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천안함 5주기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건양대 초빙교수
2015.03.25

3월 26일은 한국에게 결코 잊혀질 수 없는 날입니다. 그러니까 5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저녁 9시 22분, 한국해군의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은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정체불명의 수중폭발물에 의해 선체가 두 동강이 나고 침몰되었습니다. 함정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중 58명은 극적으로 구조되었으나 나머지 46명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사건을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한국정부는 정확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합동조사단을 구성했습니다. 이 조사단은 한국,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5개국의 전문가 24명과 지원인력 등 약 130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4월 16일부터 5월 20일까지 평택항에 정박 중이던 13,000톤급 독도함에서 일체의 외부접촉을 끊고 합숙하면서 조사활동을 벌였고, 2010년 5월 20일 최종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북한의 130톤급 연어급 잠수정이 발사한 CHT-02D어뢰에 피습되어 침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CHD-02D 어뢰는 무게 1.7톤에 250kg의 폭발장약을 장착한 북한의 중어뢰입니다. 한국정부는 이 결과에 의거하여 5월 24일 국방부 장관, 통일부장관 그리고 외교부장관의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인도주의적 대북지원과 기존의 개성공단 운영을 제외한 일체의 대북교역과 투자를 금지하는 5.24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상이 천안함 피습사건의 개요입니다만, 그 과정 과정에는 한국국민이 잊을 수 없는 숱한 이야기들이 알알이 맺혀 있습니다.

조사결과에 대해 북한이 “남조선 정부의 특대형 모략극”이라면서 부인하고 나선 것은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중국은 합동조사단 동참을 거부하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공격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북한’이라는 공격주체를 밝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여 한국인들을 씁쓸하게 만들었으며, 러시아 또한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드러난 증거들은 너무나도 명백했습니다. 인양된 천안함은 배의 중간부분이 두 동강이 나면서 선체의 용골이 위쪽으로 크게 변형된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배밑에서 폭발한 어뢰의 버블효과가 일으킨 결과임이 분명했습니다. 함정의 잔해에서 발견된 폭약성분들은 HMX, RDX, TNT 등으로 밝혀졌는데, 이 또한 북한의 어뢰가 주범임을 가리키는 증거물이었습니다.

더욱 극적인 증거물은 5월 15일 수색작업을 돕고 있던 어선들의 쌍끌이 그물에 인양된 어뢰 추진체였습니다. 이 추진체에는 ‘1번’이라는 표시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고 부식정도가 천안함 잔해의 부식정도와 일치하여 같은 날 바다 속에 떨어졌음을 증명하고 있었으며, 크기와 모양 또한 북한이 수출홍보용으로 만든 책자에 소개된 CHT-02D와 동일했습니다.

3월 24일 남포 앞 잠수함 기지로부터 연어급 잠수정 한 척이 한미 양국의 감시망에서 사라졌다가 3월 30일 달라진 도색을 한 상태로 기지에 복귀한 사실도 중요한 정황증거였습니다. 한국 국민은 북한의 소행임을 나타내는 명백한 증거물과 이를 부인하는 북한당국자들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상념에 잠겨야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국민에게 안겨준 슬픔도 여간 크지 않았습니다. 천안함의 함미 부분과 함수 부분이 잇달아 인양되고 배안에서 숨진 장병들의 시신들이 발견될 때마다 통곡이 이어졌으며, 수색작업을 진두지휘하던 해군의 한주호 준위가 사망했을 때 그리고 수색을 돕던 저인망 어선 금양98호가 실종되었을 때에도 온 국민의 가슴은 저미었습니다. 졸지에 생때같은 남편과 금쪽같은 아들들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의 슬픔은 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입니다.

오늘로 서해의 영웅들이 전사한지 5년이 되었지만, 그 세월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며 비참하게 숨져간 남편과 아들을 떠올리며 울부짖던 유족들의 비통함을 달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더 흘러도 천안함 피습이 북한군이 공자(攻者)의 유리점을 활용하여 미리 예행연습까지 거친 후 일시와 조건을 선택하여 결행한 파렴치한 기습도발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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