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 당국의 열등감이 낳은 혐오 심리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4.05.31
[권은경] 북한 당국의 열등감이 낳은 혐오 심리 2017년6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반미시위.
/AP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북한 언론이 입에 담기에 거북하고 상상하기도 끔찍한 혐오스런 표현들을 공공연하게 쓰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른 나라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도록 교양, 교육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기에, 오늘 시간에는 혐오 표현을 일삼는 집단의 심리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며칠 전 노동신문의 기사 제목에 ‘불구대천의 원쑤들에게 무자비한 징벌을 가할 복수자들’이란 표현을 봤는데요. 기사 제목도 그렇지만 본문 내용도 그에 못지않았습니다. ‘미제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와 적개심’이라는 표현이라든가, ‘괴뢰 한국’ 그 외에도 여성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일상적인 모멸적 호칭 등 한국에서는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증오와 혐오를 드러내는 표현들이 북한에서는 신문, 방송에 예사로 나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교양과 교육을 위해서 폭력적이고 혐오를 조장하는 멸칭이나 비속어는 언론 등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보통 국가들의 상식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주민들의 사상과 이념 교육을 위해서 설치한 박물관에서도 혐오와 증오, 복수심에 기반한 역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북한 사회 전반에 분노를 양산하는 조직적인 ‘반미,’ ‘계급 교육’는 상대를 끔찍하게 증오하고 극도로 혐오해야만 정상적인 사회 성원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처럼 증오에 기반해 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혐오는 어떤 대상에 대해 ‘역겨운 감정’ 또는 '회피하는 감정'을 가지는 것으로, 지금까지 인류를 생존하게 만든 본능 중 하나이며 인류 진화의 산물이라고 학자들은 정의하는데요. 다시 말해, 외부의 위협을 감지했을 때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방어적으로 자기가 속한 집단에 의존하고 동시에 자기와 다른 성격을 가진 외부 요소에 대해서는 미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다는 설명입니다.

 

방어의 수단이기 때문에 열등감이 강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약할수록 실질적 문제의 원인을 직면하지 못하고 외부의 영향이나 특정 조건을 지목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인 양 절대 악으로 여기는 경향으로 표출됩니다.

 

특히 이런 심리가 집단으로 확장되면, 자기 집단에 대한 정체성과 소속감, 연민 또는 충성심 등이 배타적인 방식으로 편향돼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로 발현됩니다. 즉 외모나 취향, 피부색, 성별 등 각종 외부적 요소로 집단을 구분하고 자기 집단과 동일성을 갖지 않는 다른 집단 또는 힘이 약한 부류의 사람을 배제합니다. 이것이 바로 차별이며 감정적으로 심화되면 증오와 혐오 등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나타납니다. 

 

역사에서 이 같은 편향된 집단적 동질성으로 배타적인 결정을 하고 인류 역사에 큰 상처를 남긴 사례들이 몇 차례 있었지요. 지금까지도 끔찍한 비극의 역사로 기억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량 살상과 1970년대 말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정권이 공산화 과정에 저지른 지식인 대량 살상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색적인 문화를 수용, 포용해서 성공한 역사적 사례도 무수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1600년대 말 일본은 유럽에서 들어온 서양 문물을 어렵사리 수용했는데요. 한때 서양 서적을 금지하던 제도를 완화하면서, 1700년대 초반 일본어로 번역된 서양 서적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식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또 명치유신’이라는 일본 근대화 혁명의 기초를 놓을 수 있었습니다. 포용성이 일본에 거대한 문명적 도약의 기회를 안겨준 셈입니다.

북한 당국도 문명의 발전을 자주 언급합니다. 지방 발전 정책으로 지방을 ‘문명 부흥’하게 만들겠다거나 경제 발전을 이루고 인민의 물질 문화 생활을 ‘문명하고 풍요’하게 만들자는 결심들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 당국이 펼치는 타문화를 멸시하는 부정적이고 배타적, 차별적인 주민 교양 방식으로는 성숙한 문명의 발전을 끌어내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 중 이미 많은 사람들은 사회계층의 구분으로 인해 심각한 차별과 증오의 대상이 된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 혐오의 결과로 장성택을 비롯해 정치권 내에서 종적을 감춘 무수히 많은 인물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지금은 단일한 색채의 집단에 속해 있을지라도 우리 중 누군가는 조만간 배척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북한 주민들은 이미 다 학습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열등감을 표출하는데요.  


최근 며칠간 북한 당국은 한국을 대상으로 열등감에서 비롯된 강도 높은 혐오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 오물과 쓰레기를 잔뜩 실은 풍선 수백 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낸 사건인데요. 북한 당국에 남한의 영향과 존재가 얼마나 큰 위협이면 이렇게 유아적인 방식으로 방어심을 표현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도 경우에 따라 북한 당국의 오물과 쓰레기와 같은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기에,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이현주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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