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2005년도의 북한 핵문제

2005-12-3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다사다난했던 2005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금년도 한반도의 최대 안보현안이었던 북한 핵문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은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것과 핵무기를 만들었고 앞으로 더 만들어 나가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외무성의 성명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밝힌 공식 선언임과 동시에 “핵무기를 만들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기존의 핵정책을 포기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 여부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북한 핵이 남한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안보위협이라는데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켰습니다.

한편 북한은 2005년 4월, 2년 여간 가동했던 5MWe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추출했습니다. 이를 재처리하게 되면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 2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인 12kg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얻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또한 금년 7월부터 5MWe 원자로에 새 연료를 장전하고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핵보유 성명으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6자회담이 1년 이상 열리지 못하면 회담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6자회담 재개노력이 한층 가속화되었습니다. 남한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제시한 ‘중대제안’은 그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수로 대신에 200만KW 규모의 전력을 지원하겠다는 중대제안은 미국의 ‘대북한 경수로 제공 반대’ 입장과 북한의 ‘에너지 지원 요구’ 입장을 절충해서 6자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일련의 노력을 거쳐서 제4차 6자회담이 어렵게 열리게 되었고, 극적으로 공동성명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많은 노력 끝에 공동성명을 도출했지만 6자회담의 앞길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습니다. 특히 6자회담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장애물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근본적인 장애물들이 극복되어야 구체적이고 세밀한 사안에 대한 협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협상이 시작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협상에서 제기될 실무적인 장애물이 극복되어야 6자회담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즉 우리 앞에는 2중의 장애물이 놓여 있는 셈입니다.

근본적인 장애물은 크게 두 가지인데 모두 북한의 요구사항들입니다. 첫째는 ‘선 경수로 제공, 후 핵폐기’ 주장입니다. 경수로 제공 문제는 6자회담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부상해있습니다.

북한이 공동성명이 체결된 다음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경수로를 먼저 제공하지 않는 한 핵폐기를 단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신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경수로 제공 요구는 남한의 대북 전력지원 제안의 기본전제를 무너뜨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북한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후 6자회담 진전’ 입장입니다. 금융제재에 대해서 미국이 북한의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고 보는 북한은 제5차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으며, 북?미 양측은 이에 대한 별도의 논의를 갖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커다란 인식차이로 인해서 ‘논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금융제재 문제를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반면에, 미국은 왜 금융제재 조취를 취할 수밖에 없는가를 설명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제재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현재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12월 초 서울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정권이라고 지칭하면서, 금융제재는 정치적인 제스처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분명하고도 강력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2006년도에 북한의 선택은 두 가지로 보여집니다. 지금과 같이 핵을 무기로 국제사회와 대결체제를 구축하면서 온갖 시련과 압박을 자초하거나 아니면 핵을 포기하고 국제적인 불법행위를 중단하면서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고 남한과의 진정한 관계개선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 북한 정권이 취해야 할 선택이 후자임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하고 싶은 말 (0)
Share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