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총대권력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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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발표한 개정 북한 헌법이 공개되었습니다. 개정 헌법에서 주목되는 것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중에서 선거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입니다.

북한은 1948년부터 지금까지 최고지도자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 대표자를 선거하는 방식으로 선출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4월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는 김정은을 대의원으로 선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김정은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선거했습니다. 결국 최고지도자를 전체 인민들의 선거가 아니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선거하는 간접선거로 바꾼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에 개정된 헌법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가 더욱 공고히 되고 국가사업 전반에 대한 최고 영도자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평가가 달랐을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선거를 국회의원선거와 별도로 진행합니다. 대통령 선거방법에는 직접선거와 간접선거 방식이 있습니다. 간접선거보다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더 정당성을 가집니다. 남한 역사에서도 대통령선거는 직접선거와 간접선거 방식이 엇바뀌면서 진행되어왔습니다. 마지막 간접선거제는 1972년 박정희 정권 말기인 8대 대통령선거부터 전두환 정권 때인 1987년까지 존재했습니다. 박정희는 장기집권을 위해서 대통령의 임기제한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반대로 대통령선거에서 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들었습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전국의 각 지역구에서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의원들로 구성되었는데 그들이 대통령을 선거하도록 헌법을 개정했습니다. 이때부터 남한주민들의 투쟁 목표는 대통령 직접선거제 실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주화 투쟁이 승리하면서 대통령 간접선거제는 직접선거제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왕처럼 세습되므로 임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참가하여 무조건 찬성투표 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선거에서 떨어질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사회주의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형식적이지만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기초한 비밀투표’라는 직접선거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100% 선거참가, 100% 찬성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정권을 얼마나 신뢰하고 지지하는지 세상에 널리 보여주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형식적인 선거마저 간접선거로 바꾸었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지도자가 인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어 가지게 되는 권력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더 숭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지도부는 “권력은 인민이 아니라 총대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국가조직에서도 국방력을 주관하는 국무부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나 국가관리기관인 내각보다 상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국방력을 통솔하는 국무위원회의 위원장입니다.

최근 북한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 인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올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인민대중을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 보고 인민대중에게 의거하며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 할 데 대한 정치이념’이라고 해설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북한에서 인민대중은 주인이 아니라 총대권력의 대상일 뿐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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