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국가의 사치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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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민족은 고유한 문화적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조선민족의 특성으로 예의가 바르고 용감하고 의리가 있으며 정갈한 것을 좋아한다는 등의 특성을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사치도 우리 민족의 특성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굶은 티는 나지 않아도 벗은 티는 난다”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만 보더라도 한족은 돈 버는데 관심이 높지만 조선족은 집을 꾸리고 차리고 다니는데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허술하게 차리고 다니는 중국 사람의 주머니를 털면 아무리 없어도 돈이 몇백 위안 나오지만 멋있게 차리고 나선 조선족의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남한사람도 차리는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빚을 내서라도 외제차를 사서 타고 다니는 남성들과 몇천 달러씩 하는 명품가방에 목숨을 거는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생산한 명품이 제일 많이 제일 비싸게 팔리는 곳이 한국이라고 개탄하지만 명품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 역시 굶는 한이 있더라도 잘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최근 북한의 평양에는 물놀이장, 승마장을 비롯한 최신형 놀이장들과 해당화관을 비롯한 서비스 시설, 고급아파트 등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평양순안비행장에 최신식 공항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얼마나 실속 있게 건설했을지는 몰라도 외형상으로 보기에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들의 공항 못지않게 잘 지었습니다. 고급스러운 매점과 음식점들이 즐비했고 승객들이 기다리는 곳, 짐을 찾는 곳 할 것 없이 모두 다른 나라의 공항과 유사하게 건설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치란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지고 있는 돈과 실제 쓰는 돈의 비중을 비교할 때 소비가 수입을 넘어서면 사치로 됩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 잘사는 국가와 못사는 국가의 사치기준은 분명 다릅니다. 북한의 경제형편에 비추어볼 때 공항이나 스키장, 승마장 같은 것은 분명히 사치입니다.

사치의 원인은 사람들이 지위와 존경, 명성에 대한 갈망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값비싼 물건을 쓰게 되면 그 물건을 쓰는 특정집단에 속하게 된다고 상상합니다. 북한은 가난한 나라이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입니다.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에 있는 놀이장과 공항 같은 것을 건설함으로써 우리도 발전된 나라에 속한다고 스스로 자신을 기만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치는 가정을 파탄내고 나라를 파국에 빠뜨립니다. 프랑스의 루이 16세의 황후는 사치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왕궁의 사치는 결국 빠리콤뮨으로 이어졌고 왕과 왕후는 시위군중에 의해 처단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조말기 나라형편이 매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왕궁에서는 자본주의 나라들의 사치품을 구입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재정이 고갈되었고 그 돈을 보충하느라고 관직을 매매하고 이권을 팔아넘기는 등 부정부패가 도를 넘었습니다. 결국 국력이 더욱 약해졌고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한편 사치는 문화를 발전시키고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역할도 합니다. 유럽에서 귀족들의 사치가 그러한 물건을 생산하도록 장인들을 추동했고 사치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경제가 발전했으며 상품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북한의 사치문화가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될지 아니면 망국의 징조로 될지는 개혁개방의 선택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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