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일본에 역이용 당하는 북한

북한의 방송매체들이 최근 들어 일본의 군사정책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성훈∙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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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일고 있는 소위 ‘선제공격론’이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일본의 오만함과 군국주의 본성을 드러낸 것이자, ‘전수방위’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수방위’란 일본은 오로지 방어를 위해서만 군사력을 보유한다는 의미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일본은 다시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전수방위’ 원칙을 세우고 군대도 ‘자위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또한 일본이 그동안 견지해 온 ‘비핵 3원칙’을 깨고 핵개발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규정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의 핵 야망은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비핵 3원칙’이란 핵무기를 제조, 보유, 반입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1967년 이후 일본 정부가 견지해 오고 있는 정책입니다.

일본이 1990년대 들어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면서 무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 정권은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을 구실로 자기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합리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데 맞서 북한도 자위적 차원에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지극히 정당하다는 논리인 것이지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일본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지켜줄 것이므로, 남한은 오히려 북한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곧 나올 법 합니다.

그러나 일본을 이용하려는 북한의 계략은 완전히 실패입니다. 일본이 오히려 북한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전이후 일본의 평범한 국민들은 전쟁도 핵개발도 모두 반대하며 평화를 고수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우익세력이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1993년 5월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미사일 '노동'을 개발하고 나서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일본을 공격할 수 있다는 ‘북한 위협론’이 일본 국민들에게 먹혀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1998년 8월 대포동미사일 시험은 ‘북한 위협론’이 일본 사회에 확실하게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되었고, 2006년의 1차 핵실험으로 ‘북한 위협론’은 활짝 꽃을 피게 되었습니다. 남한을 비롯해서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을 당했던 많은 나라들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지만 만류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북한 정권의 불장난으로 ‘북한 위협론’이 국제사회에서도 먹혀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같은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일본에 역이용당하고 우리 후손에게 짐을 지우는 어리석은 짓을 하루빨리 그만 둘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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