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정전협정

이금순-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4.07.25

이번 일요일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1년째 되는 날입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6.25전쟁의 정지 및 평화적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와 모든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선언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정전협정의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참혹한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남북한 주민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엄청나게 발생 하였습니다. 또한 전쟁에 참여한 16개 유엔참전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이름도 모르던 낯선 땅에서 귀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북한에는 아직도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의 생사도 알지 못하고 지난 60여년을 지내온 이산가족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는 전쟁에서 적으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국가들과도 국교를 수립하고 서로 자유롭게 방문하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북한은 가족들 간에도 자유롭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남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기도 하였지만, 많은 협력사업들이 중단되어 있습니다.

인권연구자로서 저는 북한에서 오신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의 상황을 파악해 오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는 것과 함께, 북한주민들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 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주요한 관심 사안입니다. 많은 수의 탈북민들은 제게 북한에서 자신을 포함한 상당수의 주민들이 “전쟁이나 콱 일어나 버려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말과 생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질문하면서 답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때부터 너무나 힘든 생활을 하던 주민들이 일상적인 어려움이 어떻게든 끝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러한 말을 하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어떠한 결과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지를 물으면 응답은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가족들과 살아남기 위해서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상황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나기를 바랐다는 절박한 심정은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해줄 수 없습니다. 무력으로 상대를 위협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제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지난 전쟁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절박한 심정에서라도 ‘전쟁이나 일어나 버려라’하는 말과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말과 생각이 현실이 되어 버리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협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평화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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