북한 인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관객들은 영화 '크로싱'을 보면서 비극적인 북한의 인권상황과 탈북 과정의 비인간적인 현실에 대해 가슴 아파했습니다. ‘크로싱’은 남한의 영화감독이 만든 것으로 아내의 폐렴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도강했다가 본의 아니게 남한으로 오게 된 주인공이 아들을 찾아 탈북에 성공시키나 아들은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길을 잃고 목숨을 거두게 되는 사연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사건은 2천 년대 중반 실제 한국으로 탈북한 한 북한 남성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영화 상영도중 관객들은 극장 안에는 눈물을 흘리며 이 사연에 함께 가슴 아파했습니다.

한 20대의 관객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통일 전 동독의 독재와 억압된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동독에서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감옥생활을 했다는 사연을 소개하며 구 동독의 상황보다 몇 수십 배 더 억압적인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베를린에서 매일 진행되는 영화 상영을 뒤로하고 우리는 독일의 남부지역 마인쯔로 갔습니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를 함께 후원하는 지오다노브루노 재단의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재단은 독일의 합리적 인본주의 사상을 연구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중 여론을 형성하며 정부가 인간 중심의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입니다. 

회원들도 철학자, 법조인, 작가, 예술가, 과학자들로 다양합니다. 70여명의 회원들 앞에서 북한 민주화 네트워크의 김영환 연구위원과 ‘북한 감시단’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체 엔케이와치(NK Watch)의 대표 탈북자 안명철 씨가 강연했습니다. 이들은 주체사상과 주체사상이 주민들의 정신세계와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얘기했고 정치범 수용소 현황도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또 영화제 기간,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인 사회민주주의정당의 의원들을 면담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이 의원들은 3주 전에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분들이었습니다. 한 의원은 북한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억눌린 국가의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인생을 살도록 강요당하는 현실은 비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 인권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지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엔 인권 이사회와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독일정부의 입장은 언제나 단호합니다. 북한당국에 의해서 반 인도범죄가 자행되고 있으며 유엔 인권조사위원회에서 제안한 권고를 실행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은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과 동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독일 대중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중동지역에서 들어오는 난민문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 최근 프랑스에서 있었던 테러 사건 등으로 인해 독일 국민들이 당면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사건사고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서 독일과 같이 남북한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북한 당국과 인민들을 직접 대면해 인권개선에 대한 우려를 전할 수 있고 북한당국을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설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독일의 의회와 언론, 대중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북한 인권을 위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건 우리 같은 북한 인권 시민단체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시민단체와 함께 개최한 이번 행사가 그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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