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베트남을 향한 러브콜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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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한 달 동안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다녀갔습니다. 지난 7월 베트남의 사실상의 실권자인 응웬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오바마 대통령과 베트남전 종전 40주년 및 미-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회담을 가진 것이나 지난 9월 아베 일본 총리가 응웬푸쫑 서기장을 도쿄로 초청하여 정상회담을 열고 개발원조 제공을 약속한 것까지 감안한다면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로서는 대단히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이며 최근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11월 중에 베트남을 방문한 정상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이태리의 세르조 마타벨라 대통령, 아이슬란드의 올라퓌르 그람손 대통령 등입니다. 아이슬란드는 베트남과의 교역확대를 원하고 있고 이태리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확대 및 교역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중국은 베트남과의 전반적인 우호관계 강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유럽국가들이 베트남을 주목하는 이유는 베트남이 1억 명의 인구를 포괄하는 방대한 국내시장과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데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베트남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육로 및 해상의 실크로드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 즉 중국몽(中國夢)을 꿈꾸며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남중국해가 앞바다인 베트남과의 안보관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있어서의 기존의 해양질서를 유지하고 항행의 자유를 담보하기 위해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때문에 베트남은 미국에게도 중요한 안보파트너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서 미-베트남 관계는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2006년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방문, 2012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베트남 방문, 2014년 마틴 템프시 미 합참의장의 방문, 같은 해 팜반민 베트남 외무장관의 워싱턴 방문 등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베트남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 행복한 러브콜을 받으면서 활발한 외교를 펼치는 국가가 되었는데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유엔의 제재 속에 고립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과는 매우 대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이 각국의 러브콜을 받게 된 데는 또 다른 배경들이 있습니다. 베트남 역시 북한과 유사한 일당독재 국가로서 베트남공산당이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베트남 헌법 제6조는 베트남공산당을 “베트남 노동자, 농민, 그리고 민족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그리고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호치민 사상을 신봉하는 사회 영도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어 외형상 조선노동당을 유일 집권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베트남 사회에는 많은 정치개혁 요구들이 분출되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 대해 매우 관대한 편입니다.

베트남 사회의 일각에서는 헌법에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삭제하자는 주장, 다당제를 도입하자는 주장, 직선제로 서기장을 선출하자는 주장 등이 분출되고 있으나 베트남 정부는 다양성 차원에서 이런 주장들을 허용하고 있으며 중국이나 북한에 비해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도 국민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이러한 유연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개혁개방을 수용함으로써 주목받는 신흥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2014년도 GDP 규모는 약 1,900억 달러로서 세계 55위입니다. 일인당 GDP는 2,000달러 수준으로 130위에 그치고 있으나 6%가 넘는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면서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소득이 급속히 늘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 비해 북한의 GDP는 400억 달러에 머물고 있으며 일인당 GDP도 1,000달러 미만으로 방글라데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14위에 해당하는 1조4천억 달러의 GDP규모에 일인당 GDP가 3만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강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이 경제개발을 위해 가야 할 길은 매우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에게도 기회는 있습니다. 북한이 베트남과 같이 다양성과 유연성을 허용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베트남처럼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게 될 것입니다. 남북간에도 활발한 경제협력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근면한 노동력이 남한의 기술 및 자본과 결합하면 북한지역은 아시아에서 또 하나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며 북한 역시 베트남처럼 국제사회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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