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김정은의 서방문화 동경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1.08
[김현아] 김정은의 서방문화 동경 북한이 새해를 맞이하여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국기게양식과 축포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일 보도했다.
Photo: RFA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의 새해 설맞이 풍습이 바뀌었습니다. 12 31일 밤, 평양주민들은 김일성광장에 모여서 새해 시작을 기다립니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합쳐 거꾸로 셈을 세면서 0에 이르면 확성기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축포가 밤하늘을 물들입니다. 금년 설에는 새해 0시를 전후하여 10만여 명의 군중이 꽉 들어찬 능라도 51일경기장에서 신년경축공연과 김일성광장에서 청년들의 무도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세계에서 대도시의 중심에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생겨난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자정 직전에 사람들이 함께 거꾸로 셈을 세면서 0시를 맞이하기 때문에 이를카운트다운행사라고 합니다. 1959 12 31,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최초로 대규모 새해맞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는 약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이후 타임스퀘어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는 매년 열리고 있고,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시청하는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1960년대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에서도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는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62년부터 보신각 타종 행사가 시작되었으며, 이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이 행사가 없었습니다. 아침에 가까이에 사는 가족 친척들이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아침식사를 하며,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누는 전통적인 설 명절 풍습과 동상에 꽃바구니 헌화, 신년사 청취 같은 북한 특유의 설 정치행사가 있었을 뿐입니다.

 

서양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김정은은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이러한 대규모 카운트다운 행사를 북한에서도 하고 싶었나 봅니다. 북한당국은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만들어 서방문화를 막는다고 했지만 사실 김정은은 누구보다 서방문화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문명강국 건설노선에서문명이란 사실 서방의 물질문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서방문화는 경제발전을 전제로 합니다. 설날 대규모의 카운트다운 행사를 하려면 전기가 있어야 합니다. 밤거리를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야 하고 거리를 각양각색의 등으로 장식해서 분위기를 돋우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전기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특히 수력발전소가 잘 가동하지 못하는 겨울에는 거의 전기를 보지 못하는 지역이 많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는 12 31일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이전에도 위성에서 찍은 한반도의 야경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화제가 되었지만 이번 사진은 지구에서 가까운 저궤도위성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그런지 사진이 너무 선명하게 나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한은 불빛이 전 지역을 환하게 뒤덮고 있는 반면 북한은 반딧불 같은 불빛이 10여개 보일 뿐 전 지역이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의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김정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간부들은 평양시에 전기공급을 집중했습니다. 행사에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해 야간 장식등을 설치하고 조명용 전기를 보장하도록 기업소들에 구획을 나누어 분담시켰습니다. 평양에 전기를 몰아주다 보니 가뜩이나 전기를 보지 못하는 지방은 더 깜깜해졌습니다. 지방주민들은 명절에 조금 받던 전기공급도 없이 태양광으로 작은 전등을 켜거나, 그것이 없는 가구에서는 디젤유 등을 켜 놓고 설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해 대규모 카운트다운 설맞이는 평양시민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 뿐입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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