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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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월 20일에서 22일까지 쿠바를 방문했습니다. 2014년 12월 17일 미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수교를 선언했을 때 양국 정상의 만남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래 무려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래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적대관계에 있었던 미국과 쿠바가 수교를 재개한 것은 한마디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는데요.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쿠바를 방문하여 양국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하여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것입니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 반도에서 14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인도 제도의 아름다운 섬나라로, 음악을 좋아하고 관광자원이 많은 나라입니다. 수도 아바나는 한때 낭만과 정열이 넘쳐났던 환상의 휴양지로 유명했습니다. 쿠바의 면적은 110,860㎢로 남한과 비슷하고 인구는 약 1천1백만입니다.

1959년 카스트로 혁명은 부패한 버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1961 미국과의 외교가 단절되었고 쿠바가 세계에 혁명 수출을 시도하면서 미국의 대쿠바 봉쇄정책은 강도를 더해갔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미국의 경제봉쇄와 함께 공산독재가 절정을 이루면서 미국행을 원하는 쿠바 난민과 망명자가 줄을 이었고, 오늘날 플로리다에만 100만 명의 쿠바인들이 미국시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6년 피델 카스트로가 장출혈로 입원하면서 쿠바의 역사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형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2008년에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했고 이후부터 한때 강력한 사회주의자였던 라울이 토지이용 규제 완화, 농업 개혁, 정치범 석방, 정부 구조 조정, 시장경제 제도 도입, 해외여행 자유화, 자동차 시장 개방 등 개혁조치를 단행하면서 해외투자 유치에 나선 것입니다. 미국이 쿠바의 변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양국간 수교협상이 시작되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국 수교를 위한 선의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되어 드디어 2014년에 수교에 합의했으며 마침내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쿠바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2박 3일간 쿠바에 머물면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정상회담, 대중 연설,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야구 시범경기 관전, 반정부 인사들과의 만남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행한 대중연설에서 "미주 대륙에 남아있는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파묻기 위해 쿠바를 방문했다"고 선언할 때 TV생중계를 지켜보던 쿠바 국민들은 크게 환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쿠바 봉쇄정책의 종료를 선언하고 금수조치들을 해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을 때 쿠바 국민들은 환호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미국이 쿠바에 가해 온 제재조치들은 매우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적성국교역법(Trading with the Enemy Act)에 의거 1962년에 교역을 전면 금지했고, 쿠바여행 금지, 테러지원국 지정, 송금 규제, 쿠바 기항 선박의 미국 입항 금지 등의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라울 카스트로의 개혁과 함께 미국은 2009년부터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여 쿠바계 미국인의 쿠바 방문 허용, 송금 제한 폐지, 미국 통신기업 쿠바사업 허용, 인도주의적 물품 거래 허용 등의 완화조치들을 취해오고 있습니다.

양국이 관계정상화를 결정한 이상 이런 제재들은 조만간 전면 해제될 전망입니다. 물론, 양국 사이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미국은 쿠바의 인권개선과 민주화가 속도를 내기를 원하고 있으며 쿠바는 미국이 관할하는 관타나모 기지를 반환받기를 원하고 더욱 신속하게 경제제재가 해제되기를 기대하며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이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일정을 통해 이러한 이견들은 심심치 않게 노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쿠바가 개혁개방의 길을 택한 이상 이런 문제들이 타결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쿠바가 개혁개방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만든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미국이든 또는 어느 강대국이든 북한이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국가로서 불안정을 야기하지 않는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결코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쿠바의 지도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듯 북한도 최고 지도자들이 생각을 바꾸면 핵무기를 내려놓고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설 수 있으며 쿠바 국민들처럼 북한 주민들을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이 그랬듯 북한도 경제기적을 만들어내면서 신속하게 궁핍과 낙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을 막론하고 한민족은 매우 우수한 민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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