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의 화전(和戰)양면 전술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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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들어서면서 북한은 십 수 차례에 걸쳐 100발의 방사포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남한 전역을 사정거리로 하는 스커드-C급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만 일곱 차례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안보리결의 1695호를 채택한 것을 비롯하여 도합 다섯 개의 결의와 두 개의 의장성명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1718, 1874, 2087, 2094호 등은 북한에게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하지 말하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발사 그리고 우주개발을 빙자한 탄도미사일 실험을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5월 2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9월 19일에서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제17회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고 밝혔고, 한국에 대해서는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문제를 상의하자며 남북대화를 제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7월 1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실무회담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북한은 선수단과 응원단을 각각 350명씩을 보내겠다고 밝히면서 만경봉호를 인천항에 정박시켜 숙소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350명의 선수단은 북한이 6월 10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통보한 150명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입니다. 이에 우리 측이 선수단과 응원단의 구성에 대한 질문들을 하자 북측은 반발했고, 회담은 결렬되었습니다.

북한은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안게임에 316명의 선수단과 280명의 응원단을 파견했었습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와 2006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도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했습니다. 한국정부는 남북화해협력 차원에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비용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박근혜 정부는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지원은 대회규정에 따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곧 파견국 스스로가 체류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을 강조한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비용을 한국에게 떠넘기려고 했다가 한국정부가 순순히 들어줄 것 같지 않으니까 일단 회담을 중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조만간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겠지만, 북한에게 한국의 국민정서를 충분히 헤아리라는 주문을 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잊을만하면 방사포와 미사일을 쏘면서 대남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해커들은 대한민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하고 남북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화전(和戰) 양면전술에 대해 한국 국민은 결코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국민은 과거 북한 응원단에 대해서도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응원단원으로 위장한 불순분자들도 함께 내려왔다는 점을 모르지 않으며, 한국에 와서 점령군처럼 눈알을 부라리는 일부 임원들을 보고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에는 해괴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던 북한 응원단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그려진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는 급히 버스를 세우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들은 “장군님께서 비를 맞고 계신다”고 대성통곡을 했고, 결국 현수막을 철거하여 차곡차곡 접어 가슴에 안고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 소동은 자유민주주의 속에 살고 있는 한국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런 마당에 이번에도 한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경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면, 한국 국민과 정부를 지나치게 물렁하게 본 것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한국정부와 국민은 이를 환영합니다. 북한이 진실로 남북상생의 길을 택하고 정상적인 언행을 보인다면, 언제든 남북협력의 대로는 열릴 것이며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경비는 매우 사소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따뜻한 동족애로 그들을 맞이할 것입니다. 하지만 얄팍한 화전 양면전술에 연연하면서 협박과 허장성세를 일삼는다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입국을 바라보는 한국 국민의 눈길은 아주 싸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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