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히딩크가 북으로 가지 않은 이유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09-12-2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2010년 남아공에서 열리는 세계 축구선수권대회에 남한과 북한이 나란히 출전하게 된 소식으로 떠들썩해진 남한에서는 북한이 이번 경기를 위해서 히딩크 축구감독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축구애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한 달 전부터 계속되어 오던 열기 띤 논쟁은 며칠 전 결국 <히딩크의 거절>로 결론이 났습니다.

히딩크는 1998년 프랑스, 2002년 남한,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 등 자기가 감독을 맡은 나라 축구를 연이어 4강과 16강에 진출시켜 히딩크 신화라는 말을 유행시킨 네덜란드의 유명한 축구감독입니다. 북한은 44년 만에 진출하게 된 이번 월드컵본선을 통해 다시 한 번 1966년 영국에서와 같은 영광을 재현해보자는 의욕을 가지고 이 유명한 축구감독을 초빙하려고 했다가 거절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남한의 인터넷에 뜨자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수백 개가 넘는 글이 달렸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남한에서는 모든 컴퓨터가 인터넷(인터네트)로 연결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써서 올릴 수 있고 그 글을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반박할 수도 있고 칭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히딩크 감독의 거절사실을 두고 "16강 진출 실패 시 선수단 코치진(훈련지도원), 감독 공개처형, 직계가족 9촌까지 아오지 탄광 직행", "탈락하면 공개처형인데 가겠냐고" 또 "거절했다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시는 건 아닌지" 등 각종 유머들을 창작해서 올려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번에 북한은 히딩크 감독의 영입을 제안했지만 감독과 그가 대동할 코치진의 몸값이 적잖게 부담이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값은 500만 유로 약 720만 달러라고 합니다. 북한은 현금대신 현물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보도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월급을 옥수수로 주는데 가겠냐고", "월급으로 대포동 미사일을 준다고 했을 듯", "돈이 없긴! 김정일이 뒤로 숨긴 돈이 얼만데" 등 역시 비난성 유머들로 인터넷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유모이기는 하지만 그 글들에는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1966년 월드컵 때 8강까지 갔다가 더 올라가지 못했다고 모두 혁명화 보낸 이야기는 남한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돈이 없어 주민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면서 핵무기 개발, 미사일 실험에 숱한 돈을 쏟아 넣고 있는 것도, 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지만 집권자들은 서방국가의 재벌보다 더 사치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은 이번 월드컵경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떨어진 북한의 명예를 한방에 회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은 44년만의 월드컵경기에서의 승리를 통해 김정은 후계자의 빛나는 업적을 창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히딩크 감독의 초빙을 위해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섰고 북한으로서 부담이 될 거금도 아낌없이 투자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경기에서 한번 크게 이긴다고 가난한 나라, 독재국가로 각인된 북한의 이미지(인상)가 바뀌는 것이 아니며 국제경기에서의 승리와 같은 업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북한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이번에 히딩크 감독의 초청이 무산되어 매우 아쉬워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더 다행인지 모릅니다. 북한에서 720만 달러란 거금인데 그 돈을 들여서 경기에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특히 후계체제수립과 관련된 정치적인 경기에서 지면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감당하겠는지 생각만 해도 서늘합니다.

그 돈으로 차라리 춥고 배고픈 주민들에게 먹을 것과 땔 것을 사주라고 히딩크 감독이 이번 북한의 요청을 거절한 것 같습니다. 정말 히딩크 감독은 신화의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