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경제의 민주화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7.10.09

최근 남한에서는 경제 민주화가 중요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쉽게 말하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난한 사람이건 부유한 사람이건 상관없이 시장활동에서 동일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사회에서 시장은 경쟁을 유발하여 경제발전을 촉진시키지만 한편 단점도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돈을 벌고 그 돈을 밑천으로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지만 경쟁에서 진 사람은 계속 가난해져 부익부빈익빈 사회로 바뀌게 됩니다.

물론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결과 아래 계층의 사람들에게도 일정한 이익이 차례지므로 일반적인 경제적 처지는 낳아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남한은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1위로, 아무리 못산다고 해도 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면서도 상대적 빈곤 때문에 경제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한의 문재인정부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경제의 민주화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부가 쌓인 쪽이 대기업이므로 대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중소기업의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조건을 마련함으로써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그 방도로 부자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도록 하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업종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며, 대기업이 금융업과 산업을 동시에 경영할 수 없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자본주의방식으로 경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번 극소수의 돈주가 생겼는가 하면 대다수는 시장에서 장사하지만 하루 끼니를 겨우 보장할 수 있는 정도의 돈밖에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기업소들은 가동조차 못하고 있지만 특권기관 소속 회사는 가장 돈벌이가 잘되는 품목을 독점하고 전기를 비롯하여 생산조건도 우선적으로 보장받기 때문에 정상가동하고 있고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각기업과 특권기업 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과 달리 북한은 이러한 실태를 인정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사회주의는 사람들에게 평등을 보장한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자본주의사회보다 더 불평등한 조건에서 살고 있습니다.

경제의 민주화에서 선결조건은 주민이 경제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인민대중이 생산수단의 주인으로 되어있고 나라의 모든 부는 인민대중에게 고르게 분배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은 경제의 주인이 아닙니다. 단적으로 남한에서는 모든 경제지표가 공개됩니다. 국민소득은 물론, 주민들의 가계소득, 실업률, 기업의 순소득, 등 대부분 자료가 공개되어 주민들이 마음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민들은 그에 근거하여 불평등을 증명하고 그를 개선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나라의 실제적인 재부가 어떻게 마련되며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이윤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 전혀 모릅니다. 북한의 경제적 불평등이 날을 따라 심화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그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경제의 민주화를 보장하라고 요구조차 할 수 없습니다.

오늘 북한의 평양에는 남한부자들 못지않게 잘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돈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법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최신 가전제품을 들여놓고 고급 외제승용차를 몰며 최근 평양에 많이 건설된 음식점과 유희장들에서 마음껏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특히 농촌주민들은 한해 농량도 안 되는 분배를 받으면서도 농장 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기도 없는 깜깜한 세상에서 현대문명과 담을 쌓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의 민주화는 남한보다 북한에 더 절실히 필요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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