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 관광에 대한 생각
2021.11.15
최근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들인 ‘우리민족끼리’, ‘내나라’, ‘메아리’, 등에서는 금강산, 묘향산, 평양의 가을 풍경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연이어 올리고 있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에서 보여 주는 북한의 가을 풍경은 참 아름답습니다. 금년에 한반도는 늦은 가을비와 그 이후 이어진 좋은 날씨로 예년에 없이 단풍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북한이 주민들이 볼 수 없는 인터넷 대외 매체를 통해 북한의 자연풍경을 소개하는 목적은 외국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광업을 발전시켜 외화를 벌자는 데 있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은 관광업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양덕온천, 갈마해수욕장, 삼지연 지구 건설 등 최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건설대상들은 모두 관광업 발전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북한주민들은 ‘관광’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놀러 다니는 사람은 돈 많은 부르주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발전된 나라에서 관광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여가생활에 속합니다. 소득이 늘어 사람들이 의식주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 나면 그 다음부터는 생을 어떻게 즐기면서 살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즐기는 생활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관광입니다. 사람들은 관광을 시작한 초기에는 국내로, 다음에는 해외로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남한주민들도 관광을 매우 좋아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남한 주민의 90%가 해마다 1회 이상 국내 관광을, 23%가 해외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주민들의 관광이 활성화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국민소득의 증대와 토요일과 일요일, 주 2일 휴식일 지정이었습니다.
최근 관광업은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으며 남한에서도 작년과 올해 관광이 급속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예방접종자가 70%를 넘어서고 코로나와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으면서 가을부터 국내 관광이 대부분 재개되었습니다. 요즘은 제주도 가는 비행기가 10분이 멀다 하게 뜨고 있지만 주말에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비행기표를 살 수 없을 정도이고, 설악산, 지리산을 비롯한 국내 단풍명소마다 사람들이 차 넘치고 있습니다.
오늘 세계적으로 관광업은 제조업 못지 않은 중요한 산업부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마카오는 국민소득의 72%를 관광업을 통해 얻고 있으며 아이슬란드는 38%, 크로아티아, 필리핀, 태국 등도 20%로 관광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북한은 관광업을 발전시킬 야심에 찬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2018년 북한을 찾은 관광객 수는 20만 명이 좀 넘었으며 그 중 90%가 중국인이었습니다. 남한은 국민소득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8%로 매우 낮습니다. 원래 반도체 등 다른 공업 부문이 발전해서 총체적인 소득이 높다 보니 비중이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남한을 찾는 관광객 수는 2019년 1750만 명이었습니다.
북한이 관광업을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도 관광객들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며 관광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북한관광 갔다가 정치범으로 구속되어 결국 목숨을 잃은 오토 웜비어 사건 등으로, 세상사람들에게 북한 관광은 목숨을 거는 모험 관광의 대명사로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관광은 두려움을 모르는 청년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는 하겠지만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지켜야 할 규정이 너무 많아서, 북한관광하면서 어떻게 자유를 구속당했는가 하는 뒷이야기가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체제유지에서 필수로 되고 있는 주민 통제와 관광업 발전을 위해 요구되는 자유 보장, 이 모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북한지도부의 고민이 클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