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미국의 목적은 북핵 폐기다

지난 주 북경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 회담이 사실상 결렬되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실상과 신고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료 채취와 미신고 시설의 사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두 가지를 모두 거부함으로써, 핵개발의 전모를 공개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2008.12.15
이번 회담 결렬은 북한이 더는 얻을 것이 없는 부시 행정부를 외면하고, 곧 새로 들어설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향후 4년 내지 8년의 핵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외형적으로 북・미 관계가 개선된 적이 있기 때문에, 같은 민주당인 오바마 정부에 대해서 북한이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북한이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핵은 핵대로 지키면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정전체제를 자기들의 입맛대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현 부시 행정부도 그렇지만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있어서, 북한과 관련된 핵심 목표는 북핵 폐기입니다. 즉 신속한 비핵화를 통해서 북한의 핵능력을 발본색원하는 것입니다. 북・미 직접대화를 비롯한 다른 모든 사항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저 역시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미 직접대화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봅니다. 내년 중에 평양과 워싱턴에 상주대표부가 설치되고 고위급 인사들이 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활발한 대화가 바로 관계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은 냉전시대에 적국 소련과도 대사관을 개설하고 경제교류를 하면서 정상회담도 빈번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직접대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적이 친구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냉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야 말로 협상을 통한 북핵 폐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누구보다도 신속하고 단호하게 제재의 채찍을 가할 사람이라고 저는 봅니다. 자신이 선거유세 중에 그런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민주당 내에는 북한에게 두 번 다시 속아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북한 당국에 필요한 것은 과거 제네바 합의의 향수에 젖어서 자기들의 구미에 맞는 대로 미국을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버리고, 극에서 극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북핵 사태의 엄중함을 뼈저리게 깨닫는 일입니다. 직접 대화가 관계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직접 대화는 언제든지 제재로 돌변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직시해야 합니다.(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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