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신종독감과 북 보건의료 실태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12.11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신의주와 평양에서 9명의 신종독감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몇 달 전 멕시코와 미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감기에 걸리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신속하게 치료제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와 노약자 등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주사를 맞도록 하면서 점차 독감의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는 추세인데, 북한에서 유행한다는 소식이 들어 온 것입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남한에서는 북한에 신종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급기야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에 치료제를 지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남한 언론들도 일제히 북한에 신종독감이 확산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되며 신속하게 지원을 해야 하고, 북한도 하루빨리 치료제를 받아가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동포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남한 동포의 걱정과 배려 그리고 따뜻한 민심을 그대로 전달한 보도였습니다.

일부 소식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신종독감이 개성공단을 통해서 남한으로부터 전염되었다고 선전한다고 합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국경을 통해서 북한을 드나드는 사람이 훨씬 많은 데 왜 북한 당국은 도와주겠다는 남한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입니까? 남한에서는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남한 근로자의 건강을 수시로 검사하는 것은 물론, 북한 근로자들의 건강까지 챙기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종독감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실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사는 형편이 나쁘다 보니 기초적인 의료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의 질병인 결핵이 남한에서는 일찍이 사라졌지만 북한에서는 만연한 상태이고, 만성결핵 환자도 많다고 합니다. 남한의 한 구호단체가 만성결핵 환자들을 집중 치료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는데, 저도 이 구호단체에 개인적으로 조그만 정성을 보태고 있습니다. 만성 환자들은 적어도 2년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북한의 기생충 전염 실태도 매우 위험한 수준입니다. 남한의 각종 구호단체가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서 많은 의약품을 지원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주민들 중에는 약품 자체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아서, 북한 당국이 의약품을 받아서 다시 중국에 팔아먹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기생충 감염 여부를 조사해서 치료하자는 남한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생충 감염 실태가 공개되는 것이 강성대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떠한 정치적, 사상적 문제도, 또한 북한이 옥동자로 하는 개성‧금강산 관광도 북한 동포들의 삶보다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속담에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듯이, 아무쪼록 이번 신종독감 사태를 계기로 남북간에 다방면에서 많은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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