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남북관계 왜 단절하려 하는가?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6.15

최근 북한은 탈북민들의 삐라를 문제 삼아 남북관계 단절에 나섰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한편 남북 간 모든 채널을 닫아걸었습니다. 북한 각지에서 남한과 탈북민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조직하고 있고 텔레비전 영상과 노동신문 지면은 탈북민들과 남한 정부를 단죄하는 내용들로 채우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전쟁시기는 물론 전후에도 계속 남한을 적으로 경계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냉전이 해체된 1990년 이후에도 북한의 입장은 달라진 적이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해외 특히 중국에 나갈 때 가장 강조하는 주의사항은 남한 주민들을 만나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한 대표단이 남한에 올 때는 적구에 간다고 합니다. 귀국 후에 철저한 사상투쟁은 필수과정입니다. 남한 영화나 드라마 방송을 시청하면 다른 나라의 것을 시청하는 것보다 몇 배 더 강도 높게 처벌합니다. 북한 주민이 중국에 불법으로 가면 일반범죄로 처벌하지만 남한으로 가면 반혁명분자로 정치범으로 처벌합니다.

북한은 지어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남한을 더 경계합니다. 북한에는 남한 교회와 해외동포들의 후원으로 건설하고 운영하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있습니다. 평양과기대에는 세계 각국에서 자원해 온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남한 사람은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미국 국적자나 일본 국적자도 허용하면서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의 참여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기 북한 지도부는 공식적 무대에서는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우리 민족끼리, 민족대단결을 주장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북한은 이러한 가면을 벗어 던졌습니다. 사실 지난 시기 북한은 남한이 제일 싫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남한이 북한에 비할 바 없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이 항상 비교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북한으로써는 남한이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주민이 남한 주민이 누리고 있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알게 된다면 북한 정권의 거짓말을 더는 믿지 않게 될 것이고 따라서 정권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너무 국가형편이 어려워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남한의 지원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시장이 허용되면서 이제는 중국과 교류만 잘 해도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대북제재로 남한의 큰 지원은 받을 가능성이 없는 조건에서 남한을 떼어버리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단절을 북한이 했다는 말을 들으면 안 됩니다. 조국통일을 민족최대의 숙원이며 과업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해온 북한 지도부는 남한의 잘못으로 관계가 단절됐다고 해야 북한 인민들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미운 탈북자를 구실 삼으면 이조 일석의 효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정권유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봉쇄전략은 남북 간의 격차를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남한의 존재감은 더 뚜렷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남북관계 단절은 북한 주민에게는 너무나 큰 손해입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가 이중으로 들이닥쳐 농사철에 비료를 수입하지 못해서 모내기한 벼가 노랗게 뜨고 있다고 합니다. 남북교류가 된다면 남한에 남아도는 퇴비를 황해도의 논밭에 가져다 낼 수 있습니다. 남한은 환경오염을 막고 북한은 토지를 개량하고 서로 좋은 일입니다.

올해는 6,15 공동선언 발표 20돌이 되는 해입니다. 남북관계를 한단계 더 전진시켜야 하는 올해에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큰 유감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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