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공개처형과 공존하는 인민제일주의
2023.12.22
지난 20일,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사형집행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소개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다른 나라들은 인간 존중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는지 잘 알 수 있기에 청취자분들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공영라디오 방송인 NPR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의 ‘교정국’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적 있었습니다. 버지니아주 교정국이 사형 집행 과정을 비공식적으로 녹음을 했다는데요. 녹음한 사형 집행 건수가 31건에 달하고, NPR 방송국 측이 주 정부를 대상으로 그 녹음테이프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했습니다. 하지만 버지나아주 판사는 사형당하는 죄수 당사자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 교정국은 사형 녹음테이프를 비밀 보관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송국은 사형으로 사망한 죄수들의 가족을 만나서 조사 했는데요. 대부분의 가족들은 자기 가족의 사형이 올바른 절차대로 인격적 존중을 받으며 제대로 집행됐는지 알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사형수의 아들은 ‘우리에게는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구체적인 정황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송국은 주 교정국을 대상으로 지난 9월, 다시 녹음테이프를 공개하라고 항소합니다.
미국은 1973년 이후 지금까지 158건의 전기 의사를 이용한 사형 집행이 있었고 그중에 10건은 사형 집행 과정에 실수나 오류 등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항소 이유로 밝혔습니다. 사형집행 중 문제라면 전기충격이 가해졌는데 신체에 출혈이 있었다거나, 사형집행이 마무리됐는데 의사가 사형수의 사망 확정을 못 내렸다는 등의 문제였습니다. 또는 약물 투여를 통한 사형에서 사형수의 팔에서 동맥을 찾지 못해서 수십 분간 애먹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포함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NPR 방송국이 사형집행을 녹음한 테이프를 공개하라고 버지니아 교정국을 대상으로 항소까지 신청한데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 불편한 설명을 길게 해드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 태어나면서 받은 존엄성을 어떤 조건의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사형을 언도받은 중대 범죄자라도 사형집행의 절차에 있어서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간다운 삶의 마감을 할 수 있도록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NPR의 기사는 사형수가 죽는 순간에도 인간으로서 갖는 원초적인 권리가 짓밟히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형집행 대상자의 인격과 존엄성을 섬세하게 존중하는 이 같은 자세는, 한 국가 안의 모든 주민들을 계층이나 빈부 격차나, 직업적 성분이나 지역 간의 차이 없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가르침을 줍니다. 더 나아가 인간을 포함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까지 이어집니다. 이런 가치가 널리 퍼져있는 국가에서는 포용하고 통합하는 정책과 태도를 정부와 시민들이 갖게 됩니다.
한편, NPR의 기사를 보면서 최근 북한에서 들려온 사형집행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는데요. 지난 8월 30일 혜산비행장에 주민들을 집합시켜서, 9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을 총살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공개총살을 당한 사형수들의 죄목은 국가 소유의 부림소를 죽이고 유통한 죄였답니다. 이어 9월 하순에도 혜산시에 공개 총살이 있었다고 알려졌는데요. 국가 물자인 의약품을 개인 약장사에게 판매했다는 죄명입니다. 공개처형은 민간 의료와 의약품 개인 판매를 근절한다는 북한 당국의 정책을 따르지 않은 댓가라고 설명합니다. 보통 나라에서는 벌금형 정도를 받을 법한 범죄인데 총살까지 했다는 것도 놀랍고 거기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처형했다니 더 충격입니다.
사형집행을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의 관점에서 보자면, 앞서 설명드린 미국의 경우와 극과 극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사형수가 인격과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생명을 거두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언론의 요구 그리고 이를 확인하는 것은 사형수 가족들의 알권리라는 주장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에 비해 북한의 공개처형은 얼마나 전근대적이고 무자비하며, 인격과 생명을 멸시하는 정책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지구의 약 200개 국가들 중 150여 국가들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요. 세계적 추세도 사형집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19세기 이전에나 진행하던 공개처형을 아직도 집행함으로써, 전 국민들을 공포로 위협하는 정책을 폅니다. 그것도 잔인한 죽음을 지역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형수는 물론 그 가족들에게 치욕을 안겨주는 식인데요. 동시에 주민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위협, 정신적 고통과 공포를 줍니다. 사형수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과 일반 주민들의 인격과 존엄성을 다 같이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이러니 북한당국이 ‘인민애'를 주장하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그만큼 더 위선적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와 우려에 대해 북한 당국은 일관되게 반공화국 모략행위라고 주장하는데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공개처형의 집행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인지해야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