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약한 국가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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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외식당에서 일하다가 남한으로 온 북한의 13명 종업원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정보부가 그들을 납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가족들까지 동원해서 그들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납치해왔던 스스로 왔던 관계없이 사실 스무 명도 되지 않는 주민이 다른 나라로 살러 간 것은 논의대상도 되지 않는 자그마한 사건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대량 이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들을 태우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국가가 나가지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 그들을 받아주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에는 외국에서 일하러 온 노동자들이 150만 명이 넘습니다. 필리핀은 1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다른 나라에 일하러 가며 그들이 벌어서 보내는 송금액이 국가외화수입의 10%를 차지합니다. 중국, 베트남, 쿠바와 같이 아직 형식적이지만 사회주의 깃발을 들고 있는 나라들도 해외에 주민들이 나가는 것을 강하게 통제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가면 중국 이민자 190만 명, 베트남 이민자가 110만 명이나 있습니다. 쿠바인들은 지금도 해마다 3~5만 명이 미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같은 민족이 남북을 오가는 것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독일이 분단되어 있을 때 동독을 방문한 서독주민은 연간 300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통일되기 전에도 동독에서 거주한 서독시민들이 있었습니다. 동독주민들도 서독을 방문했습니다. 동독에서는 연로보장 나이가 되면 주민들이 서독에 가서 사는 것을 허용해주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북한처럼 국경을 철저히 통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주민은 다른 나라로 해외여행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중국친척 방문 절차도 까다롭기 그지없어 많은 뇌물을 주어야 합니다. 최근 북한에서 해외에 노동자를 많이 파견하다보니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 해외지 감옥에 갇혀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줄을 서서 일터로 출근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는데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불법으로 탈북하는 주민은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북한주민이 남한으로 가려고 했던 것이 드러나면 정치범으로 됩니다. 그러므로 북한사람들은 아프리카사람들처럼 목숨을 걸고서야 남한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 북한에서 한번에 10명 넘는 탈북자가 남한에 간 것은 정말 큰 사건입니다.

그렇게 보면 세상에서 제일 취약한 국가는 북한입니다. 세계 200여개가 넘는 나라가 있지만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도 국경통제를 북한처럼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국가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른 나라정도의 국경통제로는 당장 붕괴될 정도로 약합니다.

북한지도부의 가장 큰 재산은 북한주민입니다. 북한은 봉건사회와 비슷합니다. 봉건사회에서 영주들의 가장 큰 재산은 농노들이었습니다. 어떤 일에나 마음대로 동원할 수 있고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고 탄알받이로도 쓸 수 있는 주민들은 지도부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지켜야 하는 가장 귀중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엊그제 해외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3명이 또 남한으로 입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번에도 남한의 유인납치라는 주장을 들고 나올 것인지, 북한의 대응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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